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인턴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직무능력 위한 유일한 경력 쌓기 수단
시간·노력 대비 우대 사항 따져봐야
다양한 전략 가능…신중한 판단을
최근 사기업들은 수시채용을 채택하면서 직무적인 적합도를 강조하고 있다. 삼성 같은 경우는 서류평가라는 말 대신 직무적합성 평가라는 말을 쓸 정도다. 공기업은 NCS 채용인데, NCS는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의 약어로 국가직무능력표준이라는 뜻이다. 말하자면 지금의 기업들은 공·사를 가리지 않고 토익이나 학점, 학벌이 아닌, 직무능력을 최우선 기준으로 직원들을 뽑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고민이 하나 생긴다. 경력직이야 실제 직무를 했던 경험과 기록이 있으니 괜찮지만, 이제 신입으로 지원해야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그래서 방송인 유병재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된 “나 같은 신입은 어디 가서 경력을 쌓나?”라는 말은 취준생들 사이에서 지금도 자조적으로 회자되고 있다.
사실 이런 사람들이 경력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바로 인턴. 그래서 고민이다. 인턴을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공기업 인턴의 특징 중 하나는 사기업에 비해서 기간이 길다는 것이다. 3~6개월 정도여서 대학 재학생의 경우 휴학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휴학한다는 것은 결국 사회 진출할 때 나이가 한 살 많아진다는 것인데, 그게 인턴 경험과 비교해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손익이 가늠되지 않는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인원을 많이 뽑는 기업 몇 개의 인턴 우대 사항을 표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정리해 놓고 보니 원론과 실제는 조금 다르다. 어느 정도 분류가 되기 때문이다. 개별 기업들의 인턴 우대 사항을 따져보니 실제적으로는 크게 3가지 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류 단계가 있는 곳은 서류 심사 시 3~5%의 가산점을 주거나 아예 면제하는 방법으로 인센티브를 준다. 서류 심사가 없거나 적·부로 자격요건만 되면 대부분 통과시켜 주는 곳은 필기시험에 가산점이 3~5% 정도다. 아니면 아예 인턴에 대해 특별한 우대 사항이 없는 곳도 있다.
특이한 곳은 근로복지공단이다. 대부분 공기업은 자사 인턴에 대해서만 우대 혜택을 준다. 사기업은 물론 다른 공기업에서 한 인턴 경력도 점수에 넣지 않는 게 보통인데, 근로복지공단은 다른 공기업 인턴에 대해서도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따져보면 근로복지공단은 인턴 우대 사항은 따로 없고, 인턴 경력에 경력점수 10점을 부여하기 때문에 모든 공기업 인턴이 인정되는 것이다.
몇 가지 인턴에 대한 결론이 내려진다. 첫째는 모든 인턴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기업 인턴은 거의 인정해 주지 않고, 공기업 인턴도 대부분 자사 인턴만 인정해 준다. 그러니 반드시 가고 싶은 기업이고 다른 곳은 생각도 안 했다면, 그 기업에 가기 위해서 그곳에서 인턴을 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몇 개의 공기업을 염두에 두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다면 한 기업에서만 인턴을 하는 것은 딱 한 군데 올인하는, 조금은 위험한 일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주식으로 치면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위험한 전략이 되는 셈이다.
두 번째는 공기업들이 인센티브로 부여하는 것이 대부분 가산점이라는 부분이다. 보통은 3~5% 정도로, 100점 만점에 3~5점이다. 필기시험으로 치면 보통 50문제에서 100문제 사이에서 출제됐을 때, 2~3문제 정도 더 맞힌 정도의 점수라고 볼 수 있다. 서류의 경우 보통 3~5%의 점수 반영이면 한국사능력시험 같은 자격증 하나 더 있고 없고의 차이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인턴을 하기 위해 3~6개월 시간을 들이는 것보다 그 시간에 차라리 공부해서 자격증을 딴다거나, 필기시험 점수를 올리는 전략이 나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턴은 대부분 해당 공기업에만 적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쓰임새가 한정돼 있지만, 자격증이 하나 더 있거나 필기시험 실력이 3~5점 늘면 그건 어느 기업에도 적용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공기업에서 인턴 경력을 꽤 크게 쳐주는 편이라는 판단이 들면 인턴을 하는 것도 괜찮다. 또한 그저 공기업 근무 경험 자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라면 인턴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기업 인턴은 해당 기관에 지원할 때만 우대 사항을 인정하고, 공부로 인턴 경력이 없는 것을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인턴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과연 이득인지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시한 잡코리아 대표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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