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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러, 드론 운용 새로운 영역 앞다퉈 시험·개척

입력 2021. 04. 09   15:07
업데이트 2021. 04. 1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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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와 무인기, 무인기와 유인기 동반 비행 시대

 
美 XQ-58A, 탑재한 또다른 무인기 공중 발사 …항모같은 ‘모선’ 역할 가능
F-22·F-35 등 유인 전투기 호위용 ‘윙맨’ 역할 위해 통신 기술 개발 주력
中, 가미카제식 공격용 드론 개발…러시아도 동반 비행·지상 표적 폭격 시험


전장에서 무인기(드론)의 활용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무인기와 무인기, 또는 무인기와 유인기가 상호 협력하면서 전장을 누비는 시대가 가시화되고 있다.

스텔스 무인기 XQ-58A 발키리에서 소형 무인기 알티우스 600을 분리하는 시험 장면.   출처=미 공군/필자 제공
스텔스 무인기 XQ-58A 발키리에서 소형 무인기 알티우스 600을 분리하는 시험 장면. 출처=미 공군/필자 제공

미 공군은 이달 초에 공식 발표한 자료에서 개발 중인 무인기 XQ-58A 발키리가 공중 비행 상태에서 소형 무인기 알티우스600을 발사해 비행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미 육군의 애리조나주 유마 시험장에서 지난달 26일 이뤄진 이 비행시험의 성공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하나는 인간이 원격 조종을 하지만 현장에 없는 상태에서 무인기와 무인기가 동반비행을 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무인기가 항공모함처럼 필요한 곳에서 다수의 무인기를 출격시키는 무인기 모선 시대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여기서 무인기 모선 시험은 드론 운용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시험 결과를 활용해 어떤 형태의 전술이 나타날지 궁금해지는 사안이다.

미국이 무인기 모선 시험을 발표하자 미국과 무인기 분야에서 경쟁하는 중국에서는 관영언론이 나서 비슷한 내용의 시험을 했다고 지난 7일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최근 9대의 무인기를 탑재할 수 있는 무인기 모선을 개발했으며, 지난달 20일 무인기 모선의 하부에 장착된 소형 드론이 공중에서 발사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 모선이 공중에서 소형 드론을 회수할 수 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무인기 모선 발상은 미래 전쟁을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으며, 더욱 대형화된 모선은 전술적·전략적 잠재력을 갖는 것으로 분석가들이 평가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덧붙여 무인기들의 군집비행은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내용이다.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동원된 드론 1200대가 LED 조명으로 밤하늘에 각종 모양을 연출한 것이 한 예다. 중국은 군집비행하는 드론이 항공모함에 대한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지난해 10월 가미카제식 자살 드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된 적이 있다. 당시 보도된 동영상에는 경장갑차나 헬리콥터에서 발사된 무인 항공기들이 태블릿 같은 기기로 원격조종돼 목표물을 공격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무인기인지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중국 측은 다른 새로운 하드웨어와 통합하고 있다고 밝혀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날 비행시험에 동원된 발키리는 6번째 비행이었으며, 내부 무장창을 공중에서 처음으로 개방한 가운데 사전에 의도한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XQ-58A 발키리에는 2개의 무장창이 있고 GPS 유도 합동직격탄(JDAM), 소구경 폭탄 등의 폭탄을 달 수 있는 거치대가 8개 있으며, 최대 250kg까지 장착할 수 있다. 이번 시험에서는 이 무장창에 폭탄 대신에 무인기를 장착한 것이다.

무인기 XQ-58A가 처녀비행에 나선 것은 2019년 1월 5일이다. 이 무인기는 원래 방공망이 촘촘한 상공에 침투해 대공화기에 격추돼도 큰 피해를 남기도 않도록 저가의 비용으로 개발되는 무인기이다. 개발 업체도 무인 표적기 전문 개발 업체인 크라토스 국방안보솔루션이다. 대당 가격은 수백만 달러(대략 30억~40억 원) 정도다. 이것은 1000억 원이 넘는 F-35A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액수다.

F-22 전투기, F-35와 함께 동반 비행하고 있는 XQ-58A(맨 왼쪽).  출처=미 공군/필자 제공
F-22 전투기, F-35와 함께 동반 비행하고 있는 XQ-58A(맨 왼쪽). 출처=미 공군/필자 제공

XQ-58A는 이런 사정에서 고가의 전투기인 F-22와 F-35 5세대 전투기를 호위하는 윙맨으로도 개발되고 있다. 윙맨 XQ-58A는 비행하면서 유인기인 F-22와 F-35의 지시를 받아 위험한 역할을 포함한 각종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미국은 지난해 12월에 XQ-58A와 F-22, F-35의 동반 비행을 성공적으로 실시한 바 있다.

유인기와 무인기의 동반 비행은 무인기의 도움을 받은 유인기의 능력을 대폭 향상시키므로 미래의 항공전투를 크게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XQ-58A는 전자파의 반사 방향을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전체적 형상에서 알 수 있듯이 스텔스 성능이 있다. 공기 흡입구도 굽어 전면 반사가 어렵다. 그리고 항속거리도 F-35나 F-22 전투기보다 멀리 가는 3200㎞ 이상이다. XQ-58A는 유인기에 앞서서 정찰, 감시, 전투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 자율화된 무인기이기 때문에 유인기 조종사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유인기와 무인기의 동반 비행에는 무인기의 비행제어 기술 이외에도 무인기와 유인기, 무인기 상호 간, 유인기와 지상기지, 무인기와 지상기지, 첩보 위성과 유인기 등을 연결하는 통신 기술이 필요하다. 현대의 전투기는 탐지수단의 발달로 전송할 데이터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또 현대의 군사작전은 여러 단말기 또는 지휘소의 전술데이터를 공유하기 때문에 그만큼 통신체계도 복잡해지고 있다. 여기에 데이터 통신에 방해받지 않으려면 보다 안전한 방식의 통신이 요구되고 있다.

미군은 지난해 12월 개발 중인 게이트웨이 원(Gateway ONE)이라는 차세대 디지털 통신시스템을 비행 중인 항공기에서 시험했다. 당시 시험에서 첩보위성, 지상기지, F-22와 F-35 유인기 사이의 상호 연결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XQ-58A는 이륙 직후 게이트웨이 원 통신기기가 고장 나는 바람에 데이터 통신은 실패했지만 XQ-58A가 반자율 비행으로 유인기들과 동반 비행을 했다는 점은 성과로 여겨지고 있다. 앞으로 데이터 통신이 제대로 작동하게 되면, 이를 바탕으로 지휘 통제를 자동화하고 정보 수집과 판단 능력을 고속화하고 정밀하게 하며, 각종 장비의 자율화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지게 된다.

이처럼 무인기 활용을 확대하려는 노력은 미국과 중국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도 2019년 8월 무인기 수호이 S-70 아호트니크는 5세대 전투기 Su-57과의 동반 비행 시험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S-70 아호트니크는 첫 비행에서 동반 비행을 한 것이다. 스텔스 성능을 갖춘 이 무인기는 지난해 12월에는 지상 표적에 대한 폭격 평가도 했다. 러시아군은 이 무인기를 예정보다 1년 앞당긴 2024년에 인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무인기는 이제 빠른 속도로 자신의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최근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초연결, 인공지능 등 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바가 크다. 미래 전쟁에서 무인기의 역할은 현재와 큰 차이를 보이게 될 것이며 무인기를 활용한 다양한 전술이 구사될 것으로 예측은 할 수 있지만, 그 폭과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필자 김성걸은 외교·안보 분야로 성균관대에서 수학(정치학 박사)했다. 한겨레신문 기자로 오랜 기간 국방부를 출입했으며, 한국국방연구원에서 국방정책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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