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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현 병영칼럼] 마음을 도우려다 몸이 건강해진 이야기

입력 2020. 11. 17   16:30
업데이트 2020. 11. 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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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창 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장 창 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저는 마음을 돕는 사람입니다. 그 수단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이지요. 진료는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됩니다. 마음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것과 마음의 균형을 돕는 약을 복용하기입니다. 마음의 대화는 정신과 치료의 기반이 됩니다. 힘든 마음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치유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의미 있는 치료 관계를 형성함이 한 개인에게 안정을 가져다줄 수도 있지요. 하지만 가족이나 친구같이 매일 혹은 원할 때마다 치료자를 만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마음에 대한 약을 통해서 일상에서의 치료 효과를 지속하는 겁니다. 적절한 약을 통해 이러한 치유 작업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마음에 대한 약에는 대표적으로 항우울제와 항정신병약물이 있는데요. 가장 흔한 부작용은 소화 불편감과 두통으로 약을 드시는 분들의 10% 내외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행히 낮은 용량에서는 발생이 덜하고, 생긴다고 해도 2-3주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하다 보면 없어지는 부작용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호소하는,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주는 또 다른 부작용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체중 증가’입니다. 히스타민,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에 대한 작용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이지요. 하지만 ‘힘든 마음’이라는 중대한 문제 앞에서 ‘체중 증가’ 같은 부작용은 가볍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음 증상 완화를 위해 체증 증가 부작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약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성 우울증이나 조현병 환자분들 같은 경우가 그 예입니다. 이전에는 이분들에게 “우리가 먹는 것보다 많이 움직이면 살은 빠집니다. 움직이세요”라는 조언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보다 힘이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환자분들의 변화도 더뎠지만 무엇보다 40대를 향해 가며 나잇살을 조금씩 더해가는 제 자신에게 적용 했을 때도 큰 효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환자분들을 돕기 위해, 그리고 늘어가는 뱃살로 번민하는 제 자신을 돕기 위해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운동치료사 선생님께 영양상담을 받았습니다. 살을 빼는 데는 얼마나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했습니다. 탄수화물과 같은 영양소는 우리가 몸을 움직이는 데는 효율이 좋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지방세포로 가서 저장되기 때문에 지방세포를 살찌우기 쉽습니다. 대신에 채소로 배를 채우고,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 근육을 늘리기 위한 바탕을 만든다면 뱃살은 빠질 수 있습니다. 더불어 틈틈이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꾸준히 해나간다면 살은 빠지고 건강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배웠습니다. 이러한 실천을 한 지 4달이 됐습니다. 저의 체중은 7kg 정도 줄었고, 2-3년 전에 샀다가 안 맞아서 버릴까 고민했던 바지가 다시 맞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에는 저에게 적용한 영양, 운동 실천을 환자분들께도 열심히 설명 드립니다. 진료의 양상도 달라졌습니다. 마음 얘기만 하지 않고 몸에 대한 얘기도 합니다. 때때로 진료실에서 환자분과 같이 스쿼트(앉았다 일어서기 운동)를 하기도 합니다. 한 환자분은 저에게 이런 말씀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선생님의 제안대로 하다 보니 머리도, 허리도 안 아프고 체중도 줄었어요. 잠도 잘 오고 약도 점점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지면을 통해 저도 이런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을 도우려다가 제 몸도 건강해졌습니다.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함께 더 건강해지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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