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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원 기고] ‘평화의 마중물’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 현장

입력 2020. 10. 28   17:12
업데이트 2020. 10. 2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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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지 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윤 지 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누구도 예상치 못한 6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대립과 반목의 공간이 된 최전방 비무장지대(DMZ)! 하지만 현재 긴장이 감돌던 접경지역과 비무장지대 내에서 큰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 4월 20일부터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6·25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2018년 남북이 맺은 9·19 군사합의의 충실한 이행을 통해 접경지역 일대에서 군사적 긴장이 실질적으로 완화됨으로써, 지난해부터 비무장지대 내에서 역사적 유해 발굴이 최초로 가능해진 것이다. 당시 남북은 상호 접근성 및 안전성, 유해 발굴 가능성과 6·25전쟁의 상징성 등을 고려해 강원도 철원군 대마리에 위치한 화살머리고지를 시범적 공동유해발굴 지역으로 선정했다.

나는 지난 14일 불신과 도발이라는 아픈 역사를 뒤로 한 채 ‘평화의 마중물’로 간주되는 화살머리고지 일대의 유해 발굴 현장을 방문했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두 차례 연기된 이후여서 더 값지고 가슴 뭉클한 시간이었다. 유난히 화창한 가을 오후, 화살머리고지에서 바라본 북녘 땅이 평화롭게 한눈에 들어왔다. 화살머리고지 능선에서는 2018년 북한군이 지뢰 제거와 남북공동유해발굴을 위해 조성했던, 남북 군인들이 정겹게 악수를 나누던 남북연결도로도 보였다. 올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전쟁의 상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격전지를 방문해 감회가 남달랐다. 화살머리고지 내에 유해발굴 추모관이 만들어져 그동안의 진행 과정과 단계, 성과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매우 뜻깊고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국민 대상의 안보체험 현장으로 변모할 예정이라고 한다.

유해 발굴 현장 주변에는 형형색색의 가을 들꽃이 지천이었고 무성한 나무 사이로 새들은 남북한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치열한 격전지였던 만큼 발굴된 유해들과 유품 수가 상당했다. 국군 전사자로 추정되는 ‘완전 유해’ 현장도 볼 수 있었다. 유해 주변에서는 구멍 뚫린 철모와 인식표 줄도 발견됐다. 발굴된 유해들은 한지로 잘 봉해서 오동나무관에 담은 다음 정확한 분석을 위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중앙감식소로 보내진다.

내년에는 북한의 적극 호응으로 남북공동 유해발굴로 이어져 바로 건너편 북녘 땅에 묻혀 있을 더 많은 국군의 유해가 그리운 고국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지금 이 시간에도 묵묵히 유해 발굴에 열중하고 있는 장병들의 헌신과 노고에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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