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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총력전 토대… 전쟁 초기 주도권 잡기 중시

입력 2020. 11. 20   17:20
업데이트 2020. 11. 2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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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수행에 대한 러시아의 현대적 접근과 전략 문화


지난 10년간 빠르게 정치군사적 통합… 국제질서 서구 지배에 도전
총참모부가 軍 두뇌… 자국 방어에 불안 느끼면 ‘기동성 카드’ 꺼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 기념 퍼레이드를 참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24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 기념 퍼레이드를 참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년에 걸쳐 러시아는 국가목표를 추구함에 있어 놀라운 수준의 정치군사적 통합을 보여줬다. 이러한 통합은 즉흥적이거나 기회주의를 활용한 것이 아닌, 러시아 국가지도부가 국익에 해롭고 본질적으로 취약하다고 여긴 국제질서의 서구 지배에 도전하기 위해 군사력 팽창과 증강을 고안한 일관성 있고 목적 지향적인 활동이었다.



전략문화에 대한 러시아의 인식

러시아의 크림 합병과 동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개입이 있었지만, 러시아의 목적은 유럽에서의 물리적 국경선 변경보다는 오히려 정치적 국경을 변경하는 데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정치·군사기관들은 전쟁 수행 잠재력이 이해관계와 체계의 갈등 속에 내재해 있다고 믿고 있다. 서구사회가 그렇게 할 능력이 있다고 믿는 한 서구에 대한 물리적 변경을 강요하는 군사·비군사 수단을 이용하도록 계속 요구할 것이다.

이러한 군사전략문화는 푸틴 대통령에게 전·평시 및 위기 시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안보·국방 고려요소에 대한 전략적 프레임을 제공해준다.

The Culture of Strategic Thought Behind Russia’s Modern Approaches to Warfare (Harvard Kennedy School, Belfer Center, 2016.10)
The Culture of Strategic Thought Behind Russia’s Modern Approaches to Warfare (Harvard Kennedy School, Belfer Center, 2016.10)



러시아 전략문화의 네 개의 기둥

러시아군 지도부는 전략사상의 문화를 아주 잘 숙지하고 있는데 전략문화가 무엇에 기반해야 하는지를 전반적으로 이해했다. 총참모부가 군의 두뇌 역할을 하고 총참모대학과 기타 아카데미가 장교단 속에 전략문화를 정착시키도록 노력했다. 그들은 거의 모든 영역의 교육·사고·기획·평가·의사 결정 등을 개발·강화했다.

전략문화는 전반적인 군사제도에 대한 실마리다. 러시아 전략문화를 구성하는 데는 4가지의 기둥이 있다고 본다.

첫째는 전략적 특이성이다. 기회를 포착하고 극대화하는 데 독특한 군사적 접근을 요구한다. 둘째는 전략적 취약성이다. 잠재적으로 방어될 수 없는 것으로 인식될 때 기습에 대응하는 공세적 조치를 요구한다. 셋째는 국가총력전에 기초한 전쟁 수행, 넷째는 전쟁 초기의 결정성이다. 이는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현행 군사적 사고에 분명하게 반영돼 있고 각 기둥은 다른 요소들을 서로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군사제도는 전쟁에 대한 생각, 특히 전쟁에서의 정치 군사 목표, 전략, 작전술과 상응하며 전쟁 이전의 위기관리를 어떻게 하는가를 다루는 것이다. 러시아의 군사제도는 강점은 보강하고 약점은 최소화해 모든 요소가 전투력으로 발현되도록 한다. 전략문화는 전반적인 군사제도에 대한 접착제다. 유럽 안보제도에 관한 푸틴 대통령의 남다른 목표는 서구가 관리해야 할 중요한 도전요소다. 러시아군 현대화 재편성, 행동 등에 대한 주요 동인인 러시아 총참모부가 가진 전략문화의 가정·가치는 서구의 그것과는 다르다. 이러한 차이점이 21세기 러시아와 서구 사이의 점증하는 전략적 비대칭성의 핵심요인이다.

전략문화는 러시아 군부가 평화-위기-전쟁 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스크바가 스펙트럼을 관리해가는 실마리다. 러시아의 차별화된 가정·가치는 서구와 다른 위기관리 스타일과 행동, 전쟁 목표와 종결 방법 등을 산출해낸다.



전략적 특이성

러시아 전략문화의 출발점은 러시아의 지정학·정치·경제·전략적 위치가 특이하고 러시아 국방을 위한 군사적 방안이 독자적이라는 것이다. 러시아의 특이한 전쟁 수행방식은 이러한 현실과 일치한다. 이런 일치는 때때로 비대칭적 접근이라 불리는 러시아의 국방에 대한 독특한 전략적 접근을 도출해낸다.

여기서 비대칭성은 러시아가 애매한 수단으로 전쟁을 지도하는 게 아니라 상응한 안보와 방위 해소방안, 경제, 기술적 기지, 유일한 전략적 정치 군사적 풍경을 말한다. 러시아인들은 그 자체만을 위한 비대칭적 전투수단에 투자하지는 않는다. 조국 방위를 위해 개발·산출할 수 있는 것에 기반해 전략적 안보상황에 적합한 안보의 총체에 투자한다.



전략적 취약성과 기습 대응

러시아 전략문화의 두 번째 요소는 러시아를 실제 방어할 수 있는가에 관한 전략적·기술적 불안 요인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전략적 지휘통제와 기습에 대응하는 기동성을 중시한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모스크바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스타브카’와 유사한 군과 정부 조직을 지휘·통제하는 센터를 설립했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센터의 목적은 의사결정 속도의 가속화와 전략적으로 정부의 타 부서와 국가적 행동을 조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략적 지휘통제는 푸틴과 러시아 총참모부가 국가 전반에 대한 정치·군사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장치다. 전쟁에 대한 이러한 접근은 21세기 전략 환경의 엄청난 변화와 현대무기의 역량 그리고 탈소련 이후의 한계를 반영한다. 여기서는 내·외부의 위협을 인식해 대응하는 데 주안을 두는데 이는 전략연습을 통해 전투준비태세를 평가하고 현대전의 요구에 대한 그들의 인식을 반영한다.



국가총력전에 기초한 전쟁 수행

러시아 전략문화의 세 번째 기둥은 억제에 대한 그들의 사고에 대한 것인데 이는 만약 러시아와 전쟁을 하면 국지전이든 지역전이든 러시아 전체와 전쟁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 전략문화는 오로지 전략적 작전을 통해 연결된 전국적이고 통합된 전략에 의해 적을 격파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전 러시아와의 전쟁돌입은 결심속도, 대규모 화력 및 부대 집중, 신속한 부대 이동을 요구한다.

21세기에 이러한 원칙의 적용에서 ‘전 러시아’란 평시 지리적 배치에 상관없이 러시아군 전부를 뜻하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의 모든 무기화된 애매하고 출처를 알 수 없는 수단, 러시아의 전 병과, 재래식무기, 핵무기를 의미한다. 러시아 군부는 러시아에 전개된 모든 가용한 부대를 통합해 운용한다. 이런 원칙에 입각해 그들은 북극, 발틱, 흑해 그리고 동해 등 다양한 전략 방향에서 일어나는 위협에 대응한다.



전쟁 초기의 결정성

러시아 전략문화의 네 번째 근본 가정은 미래전의 초기 단계가 전쟁의 전반적 결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에 대한 결정성에 고정돼 있다. ‘러시아인들이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고 평시에 어떻게 편성하는가’란 부분은 미래전의 초기 단계를 전략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에는 전략적 주도권이 중요한데 이는 기습, 불의성, 기만, 군사력의 우세, 화력, 기만과 행동의 결정성에 달려있다고 본다. 그들은 최소의 준비로 최단시간 내에 결정적 정치군사 결과를 달성하고자 전략적 주도권을 중시한다.

따라서 과거처럼 동원에 수주 또는 수개월이 소요되는 체제가 아닌, 수 시간에서 수일을 가정하고 연습과 전쟁대비 워게임을 진행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러시아는 부지불식간에 재래식 및 핵무장 부대를 비상소집해 신속히 분쟁지역에 투입하는 훈련과 연습을 수시로 전개한다. 재래식 및 핵무장 부대는 번개처럼 움직일 수는 없지만, 전쟁 초기 전략적 주도권을 확보·포착·재포착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준다. 이는 지난 크림 전역에서 24~48시간 내 부대를 전개해 전쟁연습을 했던 부대들이 투입된 결과물로 입증됐다.



푸틴주의와 러시아 군사전략문화의 지향점

냉전 이후 서구 국가들은 러시아 국방부에 안보와 국방을 재구축하는 데 따른 모델을 적용하고 배우도록 광범위한 지원과 기회를 제공했다. 수년에 걸쳐 러시아 총참모부는 전통적인 전략사상의 가장 기본적 교훈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는 전략사상에 대한 러시아 군부의 전통문화에 깊이 뿌리박힌 본질에 대한 고백이었다.

서구는 이제 러시아군의 전략적 이해관계와 푸틴 대통령의 핵심 정치적 목표의 신중한 전략적 재결합을 목도하고 있다. 이런 전략적 재결합은 전반적인 러시아 안보정책의 재군사화로 나타나며 푸틴 정책의 군사화로 표현되고 있다.

푸틴 통치 아래 현대 러시아의 군사전략은 공·방을 결합하는 전략적 작전을 포함한다. 따라서 군사작전은 러시아 내부로부터 나오는 부대와 동시에 움직이는 전방전개부대가 함께 다양한 전략 방향에 걸쳐 전략적 규모로 수행할 수 있는데, 이 부대는 러시아군 통수부에 의해 통제·관리되고 있다.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예비역 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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