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우명소 시즌2

[우명소 시즌2] 국군체육부대 핸드볼팀 김동욱 일병

입력 2021. 02. 01   16:23
업데이트 2023. 08. 0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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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120㎞ 슈팅' 온몸으로 막아내는 이 남자

우리 부대 명품 전우를 소개합니다 - 시즌2

국군체육부대 핸드볼팀 김동욱 일병

 
타고난 핸드볼 DNA
핸드볼 골키퍼 선수 지낸 어머니
열 살 때 같은 포지션으로 입문
193㎝ 130㎏ 신체조건 ‘대형 선수’
조영신 감독 “보자마자 물건이구나 생각”

 
올 시즌 눈부신 활약
세이브 선두권 질주·경기 MVP 우뚝
“군사훈련 받으며 저절로 독기 생겨
전역 후 보다 큰 선수로 거듭날 것”

 

 

국군체육부대 핸드볼팀 골키퍼 김동욱 일병이 2020-2021 SK핸드볼 코리아리그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상대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핸드볼협회
국군체육부대 핸드볼팀 골키퍼 김동욱 일병이 2020-2021 SK핸드볼 코리아리그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상대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핸드볼협회



“결과가 어떻게 되든 오늘 여러분은 여러분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여줬습니다.”

핸드볼 여전사들의 실화를 그린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감독은 경기에 져 울고 있는 선수들에게 최고의 찬사를 표하며 감동을 선사한다. 1일 정규리그를 마친 2020-2021 SK핸드볼 코리아리그에서 국군체육부대 핸드볼팀도 쟁쟁한 실업팀에 맞서 그 어떤 찬사가 부족하지 않을 만큼 최고의 순간을 펼쳐 보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골키퍼 김동욱 일병의 활약이 있었다. ‘최고 수문장’에게 요구되는 타고난 신체조건과 감각으로 주목받는 김 일병을 ‘국군체육부대 명품전우’로 소개한다.


멍을 달고 사는 남자

‘퍽! 퍽! 퍽!’

가슴에 한 번, 허벅지에 한 번, 눈두덩이에 한 번…. 상대 공격수가 혼신의 힘을 다해 쏘아 올린 슛이 그의 온몸을 강타한다. 아니, 피할 수 있었지만, 기꺼이 몸을 던져 막아냈다는 표현이 옳다. 그가 막아낸 한 골은 곧 팀의 승리에 한 걸음 가까워진다는 것을 그 자신도 잘 알기 때문이다. 전후반 60분간 경기 내내 수없이 공의 충격을 받아들였건만 그의 반응은 의외로 덤덤했다.

“핸드볼 선수들의 슈팅이 대략 시속 120㎞ 정도로 날아옵니다. 그 슈팅을 몸으로 막아내다 보면 경기가 끝나면 몸 곳곳에 공 자국이 선명합니다. 하지만 공을 맞아 멍드는 것은 이제 익숙해져서 아프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경기에 나서면 무조건 상대 슛을 막겠다는 생각밖에 없죠. 그나마 이번 시즌부터 골키퍼 얼굴에 볼을 맞힌 선수는 2분간 퇴장되는 보호 규정이 적용돼 얼굴은 덜 맞습니다.”

그는 몸의 멍을 선수생활 내내 달고 살아야 하는 숙명으로 여기는 듯했다.


타고난 신체조건에 순발력까지 갖춰


김 일병과 핸드볼의 인연은 제주에서 시작됐다. 어머니도 핸드볼 골키퍼 선수를 지냈던 그는 제주 광양초등학교 3학년 때 운명처럼 핸드볼 공을 잡았다. 포지션은 당연히 골키퍼였다. 어린 시절부터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제주 지역 중학교에 핸드볼팀이 없자 경기도 부천으로 ‘핸드볼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지난해 6월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경희대, 두산 등 핸드볼 명문팀에서 활약했다.

무엇보다도 골키퍼로서 그의 강점은 신체조건이다. 193㎝ 130㎏에 달하는 엄청난 체구는 여느 서구 선수 못지않을 정도. 가로 3m·높이 2m의 핸드볼 골대 앞에 김 일병이 서 있기만 해도 공격수들은 빈틈을 찾기 어렵다. 몸집만 큰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체격이 클 경우 취약할 수 있는 순발력이 뛰어나고, 방어에서 요구되는 서전트 점프까지 남달라 대형 골키퍼의 조건을 갖췄다.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을 지낸 ‘한국 남자핸드볼 전설’ 조영신 국군체육부대 핸드볼팀 감독은 “경희대 재학시절의 김 일병을 처음 보자마자 ‘물건이구나’ 생각했다”며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인 만큼 앞으로 한국 남자핸드볼을 이끌어 나갈 주역으로 활약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극찬했다.


군 입대 후 멘탈 강해져… 올림픽 출전 꿈


김 일병은 올 시즌 핸드볼 코리아리그에서 골키퍼가 상대 슈팅을 막아내는 수치를 뜻하는 ‘세이브’ 부문에서 197개를 기록, 2위(1일 현재)에 올랐다. 경기 후 승리 주역에게 수여되는 경기 MVP는 4번이나 수상했다. 이처럼 노련한 실업팀 형님들 틈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건만, 김 일병은 자신의 경기력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올 시즌 제 경기력은 60점 정도 주고 싶습니다. 상대 공격수마다 갖고 있는 슛의 특징을 철저히 대비했는데도 알면서 쉽게 내준 적이 많습니다. 때로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놓친 적도 있죠. 제가 좀 더 잘했다면 승리를 더 챙길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많습니다.”

조영신 감독은 김 일병의 너무 착한 성격이 흠이라면 흠이라고 진단한다. 천성이 순한 탓에 아직 코트 위를 지배하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것.

조 감독은 “골키퍼는 상대 공격수들이 위축될 만큼 표정부터 압도해야 하는데 아직 어려서인지 그게 부족하다. 코트에서는 선후배 관계를 잊고 더욱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말을 듣고 다시금 그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니 큰 덩치에 가려 보지 못했던 25살 청년의 순수한 표정이 보였다.

“사실 부족한 멘탈을 강화하고 싶어 군에 입대했습니다. 핸드볼 골키퍼는 경기 순간순간 수 싸움이 필요한 만큼 이미지 트레이닝이 매우 중요합니다. 입대 후 강한 군사훈련을 받는 과정을 통해 저절로 독기가 생기더군요. 전역 후에는 보다 큰 선수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군 입대 후 김 일병은 정신력뿐만 아니라 체력적인 면도 진화하고 있다. 그는 국군체육부대 전입 이후 체육과학 연구관들의 지도 아래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실 입대 전까지 골키퍼에게 요구되는 웨이트 트레이닝이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골대 앞에서 덤벨을 들고 슛을 방어하는 것을 상상하면서 훈련을 하는데 조금만 지나도 팔이 끊어질 듯 힘듭니다. 그런데 막상 경기에 나서면 제 몸이 날아갈 듯 경기력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골키퍼는 40세를 지나서도 활약할 만큼 선수 생명이 긴 편에 속합니다. 군에서 익힌 체력훈련을 바탕으로 건강하게 오랫동안 코트에서 활약하고 싶습니다.”

코리아리그가 끝나 숨을 돌릴 법도 하지만, 그는 쉴 틈이 없다. 일단 다음 달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전 대표로 뽑히는 것이 1차 목표다.

“개최를 두고 여러 변수가 있지만, 일단 올림픽 무대에 나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올림픽은 제가 간직해 온 오랜 꿈이었으니까요. 올여름 태극마크를 달고 당당히 거수경례를 하는 제 모습을 지켜봐 주십시요!” 노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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