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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하늘 동반강하...특전부자는 뜻 세우고, 특전부부는 뜻 깊었다

김상윤 기사입력 2020. 10. 28   16:36 최종수정 2020. 10. 28   17:09

특전사 비호부대 이상각 원사와 이동혁 후보생
‘843기 공수기본 교육’ 자격강하 훈련 실시
군인다운 군인 아버지와 같은 길 선택 

국제평화유지단 21대대 중대장 박민우 대위
특수전학교 학생지도부사관 임예원 중사
‘20-3·4차 강하조장 교육’ 평생의 추억 남겨

지난 26일 부자 동반 강하를 마친 육군특수전사령부 비호부대 이상각(왼쪽) 원사와 아들 이동혁 특전부사관 후보생이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광주=조종원 기자
국제평화유지단 21대대 중대장 박민우(왼쪽) 대위와 특수전학교 학생지도부사관 임예원 중사가 지난 22일 동반 강하를 앞두고 항공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부대 제공

“공중! 침투! 공중! 침투!”

지난 26일 황금빛 억새가 가을바람에 물결치던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예하 특수전학교 강하 훈련장. 특전부사관 후보생들의 우렁찬 구호 소리가 ‘843기 공수기본 교육’ 과정의 백미인 강하훈련의 시작을 알렸다. 그동안 강도 높은 지상훈련을 이겨내고 대망의 첫 ‘자격강하’ 훈련을 앞둔 후보생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설렘이 가득했다.

그런데 후보생들 사이에서 유난히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서로의 강하 장비를 점검하는 두 사람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특별히 부자(父子) 동반강하에 나선 특전사 비호부대 이상각 원사와 이동혁 후보생이었다.

“모든 게 처음이 중요해. 긴장하지 말고, 침착하게 배운 그대로 하면 돼. 두려움을 극복하는 거야. 알겠지?” “네, 아버지!”

특전부자가 탑승한 기구가 서서히 떠올라 1000피트 상공에서 멈췄다. 먼저 이 원사가 후배들에게 시범을 보이듯 푸른 하늘로 힘차게 몸을 날렸다. 노련한 특전요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안정된 강하 자세였다. 곧이어 아버지의 모습에 힘을 얻은 이 후보생도 과감히 기구에서 이탈해 낙하산을 펼쳤다. 가을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특전부자의 동반강하였다.

목표지점에 안전하게 착지한 부자가 낙하산을 정리한 뒤 다시 만나 서로를 바라봤다. 아버지의 미소에는 아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아들의 눈빛에는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이 넘쳐흘렀다. 베테랑 특전맨 이 원사는 이날 개인 통상 125번째 강하훈련을 했다. 자신과 같은 특전부사관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한 대견한 아들과 후배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

경험 많은 아버지와 달리 아들은 이번이 생애 첫 강하였다. 평생 잊지 못할 부자 동반강하로 첫 자격강하에 성공한 이 후보생은 “실제 기구강하는 처음이라 많이 떨렸는데, 아버지가 옆에 계신다는 사실이 정말 큰 힘이 됐다”며 “두려움을 이기고 아버지께 당당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너무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원사는 아들이 자신과 같은 특전부사관을 꿈꾼다는 것을 알았을 때 무조건 기뻐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26년 동안 특전맨으로 살아오며, 그 길이 얼마나 험하고 고된 것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원사의 아내도 아들의 결정을 만류했다. 그러나 ‘아버지와 같은 특전부사관의 길을 걷겠다’는 아들의 의지는 확고했다.

이 후보생은 “매일 특전복을 입고 집을 나서는 아버지의 멋진 모습을 어릴 적부터 바라보며 나도 자라면 꼭 검은베레를 쓰겠다고 결심하게 됐다”며 “처음엔 반대하셨던 어머니께서도 지금은 멋진 특전부사관이 되라며 많이 응원해주신다”고 말했다.

현재 이 원사의 첫째 딸이 육군 하사로서 5포병여단에서 군 생활 중이다. 셋째 아들인 이 후보생이 올 연말 임관하면 가족 중 세 명이나 군인의 길을 걷게 된다. 이 원사는 “군에서는 아버지와 딸·아들이 아닌 국민을 지키고 나라가 필요로 하는 군인이자 전우로서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마지막으로 이 원사에게 군인으로서 좌우명이 있는지 질문했다. 잠시 고민하던 이 원사는 “군인은 반드시 군인다워야 한다”며 아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 후보생에게는 앞으로 어떤 군인이 되고 싶은지 물었다. 이 후보생은 “거창한 목표는 없다. 아버지 말씀대로 군인다운 군인이 되겠다”고 힘차게 답했다.

이날 강하 훈련장에서는 공수기본 교육과 함께 ‘20-3·4차 강하조장 교육’도 병행되고 있었다. 강하 조원과 장비를 계획된 지역에 안전하게 강하시킬 수 있는 전문요원을 양성하는 3주간의 과정이 강하조장 교육이다.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고 입교한 강하조장 교육생 중에도 남다른 두 사람을 만나볼 수 있었다. 평생의 반려자이자 전우로 살아가고자 지난 6월 부부의 연을 맺은 국제평화유지단 21대대 중대장 박민우 대위와 특수전학교 학생지도부사관 임예원 중사였다.

아내 임 중사는 남편 박 대위보다 한 기수 앞서 20-3차로 입교했다. 계획된 일정대로였다면 두 사람이 함께 교육받을 수 없었다. 그런데 기상 문제로 교육 일정이 미뤄지면서 우연히 20-3·4차 교육 일정이 겹치게 됐다. 신혼인 특전부부에게는 행운이었다. 서로를 격려하며 강도 높은 훈련을 이겨내고 있는 두 사람은 지난 22일 2400피트 상공을 나는 항공기에서 부부 동반강하를 하며 평생의 추억을 남기기도 했다. 특전사가 시행하는 강하 훈련 및 교육에서 부부 동반강하는 부자 동반강하보다 더욱 드문 일이다.

박 대위는 “동반강하 당시 임 중사가 강하조장 역할을 맡았고 나를 포함한 10여 명의 강하조원들을 능숙하게 리드했다”며 “가정에서는 따뜻한 아내, 군에서는 든든한 특전 전우인 임 중사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중사는 “남편과 동반강하하고, 함께 교육받는 것은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특별한 경험”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두 사람 모두 반드시 수료의 기쁨을 누리겠다”고 다짐했다.

군인 부부의 일상은 일반적인 부부들과는 다르다. 야외 교육훈련이 잦은 특전부부는 더욱 그렇다. 신혼이지만 주말부부처럼 생활하며 서로 얼굴 보기도 쉽지 않은 박 대위와 임 중사다. 반면, 특전 부부만의 장점도 있다. 박 대위는 “서로를 너무도 잘 알고, 군인으로서 고충을 진심으로 이해하며 세세한 부분까지 챙겨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임 중사는 “주말에는 주로 남편과 함께 운동하고, 윈드터널 시설에서 훈련 겸 여가를 즐기기도 한다”며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지 않기에 주말에는 꼭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박 대위는 내년 레바논 파병을 앞두고 있다. 해외 파병은 박 대위가 군인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 중 하나다. 그런 박 대위를 바라보는 임 중사의 심경은 복잡하다. 전우로서 아낌없이 격려와 응원을 보내고 싶지만, 아내로서 남편을 멀리 보내고 싶지 않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임 중사는 “섭섭한 감정도 있지만, 전우로서 남편의 결정을 존중하고 나 역시 군인으로서 한층 성장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는 중”이라고 밝혔다.

임 중사는 태권도 선수 출신이자 특공무술 유단자다. 체력, 정신력 등 모든 측면이 남성 특전부사관 못잖다. 물론 박 대위도 정예 특전사의 일원으로서 특공무술 수련자다. 주변에서 “절대 부부 싸움만은 하지 말라”고 장난스레 충고하는 이유다. 박 대위는 “가끔 말다툼을 해도 큰 싸움은 서로 피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임 중사는 “서로 마음이 상한 상황에서 항상 먼저 다가와 미안하다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멋진 남편에게 정말 고맙다”고 숨겨둔 마음을 전했다. 김상윤 기자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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