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워리어 플랫폼을 말하다

[워리어 플랫폼을 말하다]⑪ 포트폴리오 구축

맹수열

입력 2020. 11. 19   17:15
업데이트 2023. 08. 2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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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일보-국방기술품질원 공동기획


신속한 추격자 되기 위한 기민한 전략 펼쳐야

 

조직·교육훈련·전투 군사교리 등
발 빠른 변화로 가시적 발전
2기 그룹 10년 뒤 장기비전 구상 

 
상당수 국가, 전력화 완료 눈앞
러시아 소트니크 체계 2025년 계획
한국보다 약 10년 앞서 

 
단기간 성과의 추동력 유지 위해
산·학·연 유기적인 협력 중요
신속한 전과 확대로 경쟁 우위 점해야 

 
10개월에 걸쳐 우리는 워리어플랫폼을 다각도로 분석해봤다. 그렇다면 우리 육군의 미래라고 할 수 있는 워리어플랫폼의 현주소는 어떻게 진단할 수 있을까? 기획 내내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국방기술품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 김성도(육군중령·공학박사) 전력지원체계연구2팀장은 “워리어플랫폼이 육군의 ‘5대 게임체인저’로 정의된 뒤 본격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을 모색해 온 분야별 성과들이 조금씩 성과를 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2017년도 하반기만 해도 개인전투 영역에서 선진국과의 능력 공백을 신속히 보강해 ‘최소한 개인전투 영역에서의 물자적 기본기를 갖춰야 한다’는 절박함과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혼란스러움이 산재해 있었다”고 떠올렸다.

워리어플랫폼의 지금이 있기까지 육군은 끊임없는 노력을 거듭해왔다. 김 팀장은 “이 가운데 가장 찬사를 받아 마땅한 것은 신속한 품목의 선정과 합참과의 협조를 통한 전환, 육군군수참모부를 중심으로 한 TF 편성과 기획관리참모부 등 집단지성을 활용한 구매 및 시험평가를 통한 획득 효율성 달성”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차세대 병사체계인 소트니크(Sotnik) 체계를 2025년 전력화할 계획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러시아의 워리어플랫폼. 기품원 제공
러시아는 지난달 차세대 병사체계인 소트니크(Sotnik) 체계를 2025년 전력화할 계획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러시아의 워리어플랫폼. 기품원 제공


그러면서 “육군의 속도감 있는 추진에다 ‘아이언맨’ 수준에 그쳤던 불확실성과 거품을 걷어내고 기술 성숙도가 높고 실제 적용 가능한 과학기술을 발굴해 협력체계를 구축하고자 했던 육군 전력지원체계사업단장 주도의 1기 워리어플랫폼 그룹의 활동이 더해져 척박한 전력지원체계 분야에서 전투원의 문제를 고민하는 과학기술자들의 협력 생태계를 조성하는 씨앗을 뿌렸다”고 덧붙였다. 

육군보병학교장이 이끄는 2기 워리어플랫폼 그룹은 ‘육군비전 2030’을 구현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2기 그룹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뒤인 2030년 이후의 발전방향을 구체화해 미래군 속에서의 워리어플랫폼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 팀장은 인간능력 강화 기술의 적용 등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것이 2기 그룹의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2기 그룹의 노력은 워리어플랫폼의 미래지향적 개념발전 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김 팀장은 “이 성과 중 가장 의미 있는 분야는 보병분대 편성 내에서 각개 전투원의 임무에 따른 능력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이 속한 기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의 역할도 중요하다. 센터는 워리어플랫폼 체계 구축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관한 국방부 차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기술·정책적 합리성을 보강하기 위해 전력지원체계 분야 소요기획의 기준문서인 ‘국방전력지원체계 소요기획서(안)’를 작성했다. 또 군 소요에 의한 기술 수준 조사와 기술성숙도 평가를 수행해 전력지원체계의 체계적 소요기획을 위한 전담 기술지원 역량을 보강해 나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워리어플랫폼의 성과물을 창출하고 있는 국가와 그렇지 못하는 국가가 가진 기술력의 결정적 차이는 ‘체계통합기술’의 유무에 달려있다. 사진은 20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efense & Security Expo Korea 2020)’에서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한 장병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조종원 기자
세계적으로 워리어플랫폼의 성과물을 창출하고 있는 국가와 그렇지 못하는 국가가 가진 기술력의 결정적 차이는 ‘체계통합기술’의 유무에 달려있다. 사진은 20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efense & Security Expo Korea 2020)’에서 워리어 플랫폼을 착용한 장병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조종원 기자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기술성숙도 5~6단계에 있는 물자 분야의 소요 등에 대한 연구개발 및 사업관리, 시험평가 및 연구 능력 등을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 특히,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 제정과 연계한 전력지원체계 분야의 독자적 기획, 조사·분석, 선행연구, 연구개발 등을 위한 인력 보강과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재정적 지원 등에 대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해 보다 깊이 있고, 폭넓은 수준의 전담 기술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김 팀장은 “특히 그동안 국방과학기술 분야에서 큰 기술 공백으로 남아있었던 전투피복, 장구류 등에 대한 연구개발 및 시험평가 능력은 상당한 안정감을 갖춰가고 있는 상태로 진단된다”고 전했다. 

속도 붙은 워리어 플랫폼


조직, 교리, 교육훈련 등 비물자적 전투발전요소의 가시적인 발전도 보이고 있다. 군수참모부의 전력지원체계과 신설 추진과 전력지원체계사업단 내 워리어플랫폼 사업관리과 등의 신규편성은 워리어플랫폼 추진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상당히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육군은 각개전투, 분대전투에 대한 군사교리의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또 워리어플랫폼 장비에 대한 사용자 교육용 동영상 등을 제작, 이해도를 높여 획득의 결과가 일선 장병에게까지 원활히 적용될 수 있도록 기반을 갖추고 있다. 김 팀장은 “육군의 이런 전방위적 변화를 보며 올해 초 시리즈를 처음 기획했을 때 했던 걱정이 기우(杞憂)였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또 “육군이라는 거대한 조직이 이렇게 발 빠르게 움직이고 변화할 수 있다는 데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워리어플랫폼 포럼도 워리어플랫폼 사업 진행의 동력을 얻는 계기가 됐다. 포럼에 참석했던 김 팀장은 “워리어플랫폼이 전투원의 생존성을 보장하고 강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게 국가와 국방의 기능·서비스가 집중되는 이상적 플랫폼에 가까워졌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워리어 플랫폼의 세계적 추세 

워리어플랫폼의 단기적인 성과는 분명 주목할만하다. 하지만 워리어플랫폼은 세계 각국의 군비경쟁 속에서는 상당히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18년 NATO가 발표한 회원국들의 워리어플랫폼 분야 추진현황에 따르면 상당수 국가가 연구개발, 전력화 등을 완료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달 러시아가 발표한 소트니크(Sotnik) 체계의 2025년 전력화 계획은 눈길을 끈다. 김 팀장은 소트니크 체계에 대해 “추가적인 기술분석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대략 우리보다 약 10년 이상 앞선 기술 로드맵을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등장한 지상저격병, 경보병, 정찰병 등 개인 전투원의 외관적 변화는 기술적 변모를 합리적으로 추측하도록 하기에 충분하다”고도 했다. 그는 “따라서 우리가 달성한 정책적·기술적 돌파구의 형성에 안주하기보다 신속한 전과 확대를 통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보다 고삐를 죄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통합성의 문제와 포트폴리오 구축의 필요성 


워리어플랫폼은 사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워리어플랫폼 구축을 위한 체계통합의 중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김 팀장 역시 “세계적으로 워리어플랫폼의 성과물을 창출하고 있는 국가와 그렇지 못하는 국가가 가진 기술력의 결정적 차이는 체계통합기술의 유무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단품 단위의 개선은 충분히 경험했다. 국방과학기술혁신 촉진법에 따라 전력지원체계의 도전적 연구개발과 실패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조성됐다. 이제는 워리어플랫폼 구축을 주도하고 있는 전력지원체계 분야의 강점인 신속성과 효율성을 활용해 품목별 기술성숙도를 평가하고 신속한 통합을 추구하는 전략의 도입을 고려해 볼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팀장은 “워리어플랫폼 추진 상황을 진단해 볼 때 육군에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 단기간에 집중된 노력으로 일궈낸 워리어플랫폼 사업이 추동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어떻게 연속성을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가 제시한 것은 ‘획득의 포트폴리오 구축’이었다.

김 팀장은 “30여 개의 다양한 품목들이 조합, 운용되기 위해서는 선·후행 체계와의 연동 및 체계통합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한 산·학·연의 유기적인 협력 생태계 조성을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이미 국내외에서 구매를 추진하고 있는 품목은 국산화 등을 통해 국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안정적인 조달원을 확보하고, 체계통합성과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기 위한 구매 및 체계통합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균형된 획득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단계화된 목표를 고려, 33개 단위품목의 기술성숙도 평가를 통해 현재 수준에서의 신속한 체계통합과 미성숙 기술에 대한 기술개발 등의 단계별 점진적 통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이를 ‘신속한 추격자가 되기 위한 기민한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금까지 시장의 기술동향 등을 지속적으로 조사·분석한 결과 ‘얼마나 고난도 핵심기술을 선점하는가’의 문제가 아닌 ‘얼마나 기민하고 속도감 있게 사용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기술적 솔루션을 제공하는가’의 싸움이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기술을 어떻게 통합하는가에 따라 워리어플랫폼의 정체성이 결정된다는 뜻이다. 김 팀장은 “가장 낮은 수준의 기술이 육성돼 충분한 수준까지 도달되기를 기다려 체계통합을 추진하는 것보다 핵심 기술의 개발 수준과 발전추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 수준의 부분적 통합을 추구하고 단계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획득 전략과 이를 기반으로 중장기에 걸친 예산활동과 연계되는 포트폴리오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동안 우리는 빠른 현안대응과 구매 등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김 팀장은 “앞으로 워리어플랫폼의 획득전략을 구체화하고 체계를 종합하는 정책적·기술적 구심점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워리어플랫폼 관련 획득예산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전력지원체계 분야 예산편성과 집행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는 노력도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기품원 전력지원체계연구센터는 내년부터 전력지원체계 기술수준 조사를 수행할 예정이다. 김 팀장은 “이 조사에서 상당히 다양한 워리어플랫폼 관련 품목에 대한 조사·분석이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는 “센터는 조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의 단품 단위의 분석을 탈피해 통합적 관점에서의 개념을 구성해 기술분석 및 기술성숙도 평가 등을 수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육군이 워리어플랫폼 1단계의 종료 시점으로 제시하고 있는 2024년 내에 통합된 결과물이 제시될 수 있도록 다양한 군·관·산·학·연 이해관계자들과 다각적인 협력과 지원을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팀장은 내년을 ‘워리어플랫폼 기본형의 원년(元年)’으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이제 지금보다 더 공고한 민·군 협력의 생태계가 조성되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글=맹수열 기자

자료제공=기품원 전력지원체계 연구센터 김성도 전력지원체계연구2팀장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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