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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 과학과 열정으로 전투력 높이는 훈련부대의 영원한 동반자

최한영

입력 2021. 03. 11   17:09
업데이트 2021. 03. 1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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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
세계 세번째 여단급 전투훈련체계 개편
훈련 부대와 맞는 마일즈 장비 선택하면
장병 앞까지 도착…자동화 시스템 구축

자주포·박격포 등 곡사화기 훈련
자동 인식·구현…전세계 유일

실기동 훈련보다 비용 절감·안전

훈련 데이터 수집·관리
문제점 분석 보완해 전투력 향상


KCTC 전문대항군 전투지원중대 장병들이 훈련장에서 전투력 향상을 위한 자체 소부대 전투훈련 중 전술보행을 하고 있다. 사진=한재호 기자
KCTC 전문대항군 전투지원중대 장병들이 훈련장에서 전투력 향상을 위한 자체 소부대 전투훈련 중 전술보행을 하고 있다. 사진=한재호 기자

육군은 급변하는 안보환경과 복무 기간 단축 등의 환경 속에서도 ‘싸워 이기는 군대’를 육성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미래형 첨단 플랫폼을 갖추고 초연결·초지능화된 조직으로 변모함으로써 미래 전장을 지배하는 첨단 과학기술군으로의 변혁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목표는 미래 전장환경에 맞는 장비를 확충하는 것과 함께 전투원의 수준을 높이는 노력이 수반돼야 달성할 수 있다. ‘훈련 부대의 동반자’를 표방하는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Korea Combat Training Center)은 실전적인 과학화 전투훈련으로 현용 전력을 극대화하고 미래전력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최한영/사진=한재호 기자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전투훈련장비센터에서 장병들이 관찰통제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투훈련 장비를 수령하고 있다.사진=한재호 기자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전투훈련장비센터에서 장병들이 관찰통제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투훈련 장비를 수령하고 있다.사진=한재호 기자

훈련에 맞는 마일즈장비 자동불출

10일, KCTC 내 전투훈련장비센터에서는 훈련을 앞둔 장병들이 마일즈 장비를 수령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건물 5층 높이의 센터 안에는 높이 15m의 적재 랙(rack)에 훈련 장비·부수기재 48종, 15만 점을 보관 중이다. 센터 관리요원들이 훈련 부대 성격에 맞는 마일즈 장비를 선택하면, 해당 장비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장병들 앞까지 도착하는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돼 있었다. 엄용선(군무부이사관) 훈련장비처장은 “하루, 1주일, 1년 단위 예방정비를 하며 장비 불출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훈련장에서는 전문대항군 장병들의 소부대 전투훈련이 한창이었다. KCTC에 입소한 훈련부대는 없었지만, 장병들의 전투력을 높이기 위한 자체 훈련이었다. 과거 ‘전갈대대’로 잘 알려졌던 전문대항군은 지난 2015년 연대급으로 격상됐다. 장병들은 ‘적보다 강한 적, 적보다 지독한 적’ 구호 아래 뛰어난 전술을 구사하며 실전을 방불케 하는 전장 환경을 조성한다. 이를 통해 훈련부대의 전투능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고 전시 임무 수행능력을 검증할 수 있도록 돕는 카운터파트(Counterpart) 역할을 하고 있다.

김보람(대위) 전투지원중대장은 “평소에도 산악 체력과 지형을 보는 눈을 기르고, 소부대 전투기술을 숙달하는 것을 중점으로 교육훈련을 하고 있다”며 “전 군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 장병들과 즐겁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의도 41배 면적 훈련장 구비

KCTC는 훈련 부대가 전장 상황을 체험하고, 임무필수과업목록(METL·Mission Essential Task List)을 토대로 전시 임무 수행능력을 검증토록 하는 곳이다. 훈련 부대들이 자신의 문제점을 분석·보완해 전투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2002년 4월 중대급 훈련체계로 출발한 KCTC는 2005년 대대급으로, 2018년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이어 세 번째로 여단급 전투훈련체계로 개편했다. 지금까지 22개 여단 전투단에서 온 5만2000여 명의 장병이 실제 전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훈련하며 ‘평범한 군인에서 비범함 전사로’ 거듭났다.

KCTC가 보유한 훈련체계의 우수성은 우리 군뿐만 아니라 훈련에 참여한 외국군들로부터도 호평받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주포·박격포 등 곡사화기 훈련을 자동으로 인식·구현할 수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훈련 부대들은 서울 여의도 면적 41배 규모의 전투훈련장에서 산악·건물지역 전투, 공중강습, 도하작전, 작전지속지원 등 실전적인 과학화 훈련을 하며 전장에서 요구하는 능력과 훈련수준을 확인하고 있다. 훈련 1회 기준 KCTC에서의 훈련 비용(14억 원)이 실탄을 사용한 실기동 훈련(244억 원)보다 절감되며 안전 확보, 국민불편 해소 측면에서도 효용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래전 승리 위한 빅데이터 구축

KCTC에서는 과학화 훈련에 전문화된 관찰통제관(통제관)과 전투훈련분석관(분석관)이 훈련부대의 전투능력을 끌어내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통제관은 훈련부대의 분대급 이상 제대에 편성돼 함께 움직이면서 전술적 판단, 행동, 명령 하달 등 모든 부분을 면밀히 관찰한다. 분대장부터 여단장까지 일거수일투족은 관찰통제관에 의해 관찰·기록되며 이는 영상이나 데이터로 확인할 수 없는 측면을 분석하는 기반이 된다.

분석관은 훈련에 참여한 모든 전투원의 위치, 사격, 피해정보 등 과학화 장비를 통해 수집되는 객관적인 정형데이터와 관찰통제관에 의해 확인되는 비정형데이터를 합쳐 정밀하게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훈련 부대의 전시 임무 수행능력을 검증한다.

KCTC는 수집한 전투훈련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면서 미래를 위한 빅데이터도 구축하고 있다. 새로운 개념의 미래 전투체계를 디자인하기 위해 야전부대와 육군대학, 각 병과학교 등과 연동한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 저장한 데이터를 분류·목록화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생산하고, 전투발전 방안을 도출함으로써 미래 전장에서 승리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KCTC 전문대항군 전투지원중대 장병이 훈련 전 전투훈련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사진=한재호 기자
KCTC 전문대항군 전투지원중대 장병이 훈련 전 전투훈련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사진=한재호 기자


외국군 군사교류로 국방한류에 기여

KCTC는 사회 각계 인사 대상 안보체험장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KCTC를 방문한 사람들은 과학화전투훈련체계를 이해하고 전투도 체험하며 육군의 발전상을 확인하고 있다. 미군·영국군 등과 군사교류를 하며 ‘국방한류’에 기여하고 체계 수출도 지원하고 있다.

KCTC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토대로 다가올 미래전장 환경에서 전투력 창출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진우(준장) KCTC 단장은 “야전부대를 존중하고 장점을 찾아주면서 작전계획을 검증해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인간 중심의 지휘철학이 미래 전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지휘통제방법이라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대원 간 소통·존중 중요…훈련 후 성장 기대”
[인터뷰] 이 진 우 KCTC 단장



“테니스 선수가 스쿼시를 처음 접했을 때는 당황스러울 것이다. 정면으로만 공을 치는 테니스와 달리 스쿼시는 좌우 벽, 천장까지 이용하기 때문이다.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용 경기장에서 프로선수의 레슨을 받아야 한다. 변화하는 전장 환경에서 훈련부대 장병들의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 스쿼시경기장(훈련장·과학화훈련체계)과 프로선수 레슨(전문대항군)을 제공하는 곳이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이다.”

이진우(준장) KCTC 단장은 10일 ‘국방일보’ 인터뷰에서 KCTC의 역할을 테니스와 스쿼시에 빗대 설명했다. 훈련부대가 원하는 훈련을 해주고, 수립한 작전 수행방법과 계획을 검증·보완할 수 있도록 돕는 부대라는 것이다. 이 단장이 부대원들에게 ‘야전부대의 생각을 존중하라’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훈련 2~3주 전 KCTC 요원들이 훈련부대를 찾아가 모의통제기준, 전투장비 운용 등에 대한 사전 교육을 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이 단장은 “훈련 후에도 해당 부대의 특성·장점을 찾아주는 것은 물론 개선점도 제시해 나중에라도 활용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부대 지휘관이 ‘감사하다, 부대 내 교육훈련제도를 점검·보완하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을 보내오면 존재 목적을 확신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KCTC 구성원들의 임무 수행 강도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였다. 다른 부대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의 성장을 돕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일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마련이다. 이 단장도 “훈련장에 도착한 훈련부대의 사전 지형정찰, 자격시험 등의 일정을 계속 소화하려면 누군가의 희생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별다른 휴일도 없이 헌신하고 있는 장병과 군무원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KCTC의 훈련부대 중심 노력은 최근 육군의 주요 철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임무형지휘’와도 맞닿아있다. 임무형지휘는 지휘관이 부하에게 수행해야 할 임무를 명확히 제시하고 수행 여건을 보장하되, 수행 방법은 최대한 위임해 예하 부대가 자율적·창의적으로 수행토록 하는 방법을 말한다. 임무형 지휘는 과거 작성한 작전계획 외에 상관과 부하 사이에 소통과 존중이 수반돼야 가능하다. 이 단장은 “올해 초 남영신 육군참모총장께서 ‘과거의 경험적 요소를 현재에 적용하려는 습성을 버려라’는 일성을 보냈고, 육군교육사령부에서도 현용전력 극대화와 미래전력 창출로 육군의 변혁을 주도하기 위해 움직이는 중이다”며 “이에 맞춰 KCTC의 훈련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단장이 이 과정에서 주목한 요소는 ‘사람’이다. 상관과 부하 사이에 소통과 존중이 활발히 일어나고, 전투원의 의지와 창의력이 있어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일선 부대에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단장은 “훈련결과 피드백을 받은 부대원들이 자기를 돌아보고 성장하는 변화가 많이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한영 기자


최한영 기자 < visionch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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