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명탄

[박영욱 조명탄] 알파 솔저는 인간일까 기계일까

입력 2021. 01. 29   15:49
업데이트 2021. 01. 2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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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영 욱
사단법인 한국국방기술학회 학회장
박 영 욱 사단법인 한국국방기술학회 학회장



바야흐로 알파의 시대다.

우리 기억에는 구글 딥마인드사가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AI) 알고리즘 ‘알파고(Alpha-Go)’가 가장 선명한 듯하다.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대결해 4대1로 승리했고, 이 사건으로 기계가 인간을 이겼다는 충격과 공포의 기사들이 전 세계에서 쏟아졌다.

알파고만큼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군사 분야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알파-도그파이트(Alpha-Dogfight)다. A에 해당하는 그리스 첫 문자 알파(α)에 전투기들의 근접 공중전, 또는 격추전을 뜻하는 도그파이트를 붙인 공중전 기동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일컫는다. 군사 분야에 던져진 알파-도그파이트의 충격은 알파고가 주는 충격에 버금간다.

주로 군사기술 프로젝트를 기획·관리하는 미국 국방부 소속 기관 DARPA가 미 공군과 함께 최고의 기동 AI 알고리즘을 뽑는 해커톤 방식의 챌린지를 개최했다.

2020년 8월 20일, 직원이 50명도 안 되는 작은 AI 벤처기업 헤론시스템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F-16 조종사(AI 딥러닝 분야에서는 에이전트라는 용어를 쓴다)가 F-16 탑건 인간 파일럿(콜사인 뱅어)과 시뮬레이터 가상 공중전을 벌였다.

인터넷으로 공개된 시합은 마치 게임 중계방송 같았는데, 뱅어는 시합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5대0으로 완패했고, 최초로 AI 조종사에 패한 인간 조종사로 기록되고 말았다.

물론 시뮬레이터 환경에서의 근접전 기동 능력을 군사 능력의 전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헤론 AI가 시뮬레이터 기동전 시합에 이겼다 해서 당장 모든 유인전투기가 무인전투기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엄청난 예산을 들여 파일럿을 양성하고 전투역량의 상당 부분을 파일럿의 기량에 기대 왔던 지금까지의 전력 운영 방식이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참고로 미국은 F-22 조종사 한 명을 키우는 데 130억 원 정도를 쓴다고 알려져 있다.

미 공군은 알파-도그파이트를 더 진화시킨 뒤 2024년부터 전투기에 탑재해 인간 파일럿의 전투기동을 보조할 계획을 세우고 있고, 2040년 정도에 무인전투기 편대를 운용할 예정이다. 그때가 되면 편대장 정도만 인간 파일럿이 맡거나 아니면 아예 인간 지휘관은 전투기에 오르지 않고 지상에서 공중의 무인기 편대를 조종할 것 같다.

알파의 뜻은 쉽게 말하면 신에 버금가는 지존이라는 뜻이다. 동물행동학에서는 사회적 동물 사회에서 가장 높은 서열의 동물을 알파로 부른다고 한다.

가령 공부와 운동 등 모든 면에서 남자들을 능가하는 소녀를 알파걸이라고 부르는데, 이와 대비해 알파에 밀린 남성이나 소년 2인자를 베타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인간을 포함해 모든 동물 무리에서 알파걸·알파보이가 있고, 그들에게 뒤지는 베타걸·베타보이가 있다고 한다. 이제 언젠가 우리 모두 알파 AI에 밀려서 베타 휴먼으로 살게 되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닐까? 미래 군대에서 알파 솔저는 모두 AI이고, 인간 병사들은 모두 베타 솔저가 되는 건 아닐까? 이처럼 AI가 모든 능력에서 인간을 넘어서는 시기를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한다.

미국 컴퓨터 과학자 앨런 케이(Alan Kay)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발명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AI의 미래를 알고 싶은가? 우리가 만드는 AI가 우리의 미래다. 우리가 어떻게 AI를 만들고 어떻게 활용하며, 같이 살아야 하는지는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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