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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NW 내년 발효…핵 군축 중요성 국제사회에 환기

입력 2020. 10. 30   17:37
업데이트 2020. 11. 0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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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금지조약은 국제군비통제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까? 
 
2017년 7월 유엔 총회서 핵무기금지조약 채택…50개국 비준 완료
핵확산금지조약에 견인돼 왔던 국제핵비확산체제 새 전환점 맞아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 가능한 현실 되려면 많은 국가 참여 우선돼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연구와 국제적인 공동관리를 위해 설립된 국제원자력기구(IAEA·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과 IAEA의 로고.  연합뉴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연구와 국제적인 공동관리를 위해 설립된 국제원자력기구(IAEA·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과 IAEA의 로고. 연합뉴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본부 건물의 모습. IAEA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연구와 국제적인 공동관리를 위해 설립됐다. 
 연합뉴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본부 건물의 모습. IAEA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연구와 국제적인 공동관리를 위해 설립됐다. 연합뉴스

핵무기금지조약(TPNW·Treaty on the Prohibition of Nuclear Weapons)이 내년 1월 발효될 예정이다. 2017년 7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핵무기금지조약은 50개국이 비준을 완료하면서 채택 3년여 만에 국제군비통제 조약의 하나로 자리매김할 기회가 열렸다. 1970년대 이후 핵확산금지조약(NPT)이 견인해온 국제 핵 비확산 체제가 핵무기금지조약의 비준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음은 확실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핵무기금지조약이 NPT와 어떠한 차이가 있으며, 국제 핵 비확산 체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에서 핵무기금지조약을 둘러싼 찬반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향후 핵무기금지조약이 국제 핵 비확산체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소련, 양 강대국이 주도한 NPT

NPT는 1960년대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과 소련(현재 러시아)이 더 이상의 핵무기 확산을 금지해야 한다는 대전제 아래 1967년 1월 이전에 핵무기를 보유한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중국 이외의 국가들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제도화한 국제규범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 트루먼 행정부가 전 세계적인 핵무기 제조를 중지하자는 바루크 계획(Baruch Plan)을 제안했던 것이 그 시초였으며 1950년대 폴란드, 아일랜드, 스웨덴 등이 제안했던 결의안을 바탕으로 핵 확산금지를 규범화하는 논의가 유엔에서 시작됐다. 이후 미국과 소련이 각각 조약의 초안을 만들었으며, 결과적으로 미국이 제시한 초안을 미국과 소련 양국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형태로 1968년에 NPT(1970년 발효)가 탄생하게 됐다. 당시 핵무기 보유국 중에 미국, 소련, 영국만이 비준했고 프랑스와 중국은 조약 발효 후 20여 년이 지난 1992년이 돼서야 조약에 가입했다.

NPT는 핵무기 보유국과 비핵무기 보유국을 구분하고, 비핵무기 보유국이 핵무기 및 핵 폭발장치를 제조하거나 획득하지 못하도록 모든 국가가 협력하고 노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비핵무기 보유국이 평화적 목적을 위해 원자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이를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해서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핵무기 보유국은 ‘선의에 따라(in good faith)’ 핵무기 경쟁을 중지하고 최종적으로 핵 군축을 실현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핵무기금지조약은 핵무기에 대한 모든 활동, 즉 개발, 보유, 사용을 금지하며 모든 국가가 그 대상이 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핵무기 보유국과 비핵무기 보유국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는 NPT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 때문에 세상의 모든 핵무기를 폐기한다는 이상적 현실을 제시하고 있다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렇다면 핵무기금지조약은 누가 어떻게 제안한 것일까? NPT가 미국과 소련이라는 당시 두 초강대국에 의해 추진됐다면, 핵무기금지조약은 ICAN이라는 시민단체에 의해 그 아이디어가 공론화됐다. ICAN은 ‘핵무기를 폐기하는 국제적 캠페인(International Campaign to Abolish Nuclear Weapons)’의 약자로 100여 개국 이상의 시민단체가 연합해서 운영되는 비정부기구다. 2007년 호주 멜버른에서 시작된 ICAN은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2019년 기준 전 세계 540개 이상의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ICAN은 창설 이후 핵무기 폐기를 위해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꾸준히 활동했고 인도적 관점에서 핵 군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러한 ICAN의 활동이 국제사회에서 주목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2009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핵무기 없는 세계(a world without nuclear weapons)’ 제안이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에 앞장서서 행동해야 할 도덕적인 책임이 있다면서 기존의 핵무기를 줄이고, 더 이상의 핵무기 확산을 막고, 나아가 핵물질이 위험한 자들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이러한 외교적 업적을 인정받아 2009년 노벨위원회는 “핵무기 없는 세상에 대한 비전은 군축과 무기통제협상에 큰 자극이 돼왔다”고 지적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했다.

그리고 8년 후인 2017년 노벨위원회는 핵무기금지조약 채택을 위해 활동해온 ICAN에 노벨평화상을 수여했다. 노벨위원회는 “그간 국제사회는 지뢰, 집속탄, 화학·생화학 무기에 대한 금지협약을 도입했지만, 핵무기는 이들보다 더 파괴적임에도 국제법적 금지대상이 되지 못했다”고 설명하면서 “ICAN이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노력에 새로운 방향과 활력을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핵무기금지조약과 국제군비통제

핵무기금지조약이 50개국의 비준을 받아서 발효를 앞두고는 있지만, 핵무기금지조약이 실제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는 논쟁적이다. 특히, 핵무기 없는 세계가 이상적 현실이 아닌 실현 가능한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국가들의 참여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현재 아일랜드, 멕시코, 남아프리카 공화국, 태국, 뉴질랜드 등 50개국이 비준했지만,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중 어느 한 국가도 조약에 서명이나 비준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핵무기금지조약 논의에 활발하게 참여했던 스웨덴, 스위스도 조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국가안보를 위해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를 보장받는 한국, 일본, 호주도 논의에 참여하거나 조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이렇듯 NPT를 지지하는 많은 국가들이 핵무기금지조약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실 NPT는 핵무기 보유국의 장기적인 군축 목표보다는 전 세계적인 핵 비확산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이끌어왔다. 그동안 NPT 평가회의에서 핵 군축 문제가 지속적으로 거론돼왔지만, 핵 비확산만큼이나 핵 군축 문제가 균형 있게 논의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핵무기금지조약의 발효는 핵 군축의 중요성을 국제사회에 환기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지속 가능한 국제 핵 비확산 체제를 고민하고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핵무기 없는 세계’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조은일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정치학 박사
조은일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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