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박영욱 조명탄] 알파고 이후,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

입력 2021. 03. 30   15:44
업데이트 2021. 03. 3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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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욱 한국국방기술학회 학회장
박영욱 한국국방기술학회 학회장


정확히 5년 전이었다. 2016년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전 세계의 이목이 서울의 한 호텔에 마련된 바둑 대국장으로 쏠렸다.

구글이 인수한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α-Go)가 이세돌 9단에게 4대1로 승리하면서 기술문명사에 새로운 기록이 추가됐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화려한 대국 이벤트 이후, 변화 과정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파고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알파고가 바둑의 규칙과 인간 지식인 과거 기보 빅데이터가 입력된 상태에서 강화학습을 진행해 능력을 습득한 알고리즘이었다면, 2017년 출시된 알파고제로의 능력은 이미 기보 데이터의 사전 입력과 학습 없이 바둑 규칙에 대한 지식 데이터만으로 알파고와의 시뮬레이션 대국에서 완승할 정도로 발전했다. 알파고제로에서 바둑 Go를 떼어버린 알파제로가 연이어 공개됐는데, 알파제로는 단일한 AI 알고리즘으로서 알파고제로뿐만 아니라 체스 및 장기 게임 AI 프로그램까지 모두 제쳤다.

더 극적인 인공지능의 최신 버전은 불과 몇 달 전인 2020년 12월 23일 네이처를 통해 뮤제로(Mu-Zero)가 출시되면서 공개됐다. 뮤제로는 더 이상 바둑의 기보 빅데이터, 바둑 규칙을 입력하지 않아도 바둑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게임에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체득하는 범용 AI 알고리즘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주로 전문가(expert) 시스템으로 알려졌던 현재까지의 인공지능이 대용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든 환경조건에 대해 모델링 연산과정을 거쳐 학습 능력을 키웠다면, 뮤제로는 알려지지 않은 게임의 환경조건을 학습해 모델링 기반으로 전략 계획을 할 수 있는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쉽게 표현하면 엄청난 교과서의 지식이 입력되지 않아도, 강화학습 단계에서 스마트하게 공부 잘하는 방법 자체를 배워 다양한 교과목에서 인간을 넘어서는 발군의 학습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과거의 엄청난 공중전 데이터가 꼭 입력되지 않아도 AI 에이전트가 인간 파일럿과 대결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실시간 스트리밍 데이터를 통해 그 기법을 학습함으로써 구조화된 알고리즘을 얻을 수 있고, 결국 인간 파일럿을 넘어서는 AI 파일럿이 탄생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인간의 압축된 경험과 함께, 논리적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창의적 능력(수평적 사고로 표현되기도 한다) 자체를 학습해 버리는 인공지능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은 반드시 관련 빅데이터를 전제로 구현 가능한 기술로 설명하거나, 한발 더 나아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동일시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추세는 그 상식이 언제나 옳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필요한 데이터의 용량과 컴퓨터의 연산 기능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더 뛰어난 인공지능이 등장한 것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빅데이터를 모으거나 가공하는 데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 재정적 부담에 비해 그 결과가 얼마만큼의 효능이 있는지에 대해 일부 회의적인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맥락 없는 빅데이터보다는 사용자의 관점을 반영해 목적에 따라 잘 관리되는 스몰데이터가 더 유용할 수 있다는 데이터 관점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이제 인공지능의 가능성과 함께 가용 데이터의 존재와 범주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우리 국방의 현실에서 빅데이터이냐 스몰데이터이냐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오히려 논의의 좋은 출발점이 될지에 대해 좀 더 깊고 다양한 논의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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