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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중국, 데이터 이동 규제 견해차…첨예한 대립

기사입력 2021. 04. 02   15:03 최종수정 2021. 04. 02   16:05

디지털경제 국제규범 창출과 데이터 안보

디지털 공간 확장 국제정치경제에 큰 영향…이해관계 해결 규범 시급
美, 국경 간 데이터 이전 자유화 찬성…EU는 개인정보 보호 전제 강조
中, 기업이 데이터 수집한 국가 안에서 저장·처리 ‘데이터 현지화’ 주장

 
국제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각국의 국경이 봉쇄되고 사람들의 자유로운 이동이 중단되는 유례없는 단절의 시기를 맞이했는데 역설적으로 디지털 공간의 발달은 가속화됐다. 비대면 수업, 재택근무 등 일상생활이 디지털 공간으로 연결되고, 온라인 구매와 같은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며,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데이터가 국경을 넘어 이동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공간의 확장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국제정치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디지털 경제를 둘러싼 국제규범은 아직 부재한 상황이다. 디지털 경제의 선봉에 있는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페이스북(Facebook), 애플(Apple) 등 ‘GAFA’로 불리는 기업들의 매출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디지털세(digital tax) 논쟁부터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과 개인정보보호의 균형 문제, 공공데이터의 접근과 공유에 대한 논의까지 국가 간, 국가와 기업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새로운 국제규범을 창출하는 게 쉬운 작업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계무역기구(WTO)가 전자상거래에 주목했던 1990년대와 달리 현재의 디지털 경제는 ‘디지털로 주문되거나 디지털로 배달되는 모든 무역’과 함께 그러한 무역에 따라오는 데이터 및 지식재산권의 이동 등을 포괄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과 함께 디지털경제가 발전하면서 기존의 규범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으며, 그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규범의 창출이 지속해서 요구되고 있다.


디지털 경제의 국제규범


아직 세계무역기구(WTO)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다자기구에서 디지털 경제에 관한 국제규범을 구체화하지는 못했다. 디지털 경제가 급속하게 발전하는 선진국과 통신인프라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개발도상국 간의 격차가 큰 만큼 국가 간 이해관계를 수렴해 나가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게다가 미국이 국내 IT 기업 보호를 명분으로 디지털 경제와 관련된 국제규범 조성에는 소극적이었던 점도 작용했다. 예를 들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디지털 무역의 자유화를 다뤘지만, 미국의 탈퇴로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일본, 캐나다,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 11개국이 합의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서 국경 간 데이터 이전, 데이터의 현지화 금지, 소스코드 공개 의무 등을 포함했다. 동시에 CPTPP 참가국이 ‘정당한 공공정책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예외적 조치로 공공질서의 유지나 국가안보를 이유로 국경 간 데이터 이전을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한편 미국은 TPP 탈퇴 후에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2020년 7월 발효)과 미·일 디지털 무역협정(2020년 1월 발효)을 통해 디지털 경제에 대한 자국의 전략을 직접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우선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USMCA에 디지털 무역이라는 항목을 처음으로 도입해서 디지털 무역의 자유화 수준을 강화하는 조치를 포함했다. 나아가 미국은 디지털 무역에 관한 최초의 독립적인 협정을 일본과 체결하면서 아태지역에서 디지털 경제의 규범 제정을 선도하고자 하는 의도도 드러냈다. USMCA와 미·일 디지털 무역협정은 공통으로 공공데이터의 접근에 관한 규범도 포함했는데 공공데이터에 대한 접근과 이용은 혁신과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중국의 얼굴인식 시스템.  연합뉴스

데이터 안보를 둘러싼 쟁점

이러한 디지털 경제의 국제규범 창출에 있어서 가장 쟁점이 되는 주제가 데이터 안보의 문제다. 한편에서는 디지털 공간의 특성에 따라 국경을 넘는 자유로운 데이터의 이동이 보장돼야 한다는 견해가, 다른 한편에서는 개인정보 침해의 문제나 사용자 보호를 위해 데이터 이동에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대립은 크게 미국, EU, 중국에 의해 나타나고 있으며, 향후 디지털 경제의 국제규범이 WTO와 같은 다자기구를 통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세 국가의 견해가 적절하게 수렴될 필요가 있다.

우선 미국은 데이터의 국경 간 이전의 자유화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비록 TPP에서는 탈퇴했지만, USMCA와 미·일 디지털무역협정을 통해 국경 간 데이터 이전 자유화를 표준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GAFA와 같은 디지털 경제를 선도하는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지속해서 점유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국경 간 이전 자유화가 장벽으로 작용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디지털 경제의 발전은 5G를 둘러싼 미·중 간 기술경쟁과도 연계된 만큼 미국은 권위주의 정부에 의한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 제한에 상당히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EU는 데이터의 국경 간 이전의 자유화가 보장돼야 하는데 개인정보 보호라는 전제 조건이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EU는 역내 국가 간의 데이터 이동은 보장하지만, EU 이외의 제3국으로 데이터를 이전할 때 개인정보 보호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2018년부터 개인정보보호법(GDPR)을 시행해서 EU 내 사업장을 운영하거나 전자상거래를 제공하는 기업이 개인정보를 열람하거나 EU 바깥으로 이전할 때 반드시 개인의 동의를 받게 하고 있다. 이렇게 데이터의 수집과 이용을 제한함으로써 지역적 차원의 데이터 안보를 실현할 수 있지만, 지나친 규제는 디지털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는 있다.

미국과 EU가 데이터의 국경 간 이전 자유화를 보장하는 정도에 따른 차이를 보인다면 중국은 데이터의 현지화(localization)를 주장한다. 데이터의 현지화는 기업이 데이터를 수집한 국가 안에서 해당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즉, 기업이 국경 내 정보를 국경 밖으로 이전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디지털 경제의 성장에서 국경 간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전은 필수요건이다. 물론 EU는 정보보호를 명분으로 데이터 이전의 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하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입장은 국경 간 데이터 이전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중국은 타국 기업이 중국 내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면서, 자체적인 데이터 시장을 유지하기 위한 네트워크 안전법 등을 정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 보호주의는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규범 마련에 걸림돌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최근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WTO, OECD와 같은 다자기구를 통해 디지털세 등을 포함한 디지털 경제의 규범 창출을 선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데이터 안보를 둘러싸고 EU, 중국과의 입장 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에 유념하면서 디지털 경제의 발전과 데이터 안보의 문제가 국가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필자 조은일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정치학 박사는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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