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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성, 백제의 숨결 가득한 천혜의 요새

입력 2021. 02. 16   09:21
업데이트 2021. 02. 26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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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 공산성(公州 公山城)


백제의 옛 도시이자 대표적인 고대 성곽으로 불리는 공주의 공산성(公山城). 아름다운 금강에 접한 구릉을 따라 성곽이 고풍스럽게 이어져 신비로움을 자아내고 있다. 금강변 야산의 능선과 계곡을 둘러 쌓은 포곡식(包谷式) 산성이다.


공산성의 총 길이는 2,660m로 동서가 약 800m, 남북이 약 400m의 작은 성이지만 금강을 따라 쌓아진 성벽에서 내려다본 아찔한 모습은 천혜의 요새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특히 공산성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모습뿐만 아니라 성 내부에 백제 시대의 생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왕궁지와 큰 건물터, 연못터 등 시대별 각종 시설과 유물이 남아있어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1500년 전 고대왕국 백제의 숨결이 가슴으로 느껴지는 공산성으로 떠나보자.  ■ 이경하 기자


공산성 4개의 성문 중 하나인 금서루. 현재 공산성으로 들어가는 정문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백제문화 체험 행사가 이곳 일원에서 열린다.
공산성 4개의 성문 중 하나인 금서루. 현재 공산성으로 들어가는 정문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백제문화 체험 행사가 이곳 일원에서 열린다.



■ 토성의 모습이 남아있는 ‘고풍스러운 성곽’



백제 시대에 웅진성(熊津城)이라고 불렸던 공산성은 백제 문주왕이 원년인 475년 이곳에 도읍을 정하고 성왕 16년인 538년 부여로 천도할 때까지 64년 동안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였다. 처음에는 흙으로 쌓은 토성이었지만 조선 시대 선조·인조 때 지금과 같은 석성으로 축조됐다. 공산성 일부(390m)에는 아직도 흙으로 쌓은 성벽이 남아있다.

공산성은 영동루(迎東樓), 금서루(錦西樓), 진남루(鎭南樓) 공북루(拱北樓) 등 동서남북으로 4개의 성문을 갖추고 있다. 이중 정문 역할을 하는 금서루에서는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7·8월 우기를 제외하고 매주 토·일요일 성을 지키던 수문병의 근무를 재현한 ‘웅진성 수문병 근무 교대식’이 치러져 관람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금서루는 성안으로 도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동안 남아있던 흔적조차 사라졌지만 1993년 복원돼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야간의 금서루 모습. 금서루 입구의 비석들은 공주와 관련된 인물의 행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공주시 곳곳에 있던 비석들을 모아놓은 것으로 송덕비와 제민천교영세비 등 47기가 있다.
야간의 금서루 모습. 금서루 입구의 비석들은 공주와 관련된 인물의 행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공주시 곳곳에 있던 비석들을 모아놓은 것으로 송덕비와 제민천교영세비 등 47기가 있다.
야간의 금서루.
야간의 금서루.
성문 아래로 금강이 흐르고 있는 공북루. 석축 위에 쌓은 다른 성문과 달리 기단위에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2층 누각형태로 지어졌다.
성문 아래로 금강이 흐르고 있는 공북루. 석축 위에 쌓은 다른 성문과 달리 기단위에 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2층 누각형태로 지어졌다.
공산성의 남문인 진남루는 높은 석축 기단에 건물을 세워 2층 누각의 모습으로 보인다.
공산성의 남문인 진남루는 높은 석축 기단에 건물을 세워 2층 누각의 모습으로 보인다.
금서루 성문을 통해 공주 시내의 바깥 풍경이 보인다.
금서루 성문을 통해 공주 시내의 바깥 풍경이 보인다.




■ 멋진 경관을 자랑



공산성 동쪽에 있는 영동루는 이미 무너져 없어진 것을 1980년 발굴 조사 과정에서 문을 지탱하던 돌을 발견, 옛 기록을 근거로 1993년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했다. 영동루 옆에는 다른 성문과 달리 흙으로 쌓은 성벽이 이어져 있어 석벽으로 새롭게 축조된 조선 시대가 아닌 백제 시대의 옛 성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공산성의 남문인 진남루는 조선 시대 전라·경상·충청 등 삼남의 관문으로 출입하던 성문이다. 높은 석축 기단에 건물을 세워 단층이지만 2층 누각의 모습으로 보인다.

공북루는 성문 아래 비단결 같은 금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어 멋진 경관을 자랑한다.


공산성 전경. 아름다운 금강과 구릉을 따라 이어진 공산성 야경이 신비로움을 자아내고 있다.
공산성 전경. 아름다운 금강과 구릉을 따라 이어진 공산성 야경이 신비로움을 자아내고 있다.
공산성 동쪽에 위치한 성문인 영동루. 영동루 옆으로 흙으로 쌓은 성벽이 보인다
공산성 동쪽에 위치한 성문인 영동루. 영동루 옆으로 흙으로 쌓은 성벽이 보인다
진남루 누각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고요한 공산성 모습과 어우러져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진남루 누각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고요한 공산성 모습과 어우러져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금강 옆으로 이어진 성벽 모습. 돌로 쌓아진 석벽의 단단함이 한눈에 들어온다.
금강 옆으로 이어진 성벽 모습. 돌로 쌓아진 석벽의 단단함이 한눈에 들어온다.




■ 백제에서 조선으로 이어진 ‘역사의 현장’



성안에는 백제의 왕궁 터로 추정되는 왕궁지와 돌로 정연하게 깊게 쌓은 ‘연지’ 등 연못 2개소, 그리고 각종 유물이 남아있어 당시의 생활문화를 알 수 있다.

공산성은 백제가 멸망한 직후에는 의자왕이 잠시 거처하였고, 이곳을 거점으로 나당연합군에 대항하는 백제부흥운동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그 뒤 822년(헌덕왕 14)에 김헌창이 일으켰던 반란은 이곳에 진압되었던 장소이다.

그 후 세조 4년(1458년)년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사찰 ‘영은사’와 백제 동성왕 22년(500년)에 신하들과 연회를 열던 누각인 ‘임류각’을 만날 수 있다. 1624년 조선 인조가 이괄의 반란을 피해 공주에 잠시 머물렀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쌍수정(雙樹亭)’, 공산성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로 알려진 2층 누각인 ‘광복루’도 공산성과 함께한 역사를 알려준다.


광복루는 공산성에 주둔한 군대를 지휘하던 곳으로 원래는 북문인 공북루 옆에 있었는데 일제 강점기에 지금의 위치로 옮겨 ‘웅심각’으로 불렀다. ‘광복’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1946년 4월로 김구 선생과 이시영 선생이 나라를 다시 찾았음을 기리고자 이름을 바꾼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도 정유재란 당시 공주에 파견돼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운 세 명의 명나라 장수를 기리는 ‘명국삼장비’와 군대를 지휘하기 위한 건물이 있던 자리 터 ‘장대지’, 독특한 형태를 가진 건물로 알려진 ‘12각 건물지’, 조선 영조때 건립된 누각으로 연못과 금강 사이에 자리 잡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만하루’ 등 역사의 숨결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백제 왕실의 생활문화를 추정해 볼 수 있는 왕궁지. 주변에서 다양한 유물이 나왔다.
백제 왕실의 생활문화를 추정해 볼 수 있는 왕궁지. 주변에서 다양한 유물이 나왔다.
영은사에서 금강 쪽을 향해 만들어진 공산성의 암문. 성 밖에서 안으로 보급품을 전달하는데 사용됐던 암문을 지나면 연지와 만하루가 보인다.
영은사에서 금강 쪽을 향해 만들어진 공산성의 암문. 성 밖에서 안으로 보급품을 전달하는데 사용됐던 암문을 지나면 연지와 만하루가 보인다.
공주를 지켜준 세 명의 명나라 장수를 기리는 ‘명국삼장비’.
공주를 지켜준 세 명의 명나라 장수를 기리는 ‘명국삼장비’.
왕궁지 주변의 백제 연못. 빗물을 받아 저장해 연못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왕궁지 주변의 백제 연못. 빗물을 받아 저장해 연못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강과 접해있는 만하루(조선시대에 건립된 누각) 뒤로 영은사가 보인다. 영은사는 임진왜란 당시 승병의 훈련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금강과 접해있는 만하루(조선시대에 건립된 누각) 뒤로 영은사가 보인다. 영은사는 임진왜란 당시 승병의 훈련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만하루 뒤쪽으로 보이는 연지. 돌로 정연하게 쌓고 동서로 넓은 통로가 있는데 깊이는 9m로 지하로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마름모꼴의 신비한 연못이다.
만하루 뒤쪽으로 보이는 연지. 돌로 정연하게 쌓고 동서로 넓은 통로가 있는데 깊이는 9m로 지하로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마름모꼴의 신비한 연못이다.
왕궁의 동쪽에 있는 누각인 임류각. 무령왕릉의 유물 문양을 단청으로 활용해 재현했다고 한다.
왕궁의 동쪽에 있는 누각인 임류각. 무령왕릉의 유물 문양을 단청으로 활용해 재현했다고 한다.


■ 포스팅 = 이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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