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국방광장

[장병훈 국방광장] 군사외교의 전장에서

입력 2020. 11. 04   16:53
업데이트 2020. 11. 04   16:54
0 댓글

장병훈 육본 정책실 군사협력과·중령(진)
장병훈 육본 정책실 군사협력과·중령(진)

펜타곤(Pentagon)은 미국 국방부, 합참, 각 군 본부 등이 위치한 미 국방정책 및 군사전략의 핵심공간이다. 또한 건물 내 통로의 총연장이 28.2㎞에 달하는 세계 최대 업무용 건축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2020년, 나는 미국 육군본부 작전참모부 전략·기획·정책처 다국적협력과에 대한민국 육군 연락장교로 보직됐다. 펜타곤에서 근무하는 첫 한국군이 된 것이다.

미국 육군본부 다국적협력과는 미국 및 동맹·협력국 등과의 전략교류와 안보협력 증진, 상호운용성 향상 등을 위해 2018년 다국적상호운용성 통합팀으로 신설됐고 2020년 과로 승격했다. 미국 군인·공무원과 교환장교 또는 연락장교 신분의 10여 개 국가 장교로 구성돼 있다. 다국적협력과는 미국과 해당국 육군 간의 양자 교류협력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및 ABCANZ (미·영·캐·호·뉴) 등 다국적 군사기구 정책 수립·시행, 작전참모부 예하 부서의 주요 정책·전략 수립에 대한 자문도 지원한다.

미국 육군본부가 지역전문가 제도를 운영하고, 근래 다국적 협력 조직을 추가 설치한 배경에는 정책·전략 수행에서 관련 지역에 대한 이해와 다국적 협력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있었을 것이다. 전 세계 각 지역을 대상으로 경쟁·관여·협력하는 미국의 상황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도약적인 발전과 급변하는 국내외 정치·경제·사회 환경에서 우리 또한 국방력 강화와 함께 유연하고 지능적인 군사외교를 통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한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은 최근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도 재확인됐듯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이며 우리 군사외교의 중추에 자리 잡고 있다. 우리 군은 또한 여타 우호 관계 국가들과도 안보협력뿐만 아니라 국방과학기술, 방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인 교류와 협력을 추진한다. 이 모든 활동의 기본원칙은 국가이익 추구다.

군인은 국가이익을 위해 국가와 군이 필요로 하는 곳에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한다. 그곳이 전장(戰場)이다. 전장은 적과 우군, 민간인이 혼재된 곳이다. 군사외교 전장에서는 적·우방, 또는 의도가 불명한 상대와 마주한다. 작전 지휘관은 적의 의도·능력, 상급지휘관의 의도 및 부대 능력, 시기·상황, 지형을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군사외교관 역시 협상 상대의 의도를 분석하고 행태를 평가하며, 정부 안보정책·방침 및 관련 국제·지역정세 등을 이해하고 이를 종합 분석·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물론 여기에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능력을 구비해 의사소통 효율성을 높이고 외교적 수사를 이해·활용할 수 있다면 더욱 잘 무장된 군사외교관이 될 것이다.

펜타곤은 미국 국방정책·군사전략의 중심이면서, 동시에 여러 국가 간 상호 협력과 경쟁의 장이기도 하다. 군인으로서 그 전장에 설 수 있는 명예에는 군복에 부착된 태극기가 부여하는 막중한 책임감 또한 함께한다. 험난한 지정학적 환경에서 대한민국이 생존 그 이상의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국방력을 정묘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군사외교의 길을 고민하며 현재 부여된 직분을 다하려 한다.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