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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성, 가을바람과 함께 만나는 도심 속의 산성

입력 2021. 02. 01   16:40
업데이트 2021. 02. 0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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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광역시 ‘금정산성(金井山城)’
 

부산광역시 금정구 금성동에 있는 ‘금정산성’은 부산민들에게 사랑받는 공간이다. 산성을 순회하는 코스가 많을 뿐만 아니라 크게 가파르거나 험하지 않고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경관 또한 수려하기 때문이다. 성곽은 일제 강점기 당시 많이 유실됐지만 복원작업을 통해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고 지금도 몇몇 곳에서는 복원공사가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산성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산성으로 많은 이들이 찾고 있는 금정산성. 올해 유난히 더웠던 여름을 벗어나 선선한 가을바람을 만끽할 수 있는 금정산성에 올라보자.

4망루 옆으로 의상봉-원효봉-고당봉으로 능선을 따라 이어진 성벽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4망루 옆으로 의상봉-원효봉-고당봉으로 능선을 따라 이어진 성벽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성곽


금정산성은 돌로 쌓은 석성으로 처음 축성된 것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고 난 후인 1703년(숙종 29년)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남해안과 낙동강 하구에 있는 지역적 특성상 왜구의 침입이 많아 신라 시대부터 있었다는 설도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1667년(현종8년)에 통제사 이지형이 금정산성 보수를 건의했다는 기록이 문헌상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전에도 산성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어찌 됐건 금정산성은 국방을 튼튼히 하고 바다를 지킬 목적으로 쌓기 시작했으며 이후 몇 차례에 걸친 축성과 개축 등이 이어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

성벽의 길이는 1만 8,845m로 한양도성 1만 8,627m 보다 조금 더 긴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큰 성곽(산성)으로 알려져 있다. 총면적은 약 8.2㎢에 이르고 성벽 높이는 1.5m~3m로 비교적 낮아 성벽으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성문은 동서남북 4곳에 있으며 성문 외에도 수구문과 암문, 4개의 망루, 장대 등으로 이뤄져 있다.

금정산성을 지키는 일은 동래부사가 맡았으며, 유사시에는 동래, 양산, 기장 삼읍의 군인과 승려들이 차출되어 방어하도록 되어 있었다. 평상시에도 산성내에 있는 국청사, 해월사(현재는 존재하지 않음)의 승려 100여 명과 범어사 승려 300여 명으로 성을 지키도록 하였다. 역사 향기 가득한 금정산성을 함께 둘러보자.

높고 웅장한 모습의 동문. 일제 강점기에 허물어져 일부만 남아있었지만 1972년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높고 웅장한 모습의 동문. 일제 강점기에 허물어져 일부만 남아있었지만 1972년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계곡을 따라 조금만 내려오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서문지모습. 복원이 한창이다.
계곡을 따라 조금만 내려오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서문지모습. 복원이 한창이다.
서문지 옆 계곡에 있는 수문 모습.
서문지 옆 계곡에 있는 수문 모습.
북문과 동문사이로 성벽이 능선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북문과 동문사이로 성벽이 능선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 조선후기 부산지방을 지켰던 방어벽



사적 215호인 금정산성 동문은 금정산성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곳에 있어 4개의 관문 중 인기가 많은 곳이다. 동문은 아름다운 무지개 모양의 홍예식문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필작지붕의 단층문루로 지어져 있다. 문의 폭은 3m, 높이는 3.4m로 높고 웅장하다. 이곳을 통해 동래방면으로 갈 수 있으며 오른쪽으로는 완만한 성벽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3망루와 4망루를 만날 수 있다. 3망루의 경우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은 이정표가 자세하지 않아 놓치기 쉬운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렇게 3망루를 거쳐 4망루를 지나 올라가면 북문에 도달한다.

사적 215호인 북문은 가장 투박하고 거친 모습인데 아치형의 장식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성문의 규모도 다른 곳보다 작다.

투박하고 거친 모습의 북문. 양쪽으로 이어진 성벽 길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환상적이다.
투박하고 거친 모습의 북문. 양쪽으로 이어진 성벽 길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환상적이다.
북문에서 성벽이 위쪽으로 이어져 있는 모습. 멀리 고당봉이 보인다.(왼)
북문에서 성벽이 위쪽으로 이어져 있는 모습. 멀리 고당봉이 보인다.(왼)




■ 금정산성의 남쪽은!



금정산성 남쪽 능선 해발 510m의 높은 곳에 완만하게 낮아진 자리에 있는 남문은 형태가 평거식(성곽 육축 상부에 인방석을 건너지르고 문루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개구부 상단이 평평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폭은 2.9m이고, 높이가 2.8m이다. 현재 남문 앞은 도로 공사 중에 있다. 1망루와 2망루가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4대문 가운데 유일하게 계곡에 세워진 서문은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조금만 내려오면 만날 수 있다. 성곽의 모습이 견고하고 아름답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은 볼 수가 없다. 현재 복구공사 중으로 성문은 완전히 해체된 상태이다. 안전을 위해 도로에서부터 통제하고 있다.

남문도 일제 강점기에 허물어졌지만 1972년 동문과 함께 복원됐다. 동문보다 약간 규모가 작고 아치형 문이 아닌 개구부 상단이 평평한 평거식 문이다.
남문도 일제 강점기에 허물어졌지만 1972년 동문과 함께 복원됐다. 동문보다 약간 규모가 작고 아치형 문이 아닌 개구부 상단이 평평한 평거식 문이다.
암벽위에 절묘하게 얹혀 있는 3망루 모습. 망루답게 주변이 탁 트여 있다.
암벽위에 절묘하게 얹혀 있는 3망루 모습. 망루답게 주변이 탁 트여 있다.
남문과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2망루.
남문과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2망루.




■ 주변 풍광과 어우러져 감탄이 절로 나와



장수의 전투 지휘소인 장대(將臺)는 금정산 해발 475m 지점, 산성 전체를 내다볼 수 있는 곳에 세워져 있다. 벽체가 없이 원기둥 만으로만 세워져 사방을 살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1703년(숙종 29년) 축조됐지만, 어느 시기엔가 소실돼 터만 남아있다가 2009년 5월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적을 방어를 위해 세워진 금정산성의 4개 망루 중 1망루는 남문에서 서문으로 가는 해발 638m인 상계봉 정상에 자리 잡고 있는데 지난 2002년 태풍 루사 때 파손된 후 지금까지 복구하지 못한 상태로 있다. 2망루는 남문에서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다. 3망루는 동문에서 북문 쪽으로 약 1km 지점의 암벽 단애 위에 절묘한 모습으로 얹혀 있어 주변 풍광과 어우러져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한다. 4망루는 북문 쪽에서 더 가까우며 이곳에서 금정산성의 중성(中城)이 시작된다.

이밖에도 산성에서 내려오면 금정구 장전동 아파트 단지 내에 200여 년 전 세워진 금정산성 부설비가 눈길을 끈다. 비석으로서의 별다른 특징은 없고 금정산성을 처음 쌓은 때부터 대대적으로 보수할 때까지의 경위와 새롭게 설치한 공사의 내용 등이 기록되어 있다. 한편 2016년 9월 5일 국내에서 60년간 헌신적인 의술을 펼친 호주인 선교사 가족이 카메라에 담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진이 처음으로 공개됐는데 이 사진 중에 1950년대 부산 금정산성 모습이 있어 함께 싣는다.

3망루와 4망루 사이로 이어져 있는 성벽 길.
3망루와 4망루 사이로 이어져 있는 성벽 길.
아직 복원이 안 된 성벽 길을 따라 갈대가 무성하다. 멀리 4망루가 보인다.
아직 복원이 안 된 성벽 길을 따라 갈대가 무성하다. 멀리 4망루가 보인다.
산성 전체를 내다볼 수 있는 장대가 깨끗한 모습으로 복원돼 있다.
산성 전체를 내다볼 수 있는 장대가 깨끗한 모습으로 복원돼 있다.
금정산성 부설비.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금정산성 부설비.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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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 = 이경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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