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업 스타트업의 세계

5억4000만 개 데이터 당신 취향을 저격하다

입력 2020. 10. 26   17:01
업데이트 2020. 10. 2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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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존중의 시대, 당신을 위한 콘텐츠를 찾아서 ‘왓챠’
‘다양성 공존 사회’ 방향성 인상적


국어사전에 ‘취향’이라는 검색어를 넣어 보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이라는 뜻이 나왔다. 사전의 의미처럼 우리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으로 삶을 살아간다. 그것은 누군가 간섭하거나 조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고유한 것이기도 하다. 취향이 비슷한 사람과 만나면 괜히 반갑다. 다방커피의 맛을 아는 동료랑은 늘 비슷한 시간에 탕비실에서 만나 연대를 쌓기도 하고, 남들은 유치하다고 비웃을지 모르는 만화책 카페에서 익명으로 활동하며 친해진 사람들과 좋아하는 만화 이야기를 하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리기도 한다. 내 취향이 나의 하루를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취향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부모님 세대는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모여 한 세대를 이루었지만, 지금은 각자 다른 환경에서 다른 경험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세대를 이룬다.
이러한 취향에 큐레이션을 더한 스타트업이 있다. 토종 OTT(Over The Top Service: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영화·교육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골리앗에 도전하는 다윗처럼 글로벌 기업인 넷플릭스와 맞서고 있는 ‘왓챠(WATCHA)’다. 왓챠의 박태훈 대표는 ‘다양한 콘텐츠를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연결하여, 세상을 더 다양하게 만들자’라는 사명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이끌고 있다. ‘다양한 장르, 무수히 많은 영화 중에 뭘 봐야 할까?’ 고민할 때, 나의 취향에 딱 맞는 영화를 골라주는 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박 대표는 정보 과잉 시대에 나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정보를 만나기 위해서는 ‘개인화’와 ‘추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개인화된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나보다 더 내 취향을 잘 아는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를 창업했다.

왓챠는 회원가입을 할 때 기존에 본 영화의 평가를 등록하는데,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입자의 취향을 분석하고 재미있게 볼 만한 영화를 추천한다. 창업한 해인 2012년 당시 영화 평점 서비스의 최강자는 ‘네이버 영화 별점 평가 DB’였다. 왓챠는 대중의 평가점수를 제공하는 네이버에 대항하여 ‘나의 예상 별점’이라는 개인별 맞춤 추천 서비스를 내놓았고, 결국 시장에서 승리를 거둔다. 이후 ‘왓챠가 추천하는 영화를 쉽고 편하게, 바로 보고 싶다’는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2016년에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플레이(WATCHA PLAY)’를 출시한다.
왓챠가 분석한 고객의 취향분석 결과. 
 사진=왓챠 홈페이지
왓챠가 분석한 고객의 취향분석 결과. 사진=왓챠 홈페이지

왓챠플레이 역시 양질의 콘텐츠를 추천하여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핵심 경쟁력은 바로 양질의 데이터와 독자적으로 개발한 개인화된 추천 기술이다. 영화 평가 서비스 왓챠를 통해 쌓인 데이터만 네이버의 40배가 넘는 5억4000만여 건이고, 계속해서 유의미한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그 결과 지금까지 730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왓챠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개인화된 영화 추천 서비스로 개인의 취향과 다양성을 존중하고자 하는 가치를 구현한 왓챠는 영화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TV 프로그램과 도서 추천까지 서비스를 확장했다. 박 대표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 다른 비즈니스도 구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던 제작사를 위해 고객의 취향 데이터를 활용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솔루션을 기획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비즈니스 영역은 시장의 흐름에 따라 다른 분야까지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변화와 확장을 꾀하면서도 왓챠는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라는 방향성을 잃지 않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다.

이는 조직 문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박 대표는 “직급 호칭과 극존칭을 빼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모든 직원은 3년 근속 후 3주의 리프레시 휴가를 가는데, 이 기간은 각자의 취미와 개성을 잃지 않는 시간이 된다”고 말했다.

창업 초기에는 ‘네이버’라는 거대 공룡과, 비즈니스를 확장할 때는 ‘넷플릭스’라는 유니콘과 맞서야 했던 왓챠가 8년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다양성 존중’이라는 사명을 지켜나간 창업가의 일관성 있는 태도가 있었다. 다양성을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다양성 존중’이라는 왓챠의 사명에도 ‘포용성’과 ‘창의성’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창업가부터 맨 마지막에 합류한 사람까지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한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 그래서 방향성을 제시하는 ‘사명’이 특히 중요하다. 가슴 뛰는 사명은 구성원들의 내적 동기 부여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좋아하는 영화, 즐겨 듣는 음악, 자주 가는 카페, 기다려지는 드라마, 꼭 사고 싶은 물건…. 지금 내가 가진 취향이 모여 나의 하루를 만들고 나아가 미래의 나를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의 취향은 타인의 취향과 만나 또 다른 문화를 창조하기도 한다. 왓챠의 다양성 존중의 시도는 그런 점에서 더욱 반갑다. 행복한 순간은 취향이 제대로 반영될 때 찾아온다. 오늘 왓챠가 선택해준 내 취향의 콘텐츠를 즐겨보자. 행복한 시간이 모여 행복한 인생이 될 테니!

<박지영 아산나눔재단 스타트업센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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