기획 완결 K방산 현장을 가다

탄탄한 기술력이 일군 탄약 국산화 이제 세계가 배운다

윤병노

입력 2021. 04. 22   17:14
업데이트 2021. 04. 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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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풍산

2020년 32개국으로 수출 확장…생산 공정까지 수출
50여 종 스포츠탄으로 해외시장 개척도
지능형 스마트탄·사거리연장탄·전투 드론 등 연구 개발


해군1함대 유도탄고속함 박동혁함. 풍산은 소구경 탄약부터 함포·자주포·전차포탄 등 우리 군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탄약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해군1함대 유도탄고속함 박동혁함. 풍산은 소구경 탄약부터 함포·자주포·전차포탄 등 우리 군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탄약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풍산 안강사업장에서 제조한 155㎜ 곡사포용 포탄이 납품을 앞두고 적재돼있다.
풍산 안강사업장에서 제조한 155㎜ 곡사포용 포탄이 납품을 앞두고 적재돼있다.

1968년 비철금속업체로 첫발을 내디딘 풍산은 1973년 국내 방산기업 1호로 지정됐다. 방위산업 태동기부터 ‘사업보국(事業報國·사업을 통해 나라를 이롭게 한다)’ 정신을 바탕으로 군용 탄약의 대량 생산과 국산화에 역량을 집중했다. 그 결과 소·중·대구경탄부터 지대지·지대공·함대지·잠대지·함대함 유도무기 탄두와 추진기관 연료 등 국군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탄약을 공급하는 국내 유일의 종합 탄약 생산업체로 우뚝 섰다. 수출 분야에서도 알토란 같은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 2008년 국내 방산업체 최초로 수출 1억 달러 시대를 열어젖혔으며,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연속 방산수출 1위 자리를 지켰다. 2012년에는 수출 2억 달러를 돌파해 ‘K방산 선두 주자’로 자리 잡았다.
글=윤병노·김상윤/사진=조종원·양동욱 기자

풍산 안강사업장 내 자동화 금속가공라인에서 대구경 탄약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안강사업장은 국내 유일의 종합 탄약공장이다.
풍산 안강사업장 내 자동화 금속가공라인에서 대구경 탄약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안강사업장은 국내 유일의 종합 탄약공장이다.

연평균 10% 이상 수출 증가율 유지

풍산은 방위산업에 진출한 이후 연평균 10% 이상이라는 수출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은 2520억 원이다. 이는 자사 방산 분야 총 매출의 35%에 달하는 수치다.

한 박자 빠른 판단 능력도 초고속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풍산은 우리 군에 탄(彈)을 공급하고 있다. 소모성인 총포탄은 수요가 꾸준히 발생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풍산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깨닫고 2008년부터 해외시장을 본격 공략해 수출국을 다변화하는 데 성공했다. 2007년 북미와 아시아를 중심으로 17개국이던 수출국은 2020년 중동·아프리카를 포함해 32개국으로 확장됐다. 수출 품목도 소구경탄·부품류 위주에서 벗어나 대공탄, 박격포탄, 곡사포탄, 전차탄, 함포탄 등으로 대폭 늘었다. 최근에는 생산 플랜트까지 수출해 뛰어난 기술력을 입증했다.

군용 탄약과 별도로 수렵·경기용 스포츠탄도 방산 부문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스포츠탄은 레저문화 발달과 함께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풍산은 50여 종에 이르는 스포츠탄을 개발해 고유 브랜드 ‘PMC’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아 세계 굴지의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같은 고도성장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이뤄냈다. 탄약은 많은 부품으로 구성되며, 부품의 품질과 공급의 안정성이 보장돼야 납기를 맞출 수 있다. 풍산은 탄약의 원소재부터 개발 설계, 제조, 검품, 출하까지 각 공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일관생산체제’를 갖췄다. 국산화 비율도 100%에 가깝다.

‘유연생산시스템(FMS·Flexible Manufacturing System)’으로 불리는 풍산의 생산체제는 외부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대량 생산뿐만 아니라 소량 다품종 탄약 수요에도 즉시 대응할 수 있다. 독자적인 혁신활동도 강점이다. 방산업체 최초로 최고경영자(CEO)와 현장 작업자가 모두 참여하는 ‘전원 참가 생산보전 활동(TPM·Total Productive Management)’을 도입해 생산·개발·영업·관리 등 전 부문에 걸쳐 경영 효율성을 높였다. 사람·설비·시스템의 체질과 업무 환경을 개선해 품질 혁신, 생산성 향상, 원가 절감을 유도함으로써 매출·수출을 늘리고 있다는 게 풍산의 설명이다.

표적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는 육군7포병여단 K9 자주포
표적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는 육군7포병여단 K9 자주포


신기술 적용 무기체계 개발 박차

풍산은 방위산업이 국가의 신(新)성장 동력이라는 인식 아래 연구·개발(R&D)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방산기술연구원을 주축으로 기존 탄약의 고성능화를 꾀하면서 지능형 스마트탄, 사거리연장탄, 초장사정활공탄, 전투 드론 등의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산기술연구원은 체계종합·시험평가, 유도제어·구동부 설계, 전자식 신관 설계, 고성능 탄두 설계 등의 주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최근 120㎜ 박격포탄 5종을 개발해 전력화 단계에 진입했다. 155㎜ 사거리연장탄은 개발시험평가를 성공적으로 끝냈으며, 2023년 전력화를 목표로 운용시험평가를 하고 있다.

또 해군 함정에서 운용하는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20㎜ 팔랑스(Phalanx) 탄약을 2019년 개발해 양산을 대기하고 있다.

적 함정의 선체를 관통한 후 내부에서 폭발하는 76㎜ 철갑고폭탄도 체계개발 중이다.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한 투발형 소형 드론시스템의 민·군 과제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체 연구 중인 관측탄은 기술성숙도 ‘레벨 6’을 획득해 체계개발 진입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 외에도 전장 상황에 따라 고폭·파편, 폭발 성형 관통자(EFP), 중계 모듈을 선택할 수 있는 개인휴대용 전투드론과 100㎞ 이상 비행이 가능한 127·155㎜ 활공유도포탄 등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관측탄은 155㎜ 포탄의 자탄에 소형 카메라와 영상전송장치를 탑재해 표적 지역의 사진을 실시간 전송할 수 있다. 155㎜ 사거리연장탄은 공기 역학적 설계와 복합 추진 기술을 적용해 기존 탄약 대비 사거리를 획기적으로 증대한 탄약이다. K9·K55A1 자주포에서 운용해 적 장사정포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

5인치 사거리연장탄은 구축함·호위함 등에 장착된 127㎜ 함포용이다. 활공유도 기술을 이용해 사거리와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늘린 정밀유도 포탄이다. 장거리·우회 타격 능력을 보유해 적 함포나 대함유도탄 사거리 밖에서 종심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투발형 소형 공격 드론은 멀티콥터 형태의 소형 드론 시스템이다. 시가전 등의 전장에서 개별 운용이 가능한 체계다. 감시 정찰을 통해 적 위치·상황을 식별한 후 드론에 장착된 탄약을 투하할 수 있다.


“엄격한 기준에 품질 자부심 軍 전투력 향상에 최선 다해”
[인터뷰] 박 우 동 대표이사


원소재부터 완성탄까지
각 공정 검사 철저


연평균 10% 이상
수출 증가율 비결


“최종 목표를 타격하는 탄약 개발 업체라는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K방산의 한 축을 담당하겠습니다.”

풍산 박우동 대표이사는 1976년 공채 1기로 입사했다. 풍산이 방위산업에 첫발을 내디딘 3년 후부터 현재까지 45년을 ‘한 우물’만 판 우리나라 방위산업 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수출을 방위산업체의 첫 번째 덕목으로 꼽았다. 국가방위에 일조해야 한다는 방산기업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다.

“풍산은 미래 디지털 전장에 대비한 스마트 탄약 등 첨단 제품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중·장기 성장을 위해 수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수출 탄약은 유사시 역수출을 통한 활용이 가능해 탄약을 해외에 비축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수출은 국가 경제적으로도 고용 창출과 국익에 도움이 되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수출을 강화해 글로벌 탄약 기업으로 위치를 굳건히 하고, K방산의 한 축을 책임질 수 있도록 가속 페달을 밟을 계획입니다.”

탄약 수출은 품질과 정확한 납기, 가격이 매우 중요한 요소다. 풍산의 탄약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10% 이상의 수출 증가율을 유지하는 비결이 되고 있다.

“수출 초기에는 소구경탄 위주였지만 현재는 대공탄, 박격포탄, 전차탄, 곡사포탄, 함포탄 등으로 확대됐습니다. 지역도 미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오세아니아, 유럽 등 전 세계 우방국으로 수출 영토를 넓혔습니다. 지난해 여러 가지 이유로 스포츠탄의 대미 수출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 추세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입니다.”

모든 방산업체가 그렇듯 군은 풍산에게 매우 중요한 고객이다. 풍산은 고객만족도를 제고하기 위해 한치의 품질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탄약은 전투력 향상은 물론 사용자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풍산은 탄약 개발 단계에서부터 총 수명주기를 고려해 제품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제품의 완벽한 품질관리를 위해 원소재부터 완성탄에 이르는 각 생산 공정마다 철저한 품질검사도 병행한다.

“풍산은 국제품질경영시스템, 국방품질경영시스템, 환경경영시스템, 국가교정기관 인증 등 종합적인 품질보증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국제공인시험기관 인정도 획득해 생산된 제품은 높은 신뢰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완성 탄약은 자체 사격 시험으로 속도·압력·정확도를 세밀하게 확인하는 등 제품의 성능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매우 엄격한 품질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이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후방 각지에서 부여된 임무 완수에 매진하는 국군 장병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국군 장병 여러분의 땀방울은 국가안보의 든든한 초석입니다. 풍산은 장병 여러분의 노력과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계속 전진해 나갈 것입니다. 이와 함께 세계 정상급 탄약 생산기술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우리 군의 전투력 향상에 기여하고, 국군 장병에게 최선을 다하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윤병노 기자 < trylover@dema.mil.kr >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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