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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져도 사랑.추억은 영원히…

입력 2021. 04. 12   16:53
업데이트 2021. 04. 1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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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벚꽃 광고
 
설레는 봄날의 이미지 ‘벚꽃 마케팅’
SK하이닉스 ‘벚꽃’ 편

반도체 기계적 이미지 화사하게 전환
이디야 커피 ‘두근두근’ 편

연인들의 사랑·설렘 절묘하게 표현
SK텔레콤 ‘문자 내기’ 편

일반인 모델 봄 추억 되돌아보게 해

 

SK하이닉스 광고 ‘벚꽃’ 편(2017).  필자 제공
SK하이닉스 광고 ‘벚꽃’ 편(2017). 필자 제공

이디야 커피 벚꽃라떼 광고 ‘두근두근’ 편(2018).  
 필자 제공
이디야 커피 벚꽃라떼 광고 ‘두근두근’ 편(2018). 필자 제공

벚꽃의 계절. 사람들의 가슴에도 꽃이 피지만 국내외 기업에서도 제품의 이미지에 벚꽃을 피우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봄날의 상징인 벚꽃을 광고나 제품에 활용해 ‘벚꽃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봄을 대표하는 벚꽃을 활용하면 설레는 봄날의 정서를 고스란히 제품 이미지로 전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벚꽃의 나라인 일본 광고부터 살펴보자. 일본 코카콜라의 광고 ‘벚꽃’ 편(2019)에서는 벚꽃 디자인의 코카콜라 캔을 강조했다. 벚꽃이 활짝 핀 배경에 새로 디자인한 콜라 캔에 분홍빛 색조를 가미했다. 두 편의 시리즈 광고에서는 같은 형식을 유지하면서 헤드라인만 살짝 달리 표현했다. “활짝 핀 봄 한정”, “벚꽃 핀 봄 한정”. 봄철이라 할지라도 벚꽃이 만개한 시점까지만 판매하는 한정판 콜라 캔이라는 뜻이다.

캔의 위쪽에는 활짝 핀 벚꽃과 펄럭이는 꽃잎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벚꽃을 보여주고, 캔 아래쪽에는 꽃잎이 우아하게 떨어지며 핑크빛 카펫이 만들어지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일본 코카콜라가 한정판 콜라병을 내놓자마자 전국의 매장에서 즉시 매진되면서 코카콜라는 봄철에 마시는 최고의 인기 음료로 떠올랐다. 계절의 화사함을 제품에 끌어들여 한정판을 훌륭하게 소개하는 데 성공했다.

SK하이닉스 광고 ‘벚꽃’ 편(2017)에서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벚꽃을 반도체의 특성에 연결했다. “벚꽃은 봄에만 피지 않는다.” 헤드라인을 이렇게 써서 벚꽃 흩날리는 풍경을 봄이 아니더라도 사시사철 언제든 볼 수 있다고 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그건 아마,/ 당신의 스마트폰 안에서/ 추억을 더 오랜 간직하게 해주는/ 반도체 덕분일 겁니다.” 보디카피를 읽고 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벚꽃 잎이 흩날리다가 반도체 모양으로 변해가는 장면은 반도체 전문회사와의 상관성을 고려한 설정이었다.

기업 간 반도체를 거래하는(B2B) SK하이닉스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굳이 광고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소비자를 대상으로(B2C) 감성적인 광고를 해서, 반도체 기업이라는 기계적 이미지를 화사한 벚꽃 이미지로 바꿨다. 벚꽃 잎이 떨어져 반도체 모양으로 바뀌는 장면은 “안에서 밖을 만들다”라는 마무리 카피와 만나, 반도체가 마치 일반 소비재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이 카피에서 ‘안’은 스마트폰 안에 내장돼 추억을 더 오랜 간직하게 해주는 반도체이며, ‘밖’은 스마트폰 화면에 뜨는 사진이나 동영상 같은 것을 의미했다.

아주 간명한 광고지만 이디야 커피 벚꽃라떼의 ‘두근두근’ 편(2018)에서는 지면 전체를 벚꽃 색깔로 도배했다. 휘핑크림 위에 라즈베리 화이트 초콜릿을 올려 벚꽃 잎 모양을 내서 벚꽃라떼라는 이름을 붙였다. 봄과 어울리는 화려한 색을 써서 시각적 효과를 유발하기 위해 벚꽃을 소재로 활용했다. “두근두근 반했나 봄”이라는 카피는 벚꽃라떼를 함께 마시고 싶은 연인들의 사랑과 설렘을 절묘하게 표현한 솜씨다.

SK텔레콤의 기업 이미지 광고인 ‘문자 내기’ 편(2008)은 화창한 봄날에 오랜만에 외출해 친구들끼리 모여 앉아 수다 떠는 일상의 단면이다. 친구 넷이 앉은 공원의 의자 뒤로 벚꽃 잎이 속절없이 흩날린다. “2005년 10월 채명애 씨의 실제 이야기입니다”라는 한 줄의 자막과 함께 광고가 시작된다. 비틀스의 ‘Let it be’라는 노래가 흐르고 아줌마들은 각각 남편에게 ‘여보, 사랑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누가 가장 감동적인 답신을 받는지 문자 내기를 시작하고 아줌마들은 살짝 긴장하는데, 남편의 문자가 오면 서로 보여주기로 한다.

남편들의 문자가 도착한다. “마누라 뭐 잘못 먹었어?”, “무슨 일 있어?”, “어디 아프냐?”. 까르르 웃는 친구들의 모습이 정겹다. 마지막에 이런 문자메시지가 도착하자 상황이 반전된다. “명애 씨, 내가 더 사랑하오♥.” 아줌마들은 연애 시절로 돌아가 행복해한다. “사람보다 더 따듯한 봄은 없습니다. 사람을 향합니다”라는 내레이션이 나오며 광고가 끝난다. 문자 하나를 받고 즐거워하는 가운데 벚꽃이 떨어지며 봄날의 아름다운 정경이 펼쳐진다. 유명한 빅 모델이 아닌 일반인들이 광고 모델로 등장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봄날의 벚꽃에 얽힌 추억을 되돌아보게 한 광고였다.

벚꽃의 계절이지만 벌써 지는 꽃잎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화사하게 자태를 뽐내는 꽃잎도 있다. 나무에도 마음이 있다면 세상만사 모두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듯이 벚꽃도 저마다의 한평생을 살고 있는 셈이다. 벚꽃의 일본어인 ‘사쿠라’가 우리말의 ‘사그라진다’에서 나왔다는 설도 있다. 어쨌든 벚꽃은 활짝 피었다가도 비가 조금만 내리면 그대로 사그라지는 꽃이라는 뜻이 담겨 있지 않을까 싶다.

일본에서는 벚꽃놀이를 ‘하나미(花見)’라고 한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강제로 병합하면서 전국에 벚꽃을 보급했다. 일제강점기인 1911년에 일본은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격하시키고 수천 그루의 벚나무를 심었다. 나무가 제법 자란 1924년부터 일본은 야간에 벚꽃을 공개하며 남의 땅에서 하나미를 신나게 즐겼다. 벚꽃 구경에도 이처럼 슬픈 역사가 담겨 있다.

벚꽃 구경보다 중요한 것은 꽃을 보려는 사람의 마음이다. 광고에서도 사람보다 더 따듯한 봄은 없다고 했다. 따라서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2012)이란 노래에서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는 연극의 배경일 뿐이고 “우우~ 둘이 걸어요”는 연극의 전경이다. 사람보다 더 따듯한 봄은 없을 테니까, 그렇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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