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한민국 공군 최초의 제트 전투기인 F-86 세이버(Sabre)를 소개합니다. 세이버 전투기는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MIG-15 출현에 대응하기 위해 투입된 제트 전투기로서 6·25에서 실전 데뷔를 합니다. Sabre와 MIG-15 두 제트 전투기의 성능은 비슷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미 공군 베테랑 조종사들의 월등한 기량이 북한 측을 압도해 제공권을 장악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당시 제트 전투기는 엔진 소리 때문에 ‘쌕쌕이’라는 재밌는 별칭이 붙기도 했죠. 6·25 중 우리 군에도 F-86 세이버 전투기가 양도돼 우리 공군의 최초 제트 전투기로 기록됩니다.
전쟁 이후 우리 공군은 1955년부터 F-86F를 도입했고, 이후 북한 공군이 IL-28 경폭격기를 도입하자 야간 폭격을 막기 위하여 F-86D을 추가로 도입합니다. 다만 F-86D는 1960년대 중반 이후 더 뛰어난 전천후 요격기인 F-4가 도입되면서 일찌감치 퇴역합니다. F-86F는 F-4 팬텀과 F-5가 도입된 이후로도 지상공격기로서 1980년대까지 사용되다가 서서히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만, 북한 항공기와 유사한 비행 특성이 있어 가상의 적기로는 1990년대 초반까지 소수가 운영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이버 관련 유명한 전쟁 영화로 1964년 제작된 ‘빨간 마후라’가 있습니다. 신상옥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신영균, 최무룡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한 블록버스터였습니다. 6·25 승호리 철교 폭파 작전 등에 참가해 이름을 떨친 유치곤 장군을 모델로 원로작가인 고(故) 한운사 선생이 각본을 썼죠.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 항공기 날개에 카메라를 달고 영화를 촬영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공군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나 봅니다.
페인트·알루미늄 포일 섞어 기체 도색
세이버 모형은 국산 Wulfpack사의 1/32스케일 ‘ROKAF F-86F SABRE’ 제품으로 2015년 필자가 직접 제작했습니다. 당시 필자가 운영하는 작업실의 회원 중 한 분이 세이버 모형 제작을 부탁하셨는데, 그분의 아버님이 과거 공군에 근무하면서 세이버를 정비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실제 제작 과정에도 그분 아버님의 생생한 기억이 많이 반영됐습니다. 보통 세이버 모형 동체 측면에는 ‘대한민국 공군’이라는 글자를 검은색으로 새기는데, 아버님께서는 “주 날개와 동체 후미에 태극 문양의 국적 마크와 수직 미익에 기체번호(913)만 적혀 있었다”고 기억하셔서 그대로 제작했습니다.
이외에도 사실적 고증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보통 은색 항공기들은 기체에 도색을 하지 않아 표면의 패널 라인과 리벳(Rivet) 등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이를 구현하고자 실기 도면을 참고해가며 모형에 패널 라인, 리벳 등을 모두 새겨줬습니다. 세이버와 같은 은빛 항공기는 기체에 은색을 칠한 것이 아니라 기체 외피판의 재질이 알루미늄이라 그렇게 보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형을 만들 때도 은색을 기본으로 칠해주되, 알루미늄 포일을 부분적으로 적용했습니다. 이렇게 은색 페인트와 알루미늄 포일을 섞어서 사용하면 패널 간 색감 차이로 좀 더 사실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습니다. 참고로 알루미늄 포일은 광이 나는 쪽이 아닌 무광택 면을 활용해야 진짜 같은 질감이 나옵니다.
※ 별매품의 세계
모형은 실물을 그대로 축소해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일반적인 제품은 금형이라는 금속 틀에 녹인 수지를 부어서 찍어내는 방법으로 제작되는데, 금형의 한계로 인해 복잡한 모양이나 극히 얇은 부품은 제작이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금형 기술이 발달해 예전보다는 많이 정밀해졌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모델러들은 좀 더 정밀하게 만들어져 판매되는 부품을 따로 구입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사용합니다. 얇은 금속판을 부식해 정밀 부품을 재현해 주는 ‘에칭 제품’, 복잡한 모양의 복제가 가능한 실리콘 틀에 레진을 부어 만드는 ‘레진부품’ 등을 별매품이라 부릅니다. <강신금 한국모형협회장>
오늘은 대한민국 공군 최초의 제트 전투기인 F-86 세이버(Sabre)를 소개합니다. 세이버 전투기는 6·25전쟁 당시 북한군의 MIG-15 출현에 대응하기 위해 투입된 제트 전투기로서 6·25에서 실전 데뷔를 합니다. Sabre와 MIG-15 두 제트 전투기의 성능은 비슷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미 공군 베테랑 조종사들의 월등한 기량이 북한 측을 압도해 제공권을 장악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당시 제트 전투기는 엔진 소리 때문에 ‘쌕쌕이’라는 재밌는 별칭이 붙기도 했죠. 6·25 중 우리 군에도 F-86 세이버 전투기가 양도돼 우리 공군의 최초 제트 전투기로 기록됩니다.
전쟁 이후 우리 공군은 1955년부터 F-86F를 도입했고, 이후 북한 공군이 IL-28 경폭격기를 도입하자 야간 폭격을 막기 위하여 F-86D을 추가로 도입합니다. 다만 F-86D는 1960년대 중반 이후 더 뛰어난 전천후 요격기인 F-4가 도입되면서 일찌감치 퇴역합니다. F-86F는 F-4 팬텀과 F-5가 도입된 이후로도 지상공격기로서 1980년대까지 사용되다가 서서히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만, 북한 항공기와 유사한 비행 특성이 있어 가상의 적기로는 1990년대 초반까지 소수가 운영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이버 관련 유명한 전쟁 영화로 1964년 제작된 ‘빨간 마후라’가 있습니다. 신상옥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신영균, 최무룡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한 블록버스터였습니다. 6·25 승호리 철교 폭파 작전 등에 참가해 이름을 떨친 유치곤 장군을 모델로 원로작가인 고(故) 한운사 선생이 각본을 썼죠.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 항공기 날개에 카메라를 달고 영화를 촬영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공군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나 봅니다.
페인트·알루미늄 포일 섞어 기체 도색
세이버 모형은 국산 Wulfpack사의 1/32스케일 ‘ROKAF F-86F SABRE’ 제품으로 2015년 필자가 직접 제작했습니다. 당시 필자가 운영하는 작업실의 회원 중 한 분이 세이버 모형 제작을 부탁하셨는데, 그분의 아버님이 과거 공군에 근무하면서 세이버를 정비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실제 제작 과정에도 그분 아버님의 생생한 기억이 많이 반영됐습니다. 보통 세이버 모형 동체 측면에는 ‘대한민국 공군’이라는 글자를 검은색으로 새기는데, 아버님께서는 “주 날개와 동체 후미에 태극 문양의 국적 마크와 수직 미익에 기체번호(913)만 적혀 있었다”고 기억하셔서 그대로 제작했습니다.
이외에도 사실적 고증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보통 은색 항공기들은 기체에 도색을 하지 않아 표면의 패널 라인과 리벳(Rivet) 등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이를 구현하고자 실기 도면을 참고해가며 모형에 패널 라인, 리벳 등을 모두 새겨줬습니다. 세이버와 같은 은빛 항공기는 기체에 은색을 칠한 것이 아니라 기체 외피판의 재질이 알루미늄이라 그렇게 보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형을 만들 때도 은색을 기본으로 칠해주되, 알루미늄 포일을 부분적으로 적용했습니다. 이렇게 은색 페인트와 알루미늄 포일을 섞어서 사용하면 패널 간 색감 차이로 좀 더 사실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습니다. 참고로 알루미늄 포일은 광이 나는 쪽이 아닌 무광택 면을 활용해야 진짜 같은 질감이 나옵니다.
※ 별매품의 세계
모형은 실물을 그대로 축소해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일반적인 제품은 금형이라는 금속 틀에 녹인 수지를 부어서 찍어내는 방법으로 제작되는데, 금형의 한계로 인해 복잡한 모양이나 극히 얇은 부품은 제작이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금형 기술이 발달해 예전보다는 많이 정밀해졌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모델러들은 좀 더 정밀하게 만들어져 판매되는 부품을 따로 구입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사용합니다. 얇은 금속판을 부식해 정밀 부품을 재현해 주는 ‘에칭 제품’, 복잡한 모양의 복제가 가능한 실리콘 틀에 레진을 부어 만드는 ‘레진부품’ 등을 별매품이라 부릅니다. <강신금 한국모형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