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각국의 국경이 봉쇄되고 사람들의 자유로운 이동이 중단되는 유례없는 단절의 시기를 맞이했는데 역설적으로 디지털 공간의 발달은 가속화됐다. 비대면 수업, 재택근무 등 일상생활이 디지털 공간으로 연결되고, 온라인 구매와 같은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며,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데이터가 국경을 넘어 이동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공간의 확장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국제정치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경제를 둘러싼 국제규범은 아직 부재한 상황이다. 디지털 경제의 선봉에 있는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페이스북(Facebook), 애플(Apple) 등 ‘GAFA’로 불리는 기업들의 매출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디지털세(digital tax) 논쟁부터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과 개인정보보호의 균형 문제, 공공데이터의 접근과 공유에 대한 논의까지 국가 간, 국가와 기업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새로운 국제규범을 창출하는 게 쉬운 작업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계무역기구(WTO)가 전자상거래에 주목했던 1990년대와 달리 현재의 디지털 경제는 ‘디지털로 주문되거나 디지털로 배달되는 모든 무역’과 함께 그러한 무역에 따라오는 데이터 및 지식재산권의 이동 등을 포괄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과 함께 디지털경제가 발전하면서 기존의 규범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으며, 그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규범의 창출이 지속해서 요구되고 있다.
디지털 경제의 국제규범
아직 세계무역기구(WTO)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다자기구에서 디지털 경제에 관한 국제규범을 구체화하지는 못했다. 디지털 경제가 급속하게 발전하는 선진국과 통신인프라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개발도상국 간의 격차가 큰 만큼 국가 간 이해관계를 수렴해 나가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게다가 미국이 국내 IT 기업 보호를 명분으로 디지털 경제와 관련된 국제규범 조성에는 소극적이었던 점도 작용했다. 예를 들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디지털 무역의 자유화를 다뤘지만, 미국의 탈퇴로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일본, 캐나다,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 11개국이 합의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서 국경 간 데이터 이전, 데이터의 현지화 금지, 소스코드 공개 의무 등을 포함했다. 동시에 CPTPP 참가국이 ‘정당한 공공정책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예외적 조치로 공공질서의 유지나 국가안보를 이유로 국경 간 데이터 이전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한편 미국은 TPP 탈퇴 후에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2020년 7월 발효)과 미·일 디지털 무역협정(2020년 1월 발효)을 통해 디지털 경제에 대한 자국의 전략을 직접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우선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USMCA에 디지털 무역이라는 항목을 처음으로 도입해서 디지털 무역의 자유화 수준을 강화하는 조치를 포함했다. 나아가 미국은 디지털 무역에 관한 최초의 독립적인 협정을 일본과 체결하면서 아태지역에서 디지털 경제의 규범 제정을 선도하고자 하는 의도도 드러냈다. USMCA와 미·일 디지털 무역협정은 공통으로 공공데이터의 접근에 관한 규범도 포함했는데 공공데이터에 대한 접근과 이용은 혁신과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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