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만화로 문화읽기

벽을 무너뜨린 툰, 날개를 달다

입력 2021. 02. 02   15:57
업데이트 2021. 02. 0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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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프로 만화가가 아니면 어때?” 인스타툰 유행의 시사점
 
과거 특정 등용문 거쳐 프로 작가 데뷔
2000년대 웹툰 호황 만화계 지각 변동
잡지서 온라인 포털로 플랫폼 대이동
 
SNS 유행 웹툰도 다시 춘추전국시대
수익 목적 아닌 수준급 아마추어 등장
사회문제 등 공감 이끌며 ‘작가’ 반열에

 
웹툰이 상업 지면으로서 등장한 시기는 지난 2002~2003년경, 포털 사이트 야후코리아와 다음이 연재 공간을 열면서부터다. 이전까지의 상업적인 한국 만화는 대체로 만화잡지를 통해 작품을 연재하고, 이를 묶어 책으로 펴내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이렇듯 프로로서 만화를 그린다는 것은, 초고속 인터넷이 세상에 등장하기 전까지 만화 잡지에서 연재 기회를 얻는 게 기본이었다. 1990년대 후반까지 아마추어 만화 활동으로 명성을 날렸던 대다수가 공모전에 당선됐거나, 잡지사의 발탁에 의해 프로 만화가로 이름을 알렸다. 동인지 또는 만화 회지라는 이름으로 직접 코믹월드나 아카(ACA) 같은 아마추어 만화 행사에서 독자들을 직접 만나거나 독립 출판을 직접 꾀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이처럼 과거에는 잡지에서 프로 만화가로 데뷔해야 비로소 ‘작가’라는 호칭으로 불릴 수 있었다. 그리고 아마추어 만화는 2차 창작(패러디)이 중심이 되기 전까지는 프로 데뷔를 위한 일종의 전초 기지에 불과했다. 또한 모든 만화의 형태도 잡지 지면에 실릴 수 있는 형태가 기본 틀이었다.

권윤주 작 ‘스노우캣’.
권윤주 작 ‘스노우캣’.

정철연 작 ‘마린블루스’.
정철연 작 ‘마린블루스’.

심승현 작 ‘파페포포 메모리즈’ 표지.
심승현 작 ‘파페포포 메모리즈’ 표지.

그렇지만, 1990년대 후반 초고속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웹브라우저를 지면으로 삼아 스크롤바를 내려가며 보는 초기형 웹툰들이 등장했다. 이 웹툰들은 화려한 그림체와 내용은 물론 ‘무료’로 제공된다는 무기를 바탕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권윤주 작(作) ‘스노우캣’, 정철연 작 ‘마린블루스’, 심승현 작 ‘파페포포 메모리즈’ 등과 같은 작품들이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IMF가 터지고, 청소년 보호법 등의 요인으로 출판만화 시장은 점점 위축되는 반면, 비슷한 공감 소재 만화들은 공감툰 또는 감성툰의 이름으로 대중에게 사랑받았다.

웹툰은 2000년대 들어 본격적인 전성시대를 맞는다. 2003년 다음이 강풀 작 ‘순정만화’를 통해 극화로서의 웹툰을 흥행시키는 데 성공한 것에 이어 2004년 엠파스·다음에서 연이어 연재된 강도하 작 ‘위대한 캣츠비’, 같은 해 파란닷컴에서 선보인 양영순 작 ‘1001’ 등 굵직굵직한 수작들이 등장했다. 이제 웹툰은 ‘공감만 얻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수준을 완전히 넘어선 것이다.

2006년에는 네이버 웹툰이 ‘도전 만화가’라는 게시판을 운영하기 시작한다. 이 게시판의 등장은 만화 연재를 원하는 프로작가들이 데뷔를 위해 출판 또는 잡지가 아닌 포털로 대거 모여들었다는 점에서 시대의 전환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15년이 흘러 이제 웹툰은 이미 혼자서 작업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노동집약 사업 결과물에 가깝게 변모했다. 동시에 만화로서의 문법도 이미 독립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최근 이미지 중심의 SNS인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웹툰 초창기의 춘추전국시대 같던 모습이 다시 펼쳐지고 있다.

바로 인스타툰이다. 그동안 SNS에 만화를 직접 그려서 포스팅한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수신지 작 ‘며느라기’의 인기로 불을 당긴 인스타툰의 유행은 이제 본격적인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인스타툰으로 수익을 내려면 많은 이들의 호응을 바탕 삼아 출판으로 연결지어야 한다. 이는 과거와 비슷해 보이지만, 그때와 다른 점은 주어진 무대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라는 점이다. 인스타툰의 유행은 ‘지금의 인기 흐름을 타고 수익을 이끌어낸다’는 목적보다는 작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통해 다수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나아가 사회적 문제의식에 따른 공감, 연대와 응원을 이끌어내려는 목적이 더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수신지 작 ‘며느라기’.
수신지 작 ‘며느라기’.

최유나 작 ‘메리지 레드: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최유나 작 ‘메리지 레드: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예룡 작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흑인이 앉았다’.
예룡 작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흑인이 앉았다’.

최원진 작 ‘간호사 비자’.
최원진 작 ‘간호사 비자’.

최근의 인스타툰 화제작인 수신지 작 ‘며느라기’, 최원진 작 ‘간호사 비자’, 최유나 작 ‘메리지 레드: 이혼 변호사 최변 일기’, 예룡 작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흑인이 앉았다’ 등은 언뜻 그림이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그 안의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들은 상업적인 웹툰이 다루고 싶어 하지 않을 법한 이야기들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다. 그리고 이처럼 큰 호응을 받은 작품들은 실제 출판으로 이어지고도 있다.

이렇듯 최근 유행하는 인스타툰은 포털사이트에 연재되는 만화가 곧 ‘프로 만화가’의 자격처럼 통용되는 시점에서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듯하다. “프로가 아니면 어때? 포털만 무대냐?”
<서찬휘 만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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