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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성원’에 가족·고국에 대한 그리움 달랬다

서현우

입력 2021. 02. 18   16:40
업데이트 2021. 02. 1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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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은 가까이에


장병 노고에 국민들 아낌없는 박수
추석에 맞춰 위문품과 편지 전달
위성전화로 가족과 통화 큰 위로

상록수부대 장병들이 소말리아 모가디슈에 도착한 물자를 주둔지로 수송하기 위해 현지 트럭에 옮기고 있다. 사진 제공=정장수 당시 상록수부대 운영과장
상록수부대 장병들이 소말리아 모가디슈에 도착한 물자를 주둔지로 수송하기 위해 현지 트럭에 옮기고 있다. 사진 제공=정장수 당시 상록수부대 운영과장

섭씨 35도를 웃도는 무더위와 폭풍처럼 이는 모래 먼지 속에서도 상록수부대원들은 국위 선양의 책무와 임무 완수를 향한 투지로 제 역할을 꿋꿋이 해냈다. 장병들의 노고에 우리 국민은 아낌없는 박수와 함께 정성의 마음을 보내기도 했다. 한국과 소말리아를 잇는 마음의 거리와 깊이는 결코 멀지도, 얕지도 않았다.

1993년 9월 27일 국방부는 건군 45주년 및 추석 명절을 맞아 상록수부대에 위문대 300개를 보냈다. 국민의 온정으로 채워진 위문대는 위문편지 2600여 통을 비롯해 화장품, 양말, 면장갑, 서적, 필수 일용품 등으로 구성됐다. 또 같은 달 28일까지 위문품과 위문편지를 접수하는 창구를 추가 마련, 편지 2000여 통과 위문품을 받아 공군수송기 편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아울러 부대원들이 국내 가족과 안부를 나눌 수 있도록 위성전화를 연결해 통화를 제공했다.

“인터넷은 물론 휴대전화와 공중전화도 없던 상황에서 편지와 위성전화는 부대원들에게 큰 위로가 됐습니다. 부대원들은 어려운 과정을 참고 이겨내며 한국군 최초의 유엔군이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임무를 펼친 것입니다.”


장정훈 상록수부대장이 부대원을 대표해 부모님들에게 쓴 편지가 실린 1993년 9월 2일자 국방일보.
장정훈 상록수부대장이 부대원을 대표해 부모님들에게 쓴 편지가 실린 1993년 9월 2일자 국방일보.
 

국민의 성원은 가족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견딜 수 있게 한 힘이었다는 게 정장수 당시 상록수부대 운영과장의 설명이다. 부대원들 역시 일과 후 가족·지인들에게 편지를 쓰며 마음을 달래곤 했다.

장정훈 상록수부대장은 1993년 9월 2일자 국방일보 지면을 통해 부대원을 대표해 부모님들에게 편지를 썼다. 아들을 먼 타국으로 보내고 노심초사 걱정하고 계실 부모님들에게 그곳에서의 생활을 전하며 위로를 건네는 내용이었다. 투박하지만 진심을 다해 작성한 편지에는 부대장으로서 갖는 책임과 고민이 담겨 있었다.(편지글 참조)



신혼 단꿈 뒤로하고 파견 자원 장병도

이와 함께 1993년 소말리아 현장에 파견됐던 본지 기자에 따르면 상록수부대원 중에는 특이한 이력과 사연을 가진 장병도 여럿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혼을 포기하고 파견을 선택했거나 전문기술, 높은 희생정신을 가진 장병들이 그들이었다.

당시 시설중대 김관수 대위와 김진일 중사는 신혼의 단꿈을 뒤로하고 평화유지 활동에 참여했다. 결혼한 지 각각 10개월과 7개월 된 두 사람은 신혼의 첫발을 내딛자마자 파견을 자원한 것. 두 간부는 “군인이기에 어려움도 참을 수 있는 것”이라며 임무 활동에 전력을 다했다고 한다. 같은 중대 진길재 상병은 입대 전 세계 각국을 다녀 본 경험이 있는 병사였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선원이 되고자 수산계열 학교로 진학했고, 외항선원으로 곳곳을 누비며 많은 경험을 했다. 아프리카는 그에게 낯설지 않은 땅이자 운명 같은 곳이었다.

근무지원중대 윤종삼 중사는 부대 내 정밀기계에 이상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인물이었다. 관련 분야 전공자였던 그는 부사관으로 명칭이 바뀌기 전이었던 시기 ‘하사관(현 부사관) 시험’에 합격해 통신무선정비 교육을 받았다. 정밀기기와 통신장비 수리에 관해서는 부대 내 일인자로 활약했다. 같은 중대 김진관 병장은 부대 내 병사 중 최선임으로 항상 앞장서서 솔선수범했다. 특히 장병들의 이발을 도맡아 하며 부대원들이 언제나 산뜻한 마음으로 작전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왔다. 서현우 기자


[고국의 장병 부모님께]

존경하는 부모님들.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고국에서 부대에 면회 오셨을 때 환송 행사장에서, 또 지면을 통해 자주 뵈어서 그런지 어느새 부모님과 정이 많이 들었나 봅니다.

어젯밤 내무반을 돌아보다가 밤하늘에 총총 빛나는 별을 보면서 부모님께서 우리를 생각하고 계시는 모습을 그려 보았습니다.

저희는 부모님의 뜨거운 성원과 격려 덕분에 소말리아 평화유지군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일사불란한 행동에 다른 나라 유엔군들이 강한 인상을 받았나 봅니다.

이탈리아군과 함께 생활하면서 재미있는 일도 많이 생깁니다. 우리 말을 배운 이탈리아군들이 “감사합니다”를 “간사합니다”로 발음하기도 하고, 태권도 시범에 감탄하기도 하며 우리나라 소개 영화를 보고는 꼭 한 번 한국에 가보고 싶다고 말을 합니다.

도로 보수 준비를 하면서 틈을 내어 학교가 없어 배우고 싶어도 배우지 못하는 이곳 어린이들을 위해서 학교를 열어 그들에게 희망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가르치는 것이 바로 배우는 것임을 체험하고 있는 부대원들은 매 식사 때마다 배고픈 소말리아인들이 생각나서 그런지 한 톨의 밥알도 남기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 수도 모가디슈에서는 파벌 간의 싸움으로 긴장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곳 발라드는 현지 주민들이 평화유지군에 대단히 우호적이어서 안전하니 부모님께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를 위해 노심초사하시는 부모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무엇보다도 안전에 유의하면서 평화유지 활동을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소식 전할 것을 약속드리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1993년 9월 상록수부대장 장정훈 중령


(이 편지는 장정훈 상록수부대장이 1993년 9월 2일자 국방일보 지면을 통해 부대원들의 부모님들께 보낸 내용입니다)

서현우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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