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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에서 가장 벅차고 명예로웠던 시간

기사입력 2021. 02. 23   16:40 최종수정 2021. 02. 23   16:41


홍 준 표
육군3사관학교 4학년 생도

2년의 생도 생활을 마치고 학교에 남아 58기 후배들을 지도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나와 같은 길을 걷기 위해 영천 땅을 밟은 후배들이 생도 생활의 첫걸음을 잘 내디딜 수 있도록 아껴주고 진심 어린 지도를 하고 있다.

후배들의 모습에 2년 전 내 모습이 겹쳐 보인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우리는 왜 이곳에 왔는가? 왜 이 길을 가는가?

나는 육군5사단에서 현역 병사로 복무하다가 육군3사관학교에 지원했다. 밤샘 연속의 대학 생활에 지쳐 숨 돌릴 곳을 찾아 입대했기 때문에 군 복무에 대한 열정이나 간부가 돼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상병 계급장을 달고 분대장이 됐다. 분대원들과 생활하며 분대장교육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전입한 분대원들이 부대에 적응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부대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간부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대에 오는 청년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장교가 될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부대 인사과장님과 상담하던 중 사관생도에 대해 알게 됐다. 사관학교의 커리큘럼·지휘근무제도에 대해 듣고 부대 연병장에 나가 구령 조정을 배우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사관생도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정복을 입은 내 모습을 상상했다. 그렇게 영천의 3사관학교로 오게 됐다.

사관생도가 되기 위해서는 기초훈련을 받아야 했다. 육군훈련소에서 받았던 훈련과는 달랐다. 체력향상, 전투기술 이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고 사관생도의 가치, 예복, 명예와 신의, 신독(愼獨)의 의미 등을 고민했다. 그 과정은 어디에서도 해본 적이 없는 낯설고 고된 시간이었지만 반드시 올라가야 할 계단들이었다. 생도는 단지 보여지는 모습뿐만 아니라 그 내면의 당당한 군사적 가치로 빛이 나는 사람들이다.

생도 생활을 시작하며 이 길이 나에게 맞는 길인지, 방향을 잘못 들어 계곡으로 빠지는 것은 아닌지 수많은 걱정과 의심을 했다. 하지만 네 번의 일반학기와 수차례 군사훈련을 거치면서 이제야 내가 왜 이 길을 택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어떤 대나무는 죽순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세상에 얼굴을 내밀고 나면 하루에 1m씩 자란다고 한다. 나도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 의심하던 시절을 지나 지금 모습은 입교 이전과 비교하면 정말 많이 달라졌다.

지난 생도 생활은 내 삶에서 가장 가슴 벅차고 명예로웠던 시간이었다. 국가안보와 전공 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갖췄으며, 3000피트 상공에서 두려움을 무릅쓰고 뛰어내릴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무엇보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56기 동기들을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며 ‘같이의 가치’를 배웠다.

나는 곧 육군 장교로 임관한다. 장교라는 꿈을 실현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지금껏 내가 배우고 느낀 것을 발전시켜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는 군사 전문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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