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손차수 기고] 내 청춘 같이한 참수리 311

입력 2021. 04. 20   16:05
업데이트 2021. 04. 2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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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차 수 
LIG 전문위원·전 해군작전사령부 부사령관·예비역 해군소장
손 차 수 LIG 전문위원·전 해군작전사령부 부사령관·예비역 해군소장


그러니까 벌써 33년 전의 일이다.

청운의 꿈을 안고 해군사관학교에 입교 후 9년째 되던 해, 임관한 지 5년 만에 첫 해상지휘관 보직을 맡았다. 바로 대위 계급이 지휘관인 고속정 정장이다. 그때 그 설렘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오롯이 남아 있다. 아울러 조선소로부터 배를 인수, 전력화해야 할 초대 인수 정장으로서 그 무겁던 책임감도 내 어깨에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하다. 그리고 최고의 배를 만들어 훌륭한 전통을 세워야겠다며 밤낮으로 일하던 승조원들. 거의 매일 좁은 공간에서 일사불란한 팀워크를 위해 고된 훈련을 마다하지 않던 승조원들의 모습도 내 가슴에 남아 있다.

매일 저녁 출항해 캄캄한 바다를 항해하면서 조금이라도 수상한 물체가 발견되면 일일이 확인하고, 그러다 보면 새벽에나 입항하는 고단한 임무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적 침투를 일절 허용하지 않고 우리 영토를 완벽히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승조원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지휘부도 늘 승조원을 배려하고 격려해줘 사기도 충천했다. 그래서인지 당시 북한 간첩선은 고속정을 가장 두려워했다고 한다.

어둠과 안개로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새벽에 긴급 출항해 바다 한가운데 함정에서 발생한 위급환자를 이송하던 일, 험난한 파도 속에서 잠수함처럼 임무를 수행하던 일, 유난히도 밝은 한가위 보름달 아래서 엔진 소리를 노래 삼아 경비하던 일, 아기를 출산한 부인 곁을 지키지 못하고 함상에서 축하하고 기뻐하면서 기도해 주던 일 등 그 시절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이런 우리의 임무와 일들을 후배들이 이어받아 33년 동안 수행했다.

바로 그 고속정, 참수리 311이 명예로운 전역을 하게 됐다.

전역 소식을 들은 뒤 참수리 311의 마지막 지휘관인 28대 정장 이명화(해사66기) 대위에게서 살뜰한 전화가 왔다. 해군작전사령관은 편지와 정성스러운 선물, 그리고 퇴역한 고속정 사진을 보내줬다. 사진 속 참수리 311의 몸은 비록 울퉁불퉁 수많은 상처로 노쇠했지만 그 위용은 옛 모습 그대로였다.

사진을 보며 그동안 수많은 정장·승조원들을 잘 보듬어 준 고속정이 한없이 고맙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이 자리를 빌려 참수리 311의 전통을 잘 이어받아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해준 후배 정장들, 승조원들과 인수 당시 같이 땀 흘리며 온 열정을 쏟아준 옛 승조원들에게 뒤늦게나마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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