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육군포병학교, 에스토니아군 10명 조종·정비분야 교육

윤병노

입력 2020. 11. 19   16:32
업데이트 2020. 11. 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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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외교관 자부심으로 K9 자주포 노하우 전수했다

육군포병학교에서 K9 자주포 운용능력 향상 교육을 받고 있는 에스토니아군 장병이 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장애물 코스 종합평가의 하나로 도섭지를 통과하고 있다.
육군포병학교에서 K9 자주포 운용능력 향상 교육을 받고 있는 에스토니아군 장병이 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장애물 코스 종합평가의 하나로 도섭지를 통과하고 있다.



K9 자주포는 최대 40여㎞에 달하는 사거리, 빠른 발사속도, 신속한 기동성, 뛰어난 생존성 등을 바탕으로 ‘명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1999년 우리 군에 전력화된 후 현재 1100여 문이 작전 배치됐다. 성능 개량형인 K9A1도 속속 생산·배치 중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무인 자율주행과 원격 사격이 가능한 무기체계로 한 단계 더 발전할 예정이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규격을 적용해 세계 각국의 요구사항을 충족함으로써 방산 수출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2001년부터 현재까지 6개국에 600여 문을 수출했다. 유럽 발트 3국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Estonia)도 18문을 도입했다. 에스토니아군(軍)은 K9 자주포의 운용능력 극대화를 위해 육군포병학교에 장병·군무원 10명을 파견했다. 국군의 우수한 조종·정비능력을 전수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포병학교와 이를 습득하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에스토니아군 관계자들이 함께하는 현장을 소개한다.


에스토니아군 장병들이 K9 자주포 정비교육 중 포구 제퇴기 분리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에스토니아군 장병들이 K9 자주포 정비교육 중 포구 제퇴기 분리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장애물 극복 조종 교육…7개 코스 돌파



구름 한 점 없는 높고 파란 하늘, 형형색색으로 곱게 물든 산과 들판. 늦가을이 절정의 자태를 뽐낸 지난 17일 오전 전남 장성군 육군포병학교 전술훈련장에서 조금 특별한 평가가 열렸다. K9 자주포 운용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한민국을 찾은 에스토니아군 장병·군무원들이 조종 평가를 받은 것.

각각의 K9 자주포에 탑승한 에스토니아군 관계자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시뮬레이터와 실제 훈련으로 조종능력을 숙달했지만, 도섭(渡涉·물을 건너는 것), 경사면, 등판·강판, 도심지 등 7개의 장애물은 통과하기 쉽지 않은 관문이다.

최대 난관은 첫 번째 코스인 도섭지다. 1000마력의 엔진이 뿜어내는 웅장한 소리와 함께 K9 자주포가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에스토니아군 장병·군무원들은 침착하게 길이 25m, 폭 6m, 수심 1m의 도섭지를 건넌 뒤 수직 장애물, 경사면 등의 코스 주행을 마쳤다. 자주포에서 내린 이들의 얼굴에는 해냈다는 기쁨의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장애물 극복 조종 교육은 자국으로 돌아가 K9 자주포를 운용해야 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장애물 코스는 우리나라의 산악지형과 하천 등의 특성을 반영해 조성됐고, 에스토니아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산악지형이 많기 때문이다.


에스토니아군 장병이 K9 자주포 조종능력 배양을 위한 시뮬레이터 교육을 받고 있다.
에스토니아군 장병이 K9 자주포 조종능력 배양을 위한 시뮬레이터 교육을 받고 있다.


베테랑 출동…교관·조교 20여 명 투입

포병학교는 지난 11일부터 19일까지 영관장교 2명, 위관장교 4명, 부사관 2명, 병사 1명, 군무원 1명으로 구성된 에스토니아군을 대상으로 K9 자주포 운용교육을 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K9 자주포를 수입한 에스토니아군의 운용능력 향상을 위해 육군본부와 방위사업청, 제작사인 한화디펜스의 협조로 추진됐다.

포병학교는 대한민국의 우수한 포병전술을 체계적으로 전수하기 위해 전문 교관 8명과 조교 15명을 투입했다. 교육은 크게 조종, 정비 분야로 나뉜다.

포병학교는 에스토니아군 관계자들이 K9 자주포를 처음 조작하는 만큼 안전대책을 철저히 수립한 가운데 이론 교육과 시뮬레이터 교육, 조종 교육에 들어갔다. 과학적 훈련 기법을 적용한 시뮬레이터 교육은 실제 장비와 동일하게 제작돼 기초적인 조종기능을 숙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특히 다양한 형태의 작전 지형과 비·눈·안개를 포함한 기상을 묘사하고, 포탄 낙하 등의 전술상황을 구현해 ‘전장’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직접 조종 준비를 마친 에스토니아군 장병·군무원들은 변속, 정지, 방향 전환, 유도 절차 등의 기초 조종교육을 받았다. 이어 7가지 장애물 극복능력을 습득하고, 종합평가에서 10명 전원이 K9 자주포 운전면허증을 획득했다.

화력무기체계는 언제, 어디에서도 즉각 사격할 수 있도록 장비 성능을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비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포병학교는 우수 교관과 조교를 지원해 일일·주간 정비, 각종 장비를 활용한 견인 교육 등을 진행했다.

20여 년을 정비 임무에 매진해온 김병기(준위) 교관은 “K9 자주포가 최초로 도입됐을 당시 정비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최대한 쉽게,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교육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며 “우리의 정비 노하우를 전수한 에스토니아군 관계자들이 자국의 K9 자주포 성능 유지에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궤도장비 운전면허증을 취득한 에스토니아군 장병·군무원들이 포병학교 관계관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궤도장비 운전면허증을 취득한 에스토니아군 장병·군무원들이 포병학교 관계관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우수 교관·체계화된 교육 제공 감사”

포병학교는 교육 성과를 극대화하고, 국군의 우수성을 전파하기 위해 최고의 교관들을 투입했다. 장애물 극복훈련 교관 박성관 상사와 정비교관 김병기 준위는 노르웨이군·핀란드군을 교육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 중 베테랑’이다. 이들은 에스토니아의 역사·문화·예의범절 등을 익혀 교육을 물 흐르듯 매끄럽게 진행했다.

통역을 맡은 서진석(상사) 전포 교관은 국방부 군사영어반과 미국 포병학교 고급과정(SLC)을 이수해 군사 영어회화에 능통하다. 서 상사는 에스토니아군과 우리 장병들이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서 상사는 “에스토니아를 공부하며 역사와 지리적 여건이 우리나라와 매우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에스토니아군 장병들이 고국으로 돌아가 K9 자주포를 완벽히 운용할 수 있도록 교육에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박 상사는 “학교 교관·조교들은 우리가 대한민국과 국군의 대표라는 각오로 교육에 임했다”며 “군사 외교관이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바탕으로 K9 자주포 운용 경험을 전수했다”고 강조했다.

모든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에스토니아군 장병·군무원들은 20일 수료식과 함께 포병학교를 떠날 예정이다. 에스토니아군 알런 라이드마 소령은 “시스템 조작의 간편성, 탁월한 기동력과 화력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좋은 자주포를 우리 군이 도입해서 기쁘다”며 “짧은 일정이었지만 우수한 교관과 조교, 체계화된 교육을 제공해준 포병학교에 감사를 표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고국으로 돌아가면 대한민국에서 받은 훈련을 바탕으로 에스토니아군에 맞는 전술전기와 훈련 방법으로 K9 자주포 운용능력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병학교는 조종·정비 교육 외에도 K10 탄약운반장갑차를 이용한 탄약 이송·적재 시범, K9 자주포 실사격을 참관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더불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매일 교장과 장비를 소독했다. 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에스토니아군 장병·군무원들이 편안하게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K9 자주포 제작사인 한화디펜스는 마스크와 통역 인원 등을 지원했다. 글=윤병노/사진=이경원 기자


윤병노 기자 < trylover@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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