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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전장에서 조종사의 AI 친구... AI 파일럿

안승회 기사입력 2020. 11. 11   14:56 최종수정 2020. 11. 11   15:38

국방홍보원-국방과학연구소 공동기획 - 미래 전장 이끌 핵심 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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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는 최근 기계 학습에 심층 신경망이 접목되면서 뛰어난 성능을 보이며 놀라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16년 바둑 챔피언을 꺾었고, 2017년 포커 챔피언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컴퓨터 전략 게임 스타크래프트2와 도타2에서 세계 챔피언이 됐다. 다음은 무엇일까. AI는 빠른 속도로 국방 분야에 스며들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엔 국가 방위 분야에서 AI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인전투기 개발 전쟁

여러 국가에서 무인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에서 개발한 MQ-9 리퍼(Reaper)는 올해 1월 실제 작전에 투입되며 뛰어난 성능을 입증했다. 군사용 드론 최강국 중 하나인 이스라엘은 파이오니어(Pioneer), 헌터(Hunter), 헤론(Heron), 하피(Harpy) 등 다양한 종류의 무인기를 개발해 실전에 배치하고 있다. 유럽 여러 국가도 다양한 목적의 무인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다. 영국은 맨티스(Mantis)와 허티(HERTI)를 프랑스는 (Crecerelle)를 이탈리아는 스카이와이(Sky-Y)를 각각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발된 무인 전투기들은 통신을 통해 미리 계획된 특정 임무만 수행 가능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미국 국방성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ACE(Air Combat Evolution)로 불리는 공중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서 전투기 도그파이트(Dogfight)가 가능한 AI를 개발하고 있다. 전투기 도그파이트는 사람의 눈으로 식별 가능한 거리에 있는 항공기들의 공중전을 의미한다. 이 근접 전투는 조종사가 시야에서 적기를 놓치는 순간 승패가 결정 나기 때문에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판단해서 항공기를 신속하게 조종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ACE 프로그램은 모자이크전장(Mosaic Warfare)을 구성하는 하나의 축으로 ‘인간 조종사’를 이기는 ‘AI 조종사’, 일명 알파 도그파이트(Alpha Dogfight)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전에서 도그파이트가 이뤄질 확률은 극히 낮다. 레이더 등 탐지기술과 미사일 같은 전방 무장 기술의 발달로 눈에 보이지 않는 거리에서 이미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도그파이트는 단지 전투기 조종사의 기동 숙련도 향상을 위한 훈련의 하나로 활용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도그파이트가 가능한 AI 조종사를 개발하려는 목적은 실전에서 사람만큼 신뢰할 수 있는 AI 조종사를 개발하기 위함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도그파이트 같은 복잡하고 어려운 조종이 가능해야 AI 조종사를 믿을 수 있다”며 “신뢰도를 갖춘 AI 조종사가 개발되면 인간 조종사는 전투기에 탑승해 더욱 상위의 임무를 수행하는 지휘관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DARPA는 ACE 프로그램에 자국 기업만 참여하도록 제한을 둘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미 국방성 DARPA의 무인전투기 조종사 개발 프로그램인 ACE.  DARPA 제공.


딥러닝과 AI 파일럿

우리나라도 AI 조종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ACE 프로그램과 비슷한 시기에 AI 조종사 개발 과제를 준비하기 시작했으며, 2023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미래도전과제를 수행 중이다. AI 조종사를 개발하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딥러닝 성공의 3요소로 심층신경망의 출현, 고성능 프로세서의 발전, 빅데이터가 꼽힌다. AI 분야는 1970년대와 1990년대 두 번 시련의 아픔을 겪었다. 이 시기 다양한 방식으로 AI가 구현됐지만 국소최적(local optimum)에 빠지거나 조금만 복잡해도 학습에 실패하기 일쑤였다. 이때 인공지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것이 바로 심층신경망 일명 딥러닝이다.



구글 데이터 센터.  구글 제공.


심층 신경망으로 AI의 수학적 한계는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학습의 효율을 높이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학습 효율을 높이기 위한 AI 조종사 개발사업의 첫 번째 도전과제는 적절한 컴퓨팅 파워를 사용하는 효율적인 학습기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알파고의 완성판인 알파고 제로는 구글에서 개발한 AI 프로세서인 TPU 2000개로 3일 동안 학습했다. 3일이면 학습이 끝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상은 완전히 다르다. TPU 하나는 최신 GPU(GTX2080Ti)보다 13배 성능이 좋다. 최신 GPU 하나로 알파고 제로를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214년이 걸린다. 알파고처럼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최신 GPU 2만 6000개가 필요하다. GPU 성능 발전이 AI의 부흥을 이끌었지만, 이는 일부 기업에만 해당하는 얘기일 수 있다. 2080Ti 하나 가격이 150만 원 정도 하니 몇백억을 쏟아부어 GPU를 구매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일이다.



두 번째 도전과제는 빅데이터다. 알파고는 프로기사의 기보 16만 건으로, 알파스타는 프로게이머의 리플레이 80만 건으로 초기 학습했다. 시뮬레이션에서는 빅데이터를 얻기 쉬운 편이다. 환경정보와 입력정보가 네트워크상에서 데이터로 모두 저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투기를 활용한 전투는 실전이다. 실전에서 가장 구하기 힘든 것이 바로 이 초기 학습 데이터다. 미래를 예측하고 데이터를 최대한 저장해 놓더라도 학습에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학습을 위해서는 단순 입·출력뿐 아니라 해당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자세한 환경정보까지 필요하다. 전투기 원거리 교전에서는 레이더 정보 등이 환경정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근거리 교전에서는 적기가 가깝고 빠르게 움직여 레이다에 잡히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조종사의 시각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 필수다. 실제 교범에도 상대 전투기를 HUD(head up display) 위 몇 인치에 위치하도록 하라는 식의 기동 지시가 나와 있다. 기존 전투기에는 카메라가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데이터는 어디에도 없다.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시뮬레이터다.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시계외(BVR) 교전 시뮬레이션 화면.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하지만 시뮬레이터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전투기마다 성능과 운용방식이 다르고, 무장·동역학·대기환경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많이 쓰이는 말이 있다. 바로 ‘무가치한 데이터를 넣으면 무가치한 결과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 아무리 오래 학습을 시켜도 입력이 틀렸다면 학습된 AI는 정상일 수 없다. 이에 국방과학연구소는 2011년 말 ‘가상 공중교전모델’을 개발했고, 이 사업을 통해 원거리 교전을 위한 전투기 시뮬레이션 기술을 확보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AI 조종사 개발과제를 통해 도그파이트를 위한 시뮬레이션 기술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뮬레이터가 있다고 해도 알파스타나 알파고처럼 실제 전문가의 데이터를 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방과학연구소는 AI 조종사 개발과제를 진행할 때 공군과 협조해 전문가의 교전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기본 전투기 기동(BFM·Basic fighter maneuvers)과 공중전 기동(ACM·Air combat maneuvering)은 전투기 조종사의 교재다. 조종사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렵다. 전투기의 에너지 기동성, 턴 서클, 뱅크 각도 등 어려운 용어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국방과학연구소는 공군사관학교의 도움을 받아 도그파이트에 필요한 모든 BFM·ACM 교리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규칙으로 변경해 입력하고 있다. 이렇게 확보한 규칙 기반 인공지능을 전문교관으로 다양한 상황에서의 교전 데이터를 대량생산하고 이 데이터로 학습 시켜 AI 조종사를 개발할 방침이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 중인 AI 조종사의 중간 결과물. 기본 전투기 기동(BFM)에 따라 아군 전투기(파란색)가 적기(빨간색)를 추적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 제공.


AI 조종사가 개발되면 어떤 점이 좋을까. 먼저 AI 조종사 개발을 통해 양성하기 힘든 전투기 조종사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또한 조종사는 전투기 1기만을 운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지휘관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 밖에도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 합리적인 연산 자원으로 AI를 학습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GPS 등 많은 기술이 국방에서 스핀오프 됐다”며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개발한 AI 기술이 우리나라를 지키는 것뿐 아니라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승회 기자

안승회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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