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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락 진중문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 『말의 품격』을 읽고

입력 2020. 11. 25   16:39
업데이트 2020. 11. 2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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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락 일병 육군군수사령부 2탄약창
최영락 일병 육군군수사령부 2탄약창
이기주 지음 
황소북스 출판
이기주 지음 황소북스 출판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말에는 힘이 있다. 말과 관련된 여러 격언을 애써 떠올리지 않아도, 우리는 말 한마디에 사람이 살고 또 죽기도 한다는 것을 당연하게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진심으로, 마음으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다. 나 역시 그러했다.

우리는 말로 다양한 문제를 겪으며 살아간다. 친구에게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욕 한마디,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고약한 농담은 날카로운 비수가 돼 상대의 가슴을 헤집는다. 나는 이런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말하기에 앞서 여러 번 생각하고 말을 조심하려고 노력했다.

군대에 들어왔을 때 사회에서보다 더 조심하고 말을 신중하게 하려고 의식했다. 하지만 몸이 힘들어지자 점차 전우들의 말이 험해지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전우들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나 역시 몸과 마음이 힘들어지자 가장 먼저 말에서 조심성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상대에 대한 배려보다 나를 위한 생각이 앞서게 되고 ‘저 친구는 왜 저럴까?’라는 생각과 함께 상대에 대한 이해를 포기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저자는 말한다. 어떤 것의 수준이나 등급을 의미하는 한자 ‘품(品)’은 입 ‘구(口)’가 3개 모여서 이루어진 글자이며 그 사람의 품성은 그 사람의 말이 쌓이고 또 쌓여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이다. 말에는 힘이 있지만, 그것은 밖으로 뿐만이 아니라 안으로, 나 스스로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내가 누군가를 말로 상처입히면 나중에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지적하고 험담할 때 나의 검지는 상대를 향하지만, 엄지를 제외한 세 손가락은 나를 향한다. 상대에게 어떠한 말을 하기에 앞서 최소한 세 번은 나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사회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내가 떠나면 된다. 하지만 군대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전우들은 즐거울 때 그리고 슬플 때 항상 함께하는 운명 공동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말하기에 앞서 생각해야 하고 생각하기에 앞서 상대의 말을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 말을 정제하고 진심을 상대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제대로 된 소통일 것이다. 진심을 전하기 위해서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말이 많아지면 실수는 잦아질 것이고 진심은 옅어질 것이다.

사람은 사람과 함께해야 살 수 있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말’이라는 다리다. 말을 험하게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함께하기 위한 다리를 스스로 허물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군대에서 말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고, 체감할 수 있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전우들에게 비수가 돼 상처를 줄지, 오히려 상처를 치유할 약이 될지 결정하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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