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김두기 기고]맛있는 봄

입력 2021. 02. 25   16:50
업데이트 2021. 02. 2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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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두 기
시인
김 두 기 시인
갓 맛이 배기 시작한

봄날에는

쫄깃쫄깃한 사랑을 먹고 싶다



봄바람으로 뜸 들이고

잘 데친 춘심으로

마음을 쌈 싸먹고 싶다



한동안 자리 잡았던

겨울바람을

마음의 아궁이에 넣고 불 지핀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푸른 연기는

향긋한 냄새로 온 사방에 번진다



너처럼 새롭게

맛있는 설렘으로 당신 안에서

군침 고이는 사랑을 하고 싶다





시 감상

꽃샘추위가 가끔 시비를 걸어도, 봄은 입춘과 우수의 강을 건너왔습니다. 시인은 신춘의 감흥을 ‘갓 맛이 배기 시작한/봄날에는/쫄깃쫄깃한 사랑을 먹고 싶다’라고 노래하면서, 봄맞이의 설렘과 소망을 음식에 비유해 맛있는 시 한 상을 차렸습니다. ‘마음의 아궁이에’서 ‘타닥타닥 타오르는/푸른 연기’처럼 봄의 ‘향긋한 냄새’가 ‘온 사방에 번’지고 있습니다. 그냥 읽고만 있어도 봄날의 이미지가 싱싱한 식탁 위에 펼쳐진 듯한 맛을 느낄 수 있을 듯합니다. 청각→시각→후각→미각으로 전달되는 이미지가 산뜻하게 돋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미지는 우리 신체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느끼는 감각을 말합니다. 시가 독자에게 전하는 생각과 의미를 관념이라고 하는데, 이 관념을 육화한 것이 이미지입니다. 형상(形象)이라고도 합니다. 몸으로 느끼는 구체화된 서정이란 뜻입니다. 루이스(C. D. Lewis)는 이미지의 역할을 신선감, 강렬성, 환기력 등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감각이 형상화된 시를 읽으며 기쁨과 슬픔의 서정을 공유합니다. 코로나19로 지친 겨울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맛있는 설렘으로 당신 안에서/군침 고이는 사랑을’ 하는 봄날을 기대합니다.

차용국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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