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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 대한 모든 것 어디까지 들어봤니?

기사입력 2021. 03. 30   16:48 최종수정 2021. 03. 30   17:03

13 인터넷 방송, 만화 이야기를 하다

프로 만화가부터 평론가까지
팟캐스트·유튜브로 독자와 소통
작품 소개·인터뷰·노하우 공유
다양한 콘텐츠로 만화담론 확충
전통 미디어보다 장벽 낮으나
일부 제외하고 꾸준한 유지 어려워


2001~2002년 PC통신 서비스 천리안에서 사이버자키(CJ)라는 직함으로 진행했던 ‘서찬휘의 만화인으로 살자’ 녹음 장면.
‘LBC의 웹투니스타’ 팟캐스트 팟빵 페이지.
 ‘이종범의 웹툰스쿨’ 유튜브 페이지.

나는 하루를 ‘오성식의 굿모닝 팝스’로 시작해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로 마무리 짓던 라디오 키드였다. 그즈음 인터넷 세상이 펼쳐지면서 나는 어린 시절부터 꿈꿔오던 DJ를 온라인 세상에서 펼치기 시작했다. 물론 당시 내 방송은 냉정하게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바를 방송국이 아닌 인터넷 환경에서 대중 앞에 육성으로 펼칠 수 있다는 점은 방송 형태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동기가 됐다.

그런데 이 시기에 나와 같은 라디오 키드들은 인터넷 환경을 만나면서 대체로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바로 음성 파일을 녹음해 업로드 하거나, MP3 플레이어인 윈앰프 등을 이용해 청취자를 직접 내 컴퓨터로 접속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시간으로 진행자가 선곡한 노래를 목소리와 함께 들을 수 있게 했다. 아울러 실시간 인터넷 방송 전문 사이트가 등장하거나, 성우를 DJ로 기용하는 등 새로운 미디어가 출현했다.

이후 팟캐스트와 더불어 유튜브로 대표되는 영상 미디어 플랫폼이 보여준 폭발력은 이러한 소규모 단위 미디어가 전통적인 미디어를 위협 또는 대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얼마 전 지면에서도 소개한 음성 기반 소셜 미디어 ‘클럽하우스’의 등장은 유튜브가 대세인 줄 알았던 세태 속에서 음성만을 일 대 다 또는 다 대 다로 송출해 라디오 시대의 향수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마추어 무선 통신기로 해적 방송을 만드는 모습을 담았던 영화 ‘볼륨을 높여라’ 속 풍경이 바야흐로 전 국민 단위로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만화도 놓치지 않았다. 인터넷 방송 분야가 발전하지 못했던 시기부터 오랜 시간 만화와 그 주변 이야기들을 방송 형태로 다루어 온 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지금처럼 만화가 산업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주목을 받기 이전부터 독자들과 소통해왔다.

대표적인 몇몇 방송을 소개해 본다. 먼저 대표적인 웹툰 전문 팟캐스트로 꼽히는 ‘웹투니스타’다. 지난 2013년 처음 시작한 이 방송은 만화 평론가 이재민 씨와 김지연 씨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300여 회에 이르고 있다. 특히 ‘웹투니스타’는 적절한 무게 배분과 날카로운 비평, 그리고 현재 주목해야 할 작가들의 목소리를 직접 담아내 만화 비평의 또 다른 장을 열었다. 이들은 유튜브로 흐름이 옮겨간 환경 변화 속에서도 본래 자리에서 오디오 방송이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을 끊임없이 탐색하고 있다. 또한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를 비롯한 만화 행사에서도 진행을 맡는 등 업계 내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해내고 있다.

‘웹투니스타’가 웹툰 전문 방송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면, ‘만화 클래식’은 웹툰만이 아니라 상업 출판만화와 독립만화 등을 아우르는 만화 이야기를 담아 온 팟캐스트다. ‘만화 클래식’은 자본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가 보여주고자 하는 만화를 추구하는 독립만화 전문 서점 사이드비(sideB)를 운영하는 만화가 성인수 씨가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111편이 이어졌다. 무엇보다도 작품 소개와 함께 작가 인터뷰가 주목할 만하다. ‘웹투니스타’의 이재민 씨와는 연중 기획이라 할 만화 평론·리뷰집 ‘만화 읽고 쓰다’를 함께 준비하고 있으며 팟캐스트를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프로 만화가가 진행하는 팟캐스트도 있다. 지난 2010년, 네이버 연재 작가들을 중심으로 웹툰을 연재하는 만화가들의 사랑방이 됐던 카툰부머에서 출발한 ‘부머 라디오’가 등장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웹툰 작가들이 마감 시간을 쪼개어 만들어냈던 이 팟캐스트는 웹툰이 정착하던 시기 작가들의 고민점과 충돌점, 작품 제작에 관한 다양한 고민들을 나누며 청취자들을 모았다. 이 카툰부머에서 활동하며 노하우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것의 의미를 발견했던 ‘닥터 프로스트’의 이종범 작가는 이후 2017년부터 ‘웹툰스쿨’이라는 팟캐스트를 제작하면서 이야기 작법을 비롯해 작가 인터뷰 등 다채로운 콘텐츠를 선보였다. ‘웹툰스쿨’은 유튜브에도 동명의 영상으로 올라오면서 많은 만화가 지망생과 만화가 동료들, 독자들에게 웹툰에 관한 공부와 이해에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웹툰스쿨’은 지난 2020년엔 『웹툰스쿨- 웹툰 창작과 스토리 작법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제목을 단 출판 단행본으로 묶여 나왔다. ‘야후’ ‘미생’의 작가 윤태호 씨는 이 책을 “많은 웹툰 작가에게 웹툰의 세계와 작품 창작의 방법을 알려주는 ‘약도’와 같다”며 추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팟캐스트는 ‘오감수다’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제작된 ‘오감수다’는 ‘그래픽노블 덕후 방송’을 표방하는 팟캐스트로 ‘부드럽고 감성 충만한 언니들이 모여 만화, 그래픽노블의 세계를 소개’한다고 밝힌다.

그래픽노블은 명명자 윌 아이스너의 의도와는 달리 마케팅 용어로서 부각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대체로 완결성 있는 서사, 독창적이거나 압도적인 밀도를 지닌 그래픽을 갖추고 비교적 고급 판형·고가를 채택한 작품군을 분류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오감수다’는 이와 같은 국내외 그래픽노블의 작가 인터뷰 등을 다뤄 인터넷 방송을 통한 만화 담론에 다양성을 확충했다.

인터넷 방송은 전통 미디어에 비해 장벽이 낮아 누구나 접근하기 좋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부를 제외하면 동력을 꾸준히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만화와 웹툰 관련 팟캐스트는 적지 않으나 현재까지 계속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여전히 험난한 길 속에서 자기만의 만화 이야기를 펼치는 이들을 응원한다. 독자 여러분께도 이들을 향한 ‘구독과 좋아요’를 아끼지 않길 당부한다.

<서찬휘 만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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