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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종 병영칼럼] ‘네고왕’으로 본 디지털 시대 마케팅 트렌드

입력 2020. 11. 01   13:36
업데이트 2020. 11. 0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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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찾아가 제품 가격 깎는 웹 예능
소비자와의 상호작용 효과 주목해야 

김태종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김태종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지난 주말, 아내가 급하게 저를 찾으며 면도기를 구매해야 한답니다. 모 브랜드 면도기를 반값 할인하는데 지금 당장 구매해야 한다더군요. 평소 면도기에는 조금도 관심 없던 아내가 뜬금없이 무슨 일인가 싶어 들어보니, 유튜브 ‘네고왕’ 콘텐츠에서 본사 대표를 직접 만나 가격 담판을 지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도대체 ‘네고왕’이 무슨 콘텐츠기에 기업 대표와 이런 협상을 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네고왕’은 2020년 7월 30일부터 매주 금요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방영을 시작한 웹 예능 콘텐츠입니다. 연예인 황광희 씨가 기업을 상대로 제품 가격을 협상하는 과정을 담고 있죠. 참고로 ‘네고’는 영어 Negotiation(협상)에서 유래된 말로서, ‘거래 당사자 간 가격을 조정하는 행위’를 뜻합니다(국립국어원). 10월 말 현재까지 총 11개의 콘텐츠가 제작됐으며, 채널 구독자는 약 100만 명, 총 조회수는 4365만 회입니다.

과연 사람들은 ‘네고왕’의 무엇에 이토록 호응하는지 궁금해서 ‘네고왕’ 콘텐츠의 댓글을 분석했습니다. 조회수가 가장 많은 3개의 콘텐츠 치킨·피자·아이스크림 편에서 6만4675개의 댓글을 수집해 텍스트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핵심 키워드를 선정했습니다.

‘네고왕’의 핵심 키워드는 [사람], [맛], [가격], [대박], [사랑]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청자들은 댓글에서 “광희 형 진짜 이 시국에 [사람]들에게 힘을 줬어요”, “네고왕 덕분에 너무 [맛]나게 먹었어요”, “[가격]이 비싸서 자주 못 먹었는데 진짜 싼 [가격]으로 해서 자주 먹었다”, “서로 윈윈으로 [대박]났네”, “너무 [사랑]해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네고왕’을 살펴보면, 거리에서 사람들의 속마음을 파악하고 가맹점의 애로사항을 청취한 뒤 본격적으로 본사 대표와 대면해 가격 협상을 합니다. 이는 소비자 만족도 증가와 제품 매출 증가, 브랜드 이미지 상승 등의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네고왕’은 소비자와 기업을 능동적으로 콘텐츠에 참여시켜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마케팅 현상을 이론적으로 해석해 보면,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신영웅 전문위원은 『그놈의 마케팅』(2019) 에서 “상대방으로부터 애정(신뢰, 충성)을 얻기 위해서는 목표 수용자 집단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심, 그들의 필요와 목소리에 깊이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연세대학교 조창환 교수도 『디지털 마케팅 4.0』(2018)을 통해 소비자 중심의 능동적 참여, 콘텐츠와 소비자 간의 상호작용,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광고의 통합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즉,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공감하며, 어려움을 해결해 주고, 부족함을 채워주는 동시에 즐거움과 재미를 선사하면서 시민과 기업이 함께 윈윈하는 전략, 이것이 새로운 디지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국가기관(군 조직)에서도 주목해야 할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국민은 우리 조직에 무엇을 원하는가?”, “조직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아니라,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짐으로써, ‘국민과 함께,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기충천한 군 문화 정착’을 위해 조직의 리더와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분들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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