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만화로 문화읽기

좋아하는 만화가를 여기서 만나게 되다니!

입력 2021. 02. 16   15:38
업데이트 2021. 02. 1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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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인싸템’ 클럽하우스, 만화의 활용법
 
다중 음성채팅 방식 SNS 뜨거운 관심
온라인 연단·청중석 누구나 쉽게 마련
창작자와 다수 독자 동시 입장해 소통
작가 초청 강연회 수준 행사를 모바일로
마케팅·창작 시연·인터뷰 등 자유롭게

 

클럽하우스 앱 아이콘. 연합뉴스
클럽하우스 앱 아이콘. 연합뉴스

이달 들어 모바일에서 가장 뜨겁게 관심을 모은 것은 단연 ‘클럽하우스(ClubHouse)’라는 앱을 들 수 있다. 지난해 3월 첫 등장한 이 앱은 다중 음성채팅 방식의 SNS다. 지난 2월 1일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나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썼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미국을 넘어 한국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이어 2월 둘째 주에 이르면서는 한국에서 속칭 ‘인싸템’에 등극하기에 이른다.

클럽하우스는 현재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안드로이드 체제를 사용한다면 이용할 수 없다. 또한 기존 앱 이용자로부터 초대권을 받아야 사용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럽하우스에 가입할 수 있는 초대권이 적잖은 금액으로 거래될 만큼 반응은 폭발적이다. 심지어 이 앱을 사용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아이폰으로 바꿔 구입하는 이들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사실 저장되지 않는 다중 음성 채팅이라는 점 자체가 특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국내 대표 메신저 앱인 카카오톡으로도 단체 음성 채팅은 가능하다. 또한 게임 유저들이 게임을 하는 도중에 음성 메신저로 사용하는 ‘디스코드’도 있었다.

‘웹툰 작가의 마감 중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클럽
‘웹툰 작가의 마감 중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클럽

만화가들 사이에서는 행아웃이나 스카이프가 고된 작화 작업 중 여럿이 모여 수다를 떠는 용도로 널리 쓰이곤 한다. 만화창작집단 CLAMP의 1990년 만화인 ‘동경 바빌론’에도 유선 전화를 이용한 매우 고가의 다중 통화 사서함이 등장한다. 이처럼 다중 음성 채팅은 인터넷은 물론 모바일 시대 이전에도 존재했다. 또한 분위기로 보자면 동호회원들이 동호회별 이용 시간 순위를 올린다고 자발적으로 밤새 떠들고 토론하던 PC통신 시기의 동호회 채팅실을 빼다 박았다.

그럼에도 클럽하우스에 유난히 시선이 쏠리는 까닭은, 이름에서부터 드러내고 있는 정체성 덕이 크다. 클럽하우스는 누구나 연단과 관중석이 마련된 공간을 열 수 있다. 그 공간에는 일종의 방장 역할을 하는 사회자(모더레이터)가 자리하고, 모더레이터에게 발언권을 얻어 연단에 올라와 이야기하는 발화자(스피커), 그리고 클럽에 흘러들어와 발언권 없이 나오는 대화들을 듣는 불특정 다수 청중(리스너)이 있다. 모더레이터 권한과 지정은 방의 개설자만이 지니는 것이 아니고 넘길 수도 있다. 오디언스는 스피커가 되고자 하면 손을 들어 권한을 청하고, 발언권을 반납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체제는 자칫 중구난방 음성 채팅실이 될 수도 있는 분위기를 구조적으로 다잡아 비교적 세련된 세미나장 분위기와 자율적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초기라 가능한 분위기일 수도 있다. ‘작정한 분탕꾼’이 끼어들어 분위기를 망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게다가 모더레이터의 역량이나 성향에 따라 클럽의 분위기가 좌우된다는 점도 한계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수십 명 단위의 다중 음성 채팅을 고음질로 구현한다는 점과 화자와 청중을 구분해 연단 내지는 무대를 구현한다는 점을 통해 다양한 활용법을 찾아내고 있다. 실제로 클럽하우스에는 한국 유행 며칠 만에 각종 직업별·취미별·유머성 클럽들이 넘쳐나고 있다. 또한 IT 업계인과 마케터들의 출몰도 눈길을 끌고 있는 중이다.

불특정 다수가 모여 일방적이지 않은 다발성 발화가 가능하면서 자신을 듣기만 하는 위치에 놓을 수도 있다는 독특한 앱의 특성은 국내 활성화 며칠 만에 많은 이들에게 무엇보다도 ‘해볼 만한 것이 많다’는 신호를 주고 있다. 이와 같은 ‘해 볼 만한 것’에 관한 창조적 고민에서 두드러지는 건 단연 문화예술인들이다.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윤덕원 씨는 아예 스피커를 한 명도 두지 않은 자기 밴드 전용 음악 감상실을 열었다. 한 술 더 떠 가수 ‘크라잉넛’ 리더 한경록 씨 생일에는 밴드 80여 팀이 릴레이 온라인 공연을 클럽하우스에서 열고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이 수다는 고스란히 청중들에게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특히 이 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만화가와 주변 문화의 창작자들, 그리고 업계 관계자들이다. 문화예술 창작자들이 참여할 만한 주제를 단 클럽에는 어김없이 만화가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현업 웹툰 프로듀서들이나 만화학과의 교수들도 등장해 다수의 청중 앞에서 긴 시간 다양한 이야기를 내놓았다. 물론 예민한 주제를 놓고 첨예한 토론을 나누는 경우도 많았다.

청중 가운데에는 만화가 지망생들이나 신인 작가들, 만화 독자들도 다수 끼어 있었고 이들 가운데에는 발언권을 정중히 얻어 직접 질문하는 이들도 많았다. 보통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나 서울국제만화축제(SICAF)와 같은 행사의 업계 토론회 또는 작가 초청 강연회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들이 너무나 밀접한 모바일을 통해 하루에도 수 차례씩 벌어지는 셈이다.

일본 만화가들이 연 수다방 ‘소녀만화가 룸-우리들이 좋아하는 것’
일본 만화가들이 연 수다방 ‘소녀만화가 룸-우리들이 좋아하는 것’

또한 지난 11일 클럽하우스에서는 일본의 소녀만화(한국으로 분류하면 순정만화) 작가들이 ‘소녀만화가 방-우리들이 좋아하는 것’이라는 주제로 100명에 가까운 독자들 앞에서 대화를 나눴다. 물론 독자들은 발언권 없이 들을 수만 있었다. 아울러 ‘모베러 블루스’와 ‘재수의 연습장’을 발표한 재수 작가는 ‘초상화의 방 - 프로필 얼굴 사진을 쪼꼬만하게 그려드립니다’라는 캐리커처 행사를 통해 회차별로 11명에 한해 선착순으로 프로필 얼굴 사진을 그려줬다. 역시 발언권을 제한한 상태로 작가가 주도적으로 자기 독자들을 끌어들여 그림을 매개로 한 소통 행사를 연 것이다.

만화가 재수 씨가 연 ‘초상화의 방 - 프로필 얼굴 사진을 쪼꼬만하게 그려드립니다’
만화가 재수 씨가 연 ‘초상화의 방 - 프로필 얼굴 사진을 쪼꼬만하게 그려드립니다’


만약 실제로 작가들을 모아놓고 인터뷰나 대담회를 열거나, 시연회를 진행해 독자들에게 보여주려고 한다면 그 자체로 굉장히 큰 준비와 수고가 필요하다. 하지만 클럽하우스는 이 모든 것을 너무나 쉽게 할 수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불과 1주일 정도 만에 클럽하우스는 밤새 노는 도구로서만이 아니라 만화 창작자를 비롯한 예술인들에게는 독자를 연재란 또는 포털 댓글에 비해 아직은 비교적 안전하게 직접 만날 수 있는 창구로서(독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클럽하우스는 행사 단위로 섭외하고 준비해야 가능하던 일을 너무나 간편하게 할 수 있음을 보여줬으며, 나아가 창작자로서 자기 마케팅과 창작 활동이 얼마든지 가능함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물론 이 화제성이 얼마나 갈지는 두고 봐야겠다. 또한 인신공격이나 저작권 침해 등 나쁜 사례가 쌓이면 그 열기가 한순간에 식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상당히 생산적인 활용성을 보이고 있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실로 지켜볼 만한 장이 열렸다.


필자 서찬휘는 새로운 시각으로 만화를 해석하며 꿈을 전하는 만화칼럼니스트로 『키워드 오덕학』, 『덕립선언서』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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