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장교님, 신병이 왔는데 채식주의자라고 합니다.” 예하 부대 담당관의 전화에 나는 당황했다. 용사를 이해하기 위해 면담이 필요했다. 2020년 8월, 내 생애 처음으로 채식주의자를 만났다.
“태어나서 채식만 했습니다.”, “훈련소에서는 말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것만 먹었습니다.”, “무엇이든지 조치해 주시는 것에 감사합니다.” 전입 신병은 차분하고 의젓했다. 불편함을 각오하고 입대했으며 종교적 신념으로 이겨낼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영내급식을 하며 느끼게 될 박탈감을 최소화하는 것이 보급장교의 사명이자 책무임을 다짐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 채식주의자는 10년간 10배가 늘어 150만여 명이다. 이들은 건강, 환경보호, 종교 등의 다양한 사유로 채식을 선택한다. 육류, 조류, 어류, 난류, 우유, 채소, 과일을 허용하는 정도에 따라 프루테리언(fruitarian)부터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까지 아홉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 부대 용사는 육류, 조류, 어류를 거부하는 락토-오보 유형이었다. 쉽게 말해 어미를 통해 생명을 얻은 것은 먹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월간식단표에 먹을 수 없는 것을 표시해 보니 밥·김치를 제외하고 끼니별로 0~2개를 먹을 수 있었다. 전투식량이 나올 때는 심지어 밥도 먹을 수 없을 때가 있다고 한다. 그나마 유제품과 계란은 먹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시간, 가장 좋은 것은 용사가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청구해 대체식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식단을 분석해 근접한 날의 재료들을 활용해야 한다. 이상적인 대안이지만 통합취사장 운영, 가뜩이나 힘들어하는 조리병, 대체식단표 등 제한사항이 많았다.
그 외 비건 도시락, 샐러드 박스 배달, 대체품 정기배송 등의 방법들은 있었지만 최선의 대안으로 선택된 것은 부식예산을 확보해 대체품을 구매하고 제공하는 것이었다. 급식소수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국방부 급식 방침에 따라 예산은 어렵지 않게 확보할 수 있었다. 매월 식단이 나오면 용사가 소대장과 의논해 대체품을 주기적으로 구매, 급식을 이어오고 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세계인권선언문 제1조의 내용이다. 채식 가정에서 태어나 종교적 신념으로 평생 채식을 해온 용사에게 채식은 존중받아야 할 기본권이다.
최근 국방부는 급식 배려 병사 정책포럼을 개최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으며, 올해부터 채식주의자 식단이 제공된다고 한다. 2월부터는 병역판정검사 때 채식주의 여부를 식별해 부대에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채식주의 성향으로 군 입대를 망설이고 두려워하는 예비 용사들에게 희소식이며, 제도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전역한 예비역들에게도 물론 그럴 것이다. 하지만 용사들이 변화를 체감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조직과 인원들이 역량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야전의 소리를 들어 정책이 실효성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보급장교님, 신병이 왔는데 채식주의자라고 합니다.” 예하 부대 담당관의 전화에 나는 당황했다. 용사를 이해하기 위해 면담이 필요했다. 2020년 8월, 내 생애 처음으로 채식주의자를 만났다.
“태어나서 채식만 했습니다.”, “훈련소에서는 말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것만 먹었습니다.”, “무엇이든지 조치해 주시는 것에 감사합니다.” 전입 신병은 차분하고 의젓했다. 불편함을 각오하고 입대했으며 종교적 신념으로 이겨낼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영내급식을 하며 느끼게 될 박탈감을 최소화하는 것이 보급장교의 사명이자 책무임을 다짐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 채식주의자는 10년간 10배가 늘어 150만여 명이다. 이들은 건강, 환경보호, 종교 등의 다양한 사유로 채식을 선택한다. 육류, 조류, 어류, 난류, 우유, 채소, 과일을 허용하는 정도에 따라 프루테리언(fruitarian)부터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까지 아홉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 부대 용사는 육류, 조류, 어류를 거부하는 락토-오보 유형이었다. 쉽게 말해 어미를 통해 생명을 얻은 것은 먹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월간식단표에 먹을 수 없는 것을 표시해 보니 밥·김치를 제외하고 끼니별로 0~2개를 먹을 수 있었다. 전투식량이 나올 때는 심지어 밥도 먹을 수 없을 때가 있다고 한다. 그나마 유제품과 계란은 먹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시간, 가장 좋은 것은 용사가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청구해 대체식단을 제공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식단을 분석해 근접한 날의 재료들을 활용해야 한다. 이상적인 대안이지만 통합취사장 운영, 가뜩이나 힘들어하는 조리병, 대체식단표 등 제한사항이 많았다.
그 외 비건 도시락, 샐러드 박스 배달, 대체품 정기배송 등의 방법들은 있었지만 최선의 대안으로 선택된 것은 부식예산을 확보해 대체품을 구매하고 제공하는 것이었다. 급식소수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국방부 급식 방침에 따라 예산은 어렵지 않게 확보할 수 있었다. 매월 식단이 나오면 용사가 소대장과 의논해 대체품을 주기적으로 구매, 급식을 이어오고 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세계인권선언문 제1조의 내용이다. 채식 가정에서 태어나 종교적 신념으로 평생 채식을 해온 용사에게 채식은 존중받아야 할 기본권이다.
최근 국방부는 급식 배려 병사 정책포럼을 개최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으며, 올해부터 채식주의자 식단이 제공된다고 한다. 2월부터는 병역판정검사 때 채식주의 여부를 식별해 부대에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채식주의 성향으로 군 입대를 망설이고 두려워하는 예비 용사들에게 희소식이며, 제도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전역한 예비역들에게도 물론 그럴 것이다. 하지만 용사들이 변화를 체감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조직과 인원들이 역량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야전의 소리를 들어 정책이 실효성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