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업 스타트업의 세계

비대면시대 영리한 체험 여행

입력 2020. 11. 23   15:56
업데이트 2020. 11. 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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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


마이리얼트립의 랜선투어.
마이리얼트립의 랜선투어.




지난해 겨울, 지인들과 여행을 갔다 온 것을 마지막으로 여행길이 막혔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외는 물론, 가까운 국내까지 떠나기 참 어려운 시기가 되었다. 많은 사람이 서로의 건강을 위해 이동을 자제하면서 코로나19가 끝나면 가장 하고 싶은 것 중 하나로 여행을 꼽는다. 여행이 어느 때보다 간절하지만 갈 수 없는 시기. 이 어려운 시기를 여행업체들은 어떻게 이겨내고 있을까.

사실 여행에도 유행이 있다. 1980~90년대는 패키지여행이 붐이었다면 2000년 초반의 여행은 너도나도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 그 후에는 인스타와 블로거가 추천하는 맛집과 멋집을 돌아다니는 것이 유행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세를 따르지 않고 나만의 여행을 기획해주는 방식으로 여행에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며 어려운 시기를 돌파하고 있는 여행 스타트업이 있다.

마이리얼트립의 이동건 대표는 관광이 아닌 ‘체험’을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여행업을 기획했다. 작은 뒷골목 현지인만 알고 있는 맛집, 동네 기슭 가장 잘 보이는 야경 스폿. 이미 유명한 관광 상품이 아니라 내가 체험하고 경험하는 것으로 여행의 방식을 바꾸고자 했다.

지난 2012년 창업 당시 저가 항공사가 늘어나고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등장하면서, 패키지 여행보다는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여행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하지만 여행업계의 서비스는 여전히 ‘관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많은 여행객이 카페나 블로그에 의지하며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진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정보는 너무도 많았고, 광고도 섞여 있어 이를 선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동건 대표는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이 문제의 해결책을 ‘현지 전문가’에게서 찾았다. 독일에서 한국 여행객이 유학생을 상대로 여행가이드를 신청할 때 대체적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이유를 분석해본 결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의 니즈(Needs)가 잘 맞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믿을 수 있는 ‘현지인 가이드’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시도했고,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이 대표는 여행지에서 고객에게 만족할 만한 상품을 선별하여 제공하기 위해서는 현지를 잘 아는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자유 여행객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이 서비스를 공급하면서 ‘현지 전문가’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 동네를 소개하고 여행객들과 소통하면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는데, 막상 가이드로 활동해보니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컸습니다.” 이렇게 현지 전문가의 만족도가 높으니 더욱 다채롭고 재미있는 상품들이 늘어나고, 이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게 되었다. 선순환 구도를 만들고 나니 이용자 수가 급증했다. 스타트업들이 그토록 바라는 아름다운 J커브(초기에는 자금 조달이나 매출의 문제 등으로 하향선을 그리지만 그 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것)가 그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전 세계가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들이 집에서도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을 획기적으로 고안해낸다. 지난 6월 마이리얼트립은 여행 가이드가 소장하고 있는 현지 영상과 사진을 통해 여행지를 소개하고 고객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스튜디오 라이브 랜선투어’ 상품을 선보인 것이다. 이 상품이 매진되며 큰 인기를 얻자 이 대표는 9월에 해외 여행지에서 베테랑 가이드가 실시간으로 현지 모습을 중계하고 투어에 참여한 고객과 양방향 소통하며 진행하는 ‘현지 라이브 랜선투어’를 새롭게 출시했다. 이제 기업이나 학생, 동호회 등의 단체들은 비대면으로 미술관, 박물관 등의 도슨트 투어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현지 라이브 랜선투어’ 중 홍콩신짱 가이드의 ‘홍콩 백만불 야경 투어’는 빅토리아 피크 등 홍콩 최고의 야경 스폿에서의 야경 감상은 물론, 홍콩의 구석구석을 가이드가 직접 소개하며 고객들과 소통하는 콘텐츠로 오픈부터 대부분 매진되어 성황을 이루었다.

또한 로마와 이슬람, 가톨릭이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자아내는 스페인의 대표 소도시 세고비아의 골목 골목을 여행하며 진행하는 ‘스페인 세고비아’를 비롯해 성 베드로 대성당의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을 베테랑 가이드의 상세한 해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로마 바티칸 투어’ 등도 함께 진행됐다.

마이리얼트립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소는 시대를 반영한 ‘유연함’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관광이 아닌 경험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비대면 시대를 적극 반영한 콘텐츠를 기획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유연함’이 바탕이 된 것이다. 이 대표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국에 해외 현지의 여행 가이드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상품개발뿐만 아니라, 국내 여행업계와 협업할 수 있는 서비스도 다양하게 개발해 나가고 있다.

여행이 간절한 시기, 코로나19의 종식과 건강을 기원하며 랜선으로 새로운 여행을 경험해보자. 이 새로운 ‘체험’과 ‘경험’은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활력소가 되어줄 것이다.

<박지영 『창업가의 생각노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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