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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우크라이나: 암흑의 시간 <상>
‘성동격서(聲東擊西)’는 동쪽에서 소란을 피우고 서쪽을 공격한다는 뜻을 가진 유명한 고사성어다. 러시아는 바로 이 전략을 사용하여 2015년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 그들은 우크라이나 남부의 크림반도를 강제로 합병하고, 동부에서 활동하는 반정부이자 친러시아계 군사조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큰 소란을 피웠다. 반면에,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러시아와 멀리 떨어져 있어 군사적으로 조용하기만 하던 우크라이나의 서쪽 지역과 중앙의 수도를 단 한 번의 사이버 공격을 통해 암흑으로 만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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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천연가스
러시아는 천연자원의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의 3분의 1이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EU)에서 매년 소비되는 천연가스의 약 40%를 차지한다. EU의 맹주격인 독일 역시 에너지 사용량의 35% 정도를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을 정도이다. EU의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는 러시아에 강력한 무기일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러시아는 전략적으로 천연가스의 가격과 공급을 통제하여 유럽 국가들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중요성
우크라이나는 여러 측면에서 러시아에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역사적으로 중세 키예프 공국을 뿌리로 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러시아를 이어주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시 독일의 남방 집단군은 코카서스의 유전지대 점령을 위해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를 지나 소련의 스탈린그라드로 진격했다. 러시아는 군사적으로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남서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에 자국의 흑해 함대를 배치하여 지중해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자 한다.
우크라이나는 경제적으로도 러시아에 매우 중요하다. 러시아산 천연가스는 여러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는데, 이 중 약 50~80%가량이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을 거치고 있다.
러시아의 가스 차단 정치
우크라이나의 시민들은 2004년 친러 성향의 여당 후보가 조작을 통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며 거리로 나와 재선거 결정을 이끌어냈다. 다시 치러진 선거에서 친서방 정책을 주장한 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 이것은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으로 우크라이나 내 친서방 정책의 시작이었다. 반면, 러시아에는 이 혁명이 역사, 지리, 군사, 경제적으로 중요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통제력 상실을 의미했다.
러시아는 즉각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복에 나섰다. 그들은 2006년과 2009년 두 번에 걸쳐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해 우크라이나를 압박했다. 에너지 소비의 7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해 오던 우크라이나에 큰 타격이었다. 2010년부터 잠시나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안정적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기도 했다.
당시, 친러 성향의 인물이 다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 선출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친러 노선을 강하게 밀어붙인 대통령을 2014년 초 축출하였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하여 천연가스 공급을 차단하는 전략을 재개했다.
우크라이나는 친서방 정책을 통해 국가를 발전시키려 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러시아의 에너지 차단 전략은 큰 걸림돌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자 국가 내 셰일 자원 지대 개발을 통하여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독립을 추구했다.
유럽 내에서 세 번째로 많은 양의 셰일 가스를 보유한 우크라이나는 총 3곳의 주요 매장지를 보유하고 있다.
그 세 곳은 크림반도 남서쪽 흑해 대륙붕에 있는 ‘스키프스카(Skifska) 매장지,’ 동부의 ‘유지프스카(Yuzivska) 매장지,’ 그리고 서부의 ‘올레스카(Olesska) 매장지’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들 셰일 가스 지대 개발을 위해 서구 정유업계 자본을 끌어들였다. 흑해와 동부에 있는 셰일 가스 매장지 개발을 위해 유럽의 로열 더치 셸(Royal Dutch Shell)과 계약을 했고, 서부의 매장지는 미국의 셰브론(Chevron)에 맡겼다.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독립 프로젝트는 러시아를 더 크게 자극했다. 우크라이나의 셰일 가스 개발은 유럽 내에서 러시아의 경제적 이익을 손상시킬 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기존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주변국에 사용하던 가스 독점권을 활용한 정치적 영향력 행사 전략을 약화시키는 행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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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반도 합병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정책과 에너지 독립을 막기 위해 군사력을 사용했다. 그들은 2013년 11월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유로마이단(유럽광장이란 뜻의 우크라이나어) 사건을 이유로 이듬해 2월부터 크림반도를 자국 영토로 편입시켰다. 친러 성향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EU가 아닌 러시아와 협력을 추진하자 시민들이 반대하며 그를 축출한 것이다.
러시아는 이번 사태에서 러시아인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들었다. 크림반도 내에 있는 친러 성향의 주민들은 이에 동조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은 단순히 흑해함대를 위한 세바스토폴 항구의 영구적 사용을 넘어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한 힘의 과시였다. 또 하나 우크라이나가 꿈꾸던 에너지 독립의 거점이었던 크림반도 남서쪽 스키프스카 셰일 지대 개발을 저지하는 효과도 거두었다.
반군 지원
러시아는 또한 우크라이나 동부에 있는 반정부 세력을 군사적으로 지원했다. 도네츠크(Donetsk), 루한스크(Luhansk), 그리고 하르키프(Kharkiv)는 러시아계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자, 분리 독립을 꿈꾸는 반군이 활동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들 지역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반군의 끊임없는 무력 도발로 인해 치안과 안보가 매우 불안하다. 특별히, 유지프스카 셰일 자원 지대가 이곳에 속해 있다.
결국, 우크라이나 정부와 계약을 맺었던 외국계 회사 두 곳은 정치·군사적 불안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셰일 가스 개발을 보류했다. 러시아의 군사적 행위로 인해 자신들의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 예측한 것이다.
사이버 공격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의 크림반도와 동부의 도네츠크에 대하여 소란스럽게 군사적 개입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남부와 동부에서 실시되고 있던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독립을 방해하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러시아 국경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반러 성향이 강한 서부에서의 에너지 독립을 방해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러시아는 이 문제를 사이버 전쟁을 통해 단숨에 해결했다. 소란스러운 군사작전과 달리 우크라이나 서부에 대한 러시아의 사이버 공세 전략은 조용했지만 큰 충격을 주었다.
<다음 회 계속>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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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박동휘 소령은 육사 61기로 졸업·임관 후 美 워싱턴대에서 사이버전쟁과 전략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육군3사관학교 군사사학과 학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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