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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지휘통신사] ‘전파’로 싸우는…또 다른 ‘전투’를 대비한다

임채무

입력 2021. 03. 24   17:19
업데이트 2021. 03. 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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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군 유일 국군지휘통신사 EMSO실

아군 무선장비 성능에 지대한 영향 주는 혼신원 정밀 추적
미래전장 핵심 전자전 승패 좌우…軍 유일 전문 조직 자부심

23일 국군지휘통신사령부 한영식(왼쪽) 군무사무관과 김승기(육군하사) 스펙트럼 측정담당이 혼신원 탐지·추적 훈련 중 LTE 모뎀이 탑재된 특수작전차량에서 스펙트럼 분석기를 활용해 혼신원 예상 위치를 분석하고 있다.사진=이경원 기자
23일 국군지휘통신사령부 한영식(왼쪽) 군무사무관과 김승기(육군하사) 스펙트럼 측정담당이 혼신원 탐지·추적 훈련 중 LTE 모뎀이 탑재된 특수작전차량에서 스펙트럼 분석기를 활용해 혼신원 예상 위치를 분석하고 있다.사진=이경원 기자

“혼신원(混信原)으로 추정되는 이상 신호 확인. 지금 즉시 출동!”

23일 경기도 과천시 국군지휘통신사령부(이하 통신사) 전자기스펙트럼작전(EMSO·Electro Magentic Spectrum Operation)실 안. 혼신원 추정 상황을 접수한 상황조치팀이 현장에서 혼신원의 위치를 추적하는 스펙트럼측정팀에게 출동준비 지시를 내렸다. 측정팀은 즉시 장비를 갖춘 뒤 수송부로 뛰어가 LTE 모뎀이 탑재된 특수작전차량에 탑승했다. 혼신원 추적·탐지 훈련이 시작된 것.

민간에 허가된 주파수 대역에서 혼신원이 발생했을 경우 중앙전파관리소에서 조치하지만 군 허가 대역 또는 군과 민간 대역에 걸쳐 혼신원이 발생했을 때는 EMSO실에서 원인 확인과 조치에 들어간다. 현장을 안내한 한영식(군무사무관) EMSO실장은 “혼신원은 아군 무선 장비의 성능 발휘에 큰 영향을 주기에 즉각적으로 조치해야 한다”며 “특히 적의 재밍(전파 교란 행위) 공격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상시 출동준비태세를 갖춘 가운데 이처럼 불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혼신원을 탐지·추적하는 특수 안테나와 스펙트럼 분석기, 자체 발전기 등을 갖춘 특수작전 차량.사진=이경원 기자
혼신원을 탐지·추적하는 특수 안테나와 스펙트럼 분석기, 자체 발전기 등을 갖춘 특수작전 차량.사진=이경원 기자
 

측정팀이 출동 준비를 할 동안 EMSO실 안에서는 스펙트럼분석팀이 중앙전파관리소로부터 전달받은 혼신원의 세기, 주파수 대역, 예상 위치 등을 바탕으로 정밀한 위치 추적에 들어갔다. 특히 제원을 입력하면 3D 지도에 혼신원의 예상 위치를 나타내는 전파간섭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탐색 범위를 좁혀 나갔다.

동시에 확인된 정보는 출동 중인 측정팀에 전달됐고, 측정팀은 이를 바탕으로 교차 탐색이 용이한 지점 2곳을 선정해 이동했다. 곧이어 현장에 도착한 측정팀은 차량 내부에 탑재된 스펙트럼분석기에 이상이 확인된 주파수 범위를 입력했다. 그러자 분석기 화면에 민간과 군 사용 주파수를 뜻하는 빨간색과 초록색의 파형이 그려지며 주파수 방향을 탐지하기 시작했다. 모니터를 유심히 보고 있던 김승기(육군하사) 스펙트럼측정담당은 “보통 2곳 이상에서 교차 탐색을 하기에 혼신원이 발생하는 위치를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면서 “측정팀 전원은 완벽한 임무 수행을 위해 장비마다 사용하는 고유의 주파수를 거의 대부분 숙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하사를 비롯한 측정팀이 수집한 혼신원 정보는 EMSO실 안 전파방향탐지연동시스템으로 자동 전송됐다. 그리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시스템이 유력한 혼신원 발생 지점을 지도상에 표시했다. 상황조치팀은 해당 위치에 군부대가 있는 것을 파악, 해당 부대의 무선장비 사용 간 주파수 설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주파수 조정·통제 조치를 하면서 이날 훈련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유일한 전자기스펙트럼작전 전문조직

이름만큼이나 훈련 모습도 생소했던 혼신원 추적·탐지 훈련은 전군에서 유일하게 통신사 EMSO실만 수행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펙트럼 혼선·간섭 측정 및 무선국 검사 △전군 무기체계 주파수 분석 및 평가 △민·관·군 합동 전파교란 대응훈련 등도 전군에서 유일하게 EMSO실만이 수행한다. EMSO실이 우리 군 유일의 전자기스펙트럼작전 전문조직이기 때문이다.

EMSO실은 군 스펙트럼 조정통제 및 분석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기술 부서의 필요성에 따라 지난 2001년 11월 창설됐다. 임무의 중요성에 비해 그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전자기스펙트럼의 중요성을 안다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이들이 맡은 전자기스펙트럼작전은 미래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자전’의 영역에 속한다. 전자기스펙트럼은 인공적인 유도 없이 자유공간에 퍼져나가는 3000㎓ 이하의 주파수다. 알람을 울리기 위해 휴대전화가 GPS에서 시간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에 사용하는 주파수나 텔레비전 리모컨 버튼을 누를 때 이용되는 주파수가 바로 전자기스펙트럼이다.

무기체계에서도 이 같은 전자기스펙트럼을 사용한다. 무인비행기(UAV)를 조종할 때나 비행 중인 UAV로부터 영상신호를 받을 때 쓰는 주파수도 전자기스펙트럼이다. 무전기 교신도 전자기스펙트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현대 무기체계에서 전자기스펙트럼 사용은 절대적이고 향후 개발되는 무기체계의 전자기스펙트럼 의존도는 더 증가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최근 EMSO실이 우리 군 위성 아나시스(ANASIS)-Ⅱ를 대상으로 주파수 분야 시험평가를 진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EMSO실은 시험평가를 통해 기승인된 주파수 현황과 일치하지 않는 주파수들을 식별한 뒤 조치해 스펙트럼 분야의 전문성을 검증했다. 특히 올해는 전군의 주파수 데이터베이스(DB)를 관리하는 합동전파관리시스템(JSMS)의 성능 개량을 통해 복잡해지고 다양해지는 스펙트럼 운용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이런 점에서 전·평시 감시·타격 장비의 전파 사용 여건을 보장하고, 전파 혼선·간섭 발생 시 최단시간에 이를 해결하는 전자기스펙트럼작전은 미래전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실장은 “과거에는 총으로 싸우는 것을 전투라고 불렀지만 미래에는 전파로 싸우는 것 또한 전투라 불리게 될 것”이라며 “다가올 무인전투시대에 대비해 전군 유일의 전자기스펙트럼 작전 임무 수행 전문 조직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임채무/사진=이경원 기자


■ 용어 설명

혼신원(混信原)은 무선장비마다 부여되는 고유의 주파수 대역을 다른 장비로 무단 사용하거나 침범함으로써 장비 작동 등에 피해를 주는 이상 신호 또는 그 원인을 뜻한다.

임채무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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