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방위사업청과 함께 하는 웨폰 스토리

심해 최전방 안전한 임무 수행 위한 든든한 방패

맹수열

입력 2020. 10. 26   16:35
업데이트 2020. 10. 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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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잠수함구조함 ‘청해진함’
인양작전·인명구조 임무 성공적 수행 

 
‘센터 웰’ 방식 차세대 건조사업 진행
방사청, 구조체계연동협의체 운영
DSRV 등 핵심장비 국산화 추진도 

 

해군 잠수함구조함 청해진함(ASR-21) 장병들이 잠수함 탈출·구조훈련에서 인양 로프를 풀며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국방일보 DB
해군 잠수함구조함 청해진함(ASR-21) 장병들이 잠수함 탈출·구조훈련에서 인양 로프를 풀며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국방일보 DB

“너무 깜깜하지만 감각으로나마 시도해본다. 살 가망은 없을 거다. 누군가 이 글을 읽기를 바란다….(중략) 모두에게 안부를. 절망할 필요 없다.”

이 문구는 영화 ‘쿠르스크’로 잘 알려진 러시아 핵잠수함 쿠르스크함 침몰 사고에서 폭발을 피해 구조를 기다리다 끝내 숨진 드미트리 콜레스니코프 대위의 시신에서 나온 메모 중 일부다. 쿠르스크함 침몰 사고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함수에서 폭발이 발생한 뒤로도 최대 8시간 동안 콜레스니코프 대위를 비롯한 23명의 승조원이 생존해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사고 직후 잠수함구조함이 현장에 투입돼 구조 활동을 했더라면 일부의 승조원이라도 구조할 수 있지 않았을까? 쿠르스크함 침몰 사고는 잠수함구조함의 중요성을 전 세계가 인식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됐다.

우리 해군도 영해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 빈틈없는 정비와 안전수칙 준수를 통해 우리의 잠수함은 안전하게 운용되고 있지만, 우리 군은 만약을 대비한 잠수함구조함의 필요성도 잊지 않았다.

방위사업청이 건조하고 있는 차세대 잠수함구조함의 구조 및 잠수체계.  방사청 제공
방위사업청이 건조하고 있는 차세대 잠수함구조함의 구조 및 잠수체계. 방사청 제공


잠수함구조함의 역사는?

우리가 잠수함을 보유하기 전부터 구조함의 역사는 계속됐다. 해군은 1950년 부산해운국에서 인수한 인왕함(ATA-1)을 시작으로 1962년 미 해군으로부터 도입한 용문함(ATA-2), 도봉함(ATA-3) 등 퇴역함 위주로 구조함을 운용해왔다. 재활용 구조함은 2016년에는 평택함(ATS-27)이 퇴역하면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대신 해군은 2014·2016년 각각 통영함(ATS-31), 광양함(ATS-32)을 취역해 운용하고 있다.

우리 잠수함구조함의 시작은 1996년이다. 당시 해군은 국내에서 건조한 잠수함구조함 청해진함(ASR-21)을 취역했다. 청해진함은 1998년 좌초된 북한의 유고급 잠수함 인양을 시작으로 굵직한 활약을 펼치며 현장을 누비고 있다.

잠수함구조함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심해 최전방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잠수함이 사고를 당할 경우 구조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잠수함의 안전한 임무 수행에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국내 유일의 잠수함구조함인 청해진함은 그동안 북한 장거리미사일 인양, 천안함·세월호·추락헬기 구조 등 수많은 인양작전과 인명구조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냈다.

하지만 청해진함은 운용한 지 20여 년이나 된 함정이다. 또 최근 잠수함 전력이 늘어나면서 위급 상황 때 더 신속하고 원활한 구조작전을 펼치기 위해서는 이에 맞는 잠수함구조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방위사업청은 “이런 소요군 요구에 부합해 해군, 특히 잠수함승조원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구조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차세대 잠수함구조함 건조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세대 잠수함구조함에 ‘센터 웰’ 적용키로


청해진함은 함미에 설치된 구조물을 이용해 심해구조잠수정(DSRV)을 수중으로 내리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신속하게 진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파고 2m 이상의 악천후에서는 운용이 어려운 단점도 존재한다.

방사청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차세대 잠수함구조함에 세계 두 번째로 ‘센터 웰(Center Well)’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센터 웰 방식은 함정의 중앙 수직통로를 통해 DSRV를 수중으로 내리는 개념이다. 센터 웰 방식은 파고 4m의 악천후에서도 500m 깊이까지 내려가 조난 잠수함의 승조원을 구조할 수 있다. 또 청해진함보다 안정적인 구조가 이뤄지기 때문에 잠수함 사고 시 악천후에서도 구조활동을 수행해 승조원들의 안전한 귀환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방사청은 “이런 선진 기술이 적용된 차세대 잠수함구조함 건조에는 이미 여러 척의 잠수함·구조함을 건조한 경험을 가진 국내 조선소와 전문기관이 참여하고 있다”면서 “현재 순조롭게 함정 건조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기술로 만든 잠수함구조함 수출 기대

잠수함구조함은 다른 함정과는 다르게 파도·조류에서도 함정의 위치를 정확히 유지할 수 있는 능력과 불투명한 심해에서 구조 대상을 신속히 찾아내는 능력, 심해에서도 잠수사를 안전하게 지원할 수 있는 능력 등 매우 특별한 기능을 갖춘 함정이다. 이런 기능을 원활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잠수함구조함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방사청은 잠수함구조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체계연동협의를 운영하고 있다. 방사청, 해군, 조선소,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기술품질원 등 각 기관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조체계연동협의체는 기술의 완성도는 높이고 위험요소는 줄이는 데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잠수함구조함 운용부대도 개발 초기 단계부터 건조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또 악천후 속에서도 구조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특성에 맞게 철저한 안정성 검증 과정도 거치도록 했다.

청해진함은 건조 당시 국내기술 부족으로 DSRV 등 핵심장비를 외국에서 도입했었다. 하지만 방사청은 차세대 잠수함구조함 건조 과정에서 중소기업들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핵심장비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건조를 진행 중인 조선소는 해당 분야의 선진 업체와 비대면 협의를 활성화해 국산화를 위한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방사청은 우리 기술로 만든 잠수함구조함을 바탕으로 ‘잠수함+잠수함구조함 패키지’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5번째로 잠수함을 수출하는 국가”라면서 “잠수함구조함 핵심장비 국산화는 잠수함과 잠수함구조함을 함께 수출하는 역량을 갖추는 데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잠수함구조함 건조 기술을 갖추면 잠수함 수출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관련 산업 육성에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기대했다.


더욱 향상된 구조함 확보 위해 최선


잠수함구조함 건조 사업은 올해 세계를 덮친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순항하고 있다. 방사청은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이고 유기적인 협력과 방사청의 빠르고 명확한 의사결정이 순항의 밑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잠수함구조함은 지난 7월 기공식을 마친 뒤 현재 선체 블록과 주요 장비 탑재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의장 작업이 마무리되고 내년 중반기 진수하면 약 2년간 개발시험평가와 운용시험평가 기간을 갖고 2023년 해군에 인도될 전망이다. 여기에 해군은 더욱 능력이 향상된 잠수함구조함을 확보하기 위해 조선소와 함께 후속 함정의 개념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방사청은 “우리 해군의 잠수함 운용뿐 아니라 국민의 해양활동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앞으로 늘어날 수 있는 해상 사고·재난에 대비해 유비무환의 자세로 잠수함구조함 건조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해 해군은 물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맹수열 기자/자료 제공=방위사업청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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