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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당 창건 75주년 행사로 본 대내·외 정책 평가와 전망

기사입력 2020. 10. 23   14:15 최종수정 2020. 10. 23   15:42

국방논단 1822호(한국국방연구원 발행)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leehr12@kida.re.kr

손효종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hjson@kida.re.kr


지난 10월 10일에 있었던 북한 당 창건 행사는 75주년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남북·북미 경색 국면 그리고 코로나-19 자연재해로 인해 내부 사정이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었다. 경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데 대한 사과와 반성, 8차 당대회를 앞두고 성과를 내기 위한 속도전, 군을 중심으로 한 자위력 강화 의지, 코로나 방역을 위한 초국가비상방역체계와 대내선전선동간의 병행, 남북 관계 악화를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가 주목할 만했다. 북한이 8차 당대회 조기 개최 준비와 함께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보고 대비해야 한다.



지난 10월 10일, 북한은 당 창건 75주년 행사를 개최했다. 1945년 10월 10일 당 창건을 선포한 이래 5~10주년째를 정주년으로 간주하고 특별히 준비한 열병식을 통해 내부 결속 및 동원을 강조하면서 외부에는 군사력을 과시해 왔던 터였다. 올해 북한 당 창건 기념일은 75주년이라는 상징성과 남북·북미관계의 경색 국면에서 개최된다는 데에 귀추가 주목되었다. 2016년 제7차 노동당 대회 당시 발표했던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완료를 앞둔 시점에서 코로나-19와 태풍·홍수와 같은 재난·재해로 인해 내부 사정이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이 어떠한 기념식을 보여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었다. 이번 기념일 행사는 향후 북미협상, 대남정책의 방향성 등을 드러내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2015년에 있었던 70주년 기념행사와 비교해 보고, 정책적 함의를 생각해 본다.

70주년 행사와 비교

열병식을 통해 드러난 북한 무기체계, 김정은 위원장 연설 속에 담긴 대내외 메시지, 등장한 주요 인물과 외국 사절단의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본다. 먼저, 열병식과 무기체계의 변화다. 2020 년 10월 10일 새벽 0시부터 3시까지 진행되었던 75주년 열병식은 무엇보다도 새벽으로 가는 한밤중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 조명을 밝혀 놓았어도 공개된 무기들을 위성 또는 화면상으로 뚜렷하게 보는 데 한계가 있는 제한적 여건에서 파악한 변화와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규모와 내용 면에서 70주년과 75주년 열병식은 비슷했다. 두 열병식 모두 병력 2만여 명이 참여했고, 재래식 무기에 이어 전략무기, 이전 무기의 개량형과 신형 무기체계가 차례로 등장했다. 초대형 방사포(300mm 이상)와 자주포, 장갑차·전차 중심의 재래식 무기와 신형 대륙 간탄도미사일(이하 ICBM) 등의 전략무기가 중심이었다. 북한의 무기체계 개발 방향 중점이 여전히 핵을 위주로 한 투발수단의 다양화와 재래식 무기 현대화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둘째, 70주년 당시 열병식보다 양적·질적으로 개선되고 현대화된 것처럼 보이는 재래식 무기체 계가 공개되었다. 70주년에는 여러 구경의 방사포와 170mm 자주포, 장갑차 및 전차, 지대함미사일, 지대공미사일(KN-06 등) 등의 재래식 무기가 공개되었는데, 이 당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은 첫공개된 300mm 방사포(KN-09)였다. 300mm는 사거리는 우리의 수도권을 포함한 200km 정도로 추정됐다. 이번 행사에는 대구경 방사포 외에도 600mm 초대형 방사포, 전차포·대전차·미사일 탑재 신형 장갑차·신형 전차, 새로운 레이더, 신형 반항공유도무기 등 이전에 비해 다양한 종류의 현대화된 재래식 무기체계가 등장했다. 이 중 사거리가 400km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600mm 초대형 방사포와 새로운 레이더, 신형 반항공유도무기, 신형 240mm 방사포 차량 등은 이번에 처음 등장한 재래식 무기체계로, 현대적 외형에 규모가 커진 모습을 보였다. 이 외에도 최근 주목 받았던 KN-23(북한식 이스칸데르), KN-24(북한식 에이테킴스)도 열병식에 나왔다.

더불어 전반적으로 병사들의 개인 화기와 장비, 전투복들이 상당히 개량된 것처럼 보였다. 소음을 줄인 총과 워리어플랫폼, 착용형 기기(웨어러블 디바이스), 디지털 군복 등을 입은 군인들이 퍼레이드에 등장한 것은 이전과 달라진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겉으로 보이는 변화가 반드시 성능의 질적 개선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으며, 관련해서는 앞으로 면밀한 관찰과 분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북한의 무기 현대화가 성능 개선을 위한 최적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무기체계의 외형도 서구 및 우리 무기체계와 유사해지는 것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셋째, 전략무기는 전보다 외형이 증대된 것으로 보인다. 70주년 열병식에서 단연 눈에 띄었던 것은 개량형 ICBM인 사거리 1만2천km급의 KN-08(화성 13호, 8축)의 등장이었다. 이번 75주년 행사에서는 이후 모델인 화성 15호(9축)보다도 직경이 넓은 ICBM이 바퀴 수가 늘어난(11축) 이동식 발사대(TEL)에 실려 나왔다. 또한, 북극성-4ㅅ라고 쓰여진 신형 SLBM도 처음 공개되었다. 그 외 탄도미사일(KN-02 등)이 보였고, 70주년에 나왔던 핵배낭 대신 생화학부대가 나왔다.

넓어진 직경과 개량된 탄두 모양 등 위력을 강화한 ICBM과 SLBM, 더 무거운 미사일을 운반할 수 있는 TEL 등을 통해 성장을 드러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ICBM의 경우 고체연료가 아닌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임을 고려하면,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여전히 완성단계에 진입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그간 많은 시선이 전략무기에 쏠려 있었는데, 사실상 우리에게 더욱 위협적인 것은 재래식 무기의 개량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은 연설속에 나타난 대내외 메시지다. 첫째, 대내적으로 주민들에 대한 애정과 격려를 담은 문구를 통해 애민주의를 강조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고백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70주년에는 인민중시·군대중시·청년중시의 당 3대 전략을 제시했다면, 75주년에는 연설문의 절반 이상을 방역·자연재해복구를 위한 주민들의 노력에 감사를 표현하는 데 할애했다. 이러한 대중정치는 당 중시 정책과 더불어 표면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주민을 중시하고, 정상적 국정운영을 하는 리더임을 보여 통치 정당성을 공고히 하는 효과를 가진다. 한편으로는 반성적 고백을 해야 할 만큼 북한 내부사정이 좋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즉, 70주년 당시는 대북제재의 장기화와 만성적 경제난이 문제였다면, 올해는 여기에 코로나-19와 태풍·홍수로 인한 피해가 더해지면서 내부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에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이들에게 사과의 의사를 전하는 한편, 80일 전투 등 대주민 동원으로 경제성과 를 달성하기 위한 이중적 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70주년과 75주년 모두 핵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핵능력을 중심으로 한 억제력을 강화할 의지를 표명했다는데 공통점이 있다. 연설에서는 ‘핵 억제력’이 아닌 ‘억제력’만 담겨있었으나, 무기체계 퍼레이드에는 핵투발 수단이 대거 등장해서다.

셋째, 70주년에는 미국에 대해 적대감과 경제난의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했으나, 이번에는 그런 비난이 없었다. 우선 70주년 연설은 “미제가 원하는 그 어떤 형태의 전쟁에도 다 상대”한다며 대미 억제력을 강조한 반면, 이번에는 “그 누구를 겨냥하게 되는 것을 절대로 원치 않습니다”라며 미국을 지목하지 않았다. 또한, 70주년에는 경제난의 책임을, “미제는…전대미문의 제재와 봉쇄로 앞길을 가로막았다”며 미국의 탓으로 전가했다면, 이번에는 코로나 팬더믹과 자연재해 등 다른 외부요인에 두었고, 여러 피해로 인해 지친 주민들을 위로하면서 지도자의 부족함을 자책하는 문구로 대신했다. 이는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의 요구사항이 변하지는 않겠지만, 일단 현재로서는 미국의 대선 등 상황변화를 주시하고 내년 1월에 예정되어 있는 제8차 당대회를 준비하면서 좀 더 신중하게 대처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넷째, 70주년 연설에서는 통일 외에 한국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이번 열병식에서는 직접적으로 한국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연설 서두에서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두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고 이례적으로 한국에 인도주의적인 발언을 했다. 이는 대외관계 경색과 내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고, 실종 한국 공무원 피살 사건의 파장을 인식해 한국과의 관계를 더이상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등장 인물의 변화다. 올해 들어 북한은 전원회의와 정치국 회의를 통해 인사이동과 조직개편을 한 바 있다. 당 창건 기념일에 참석한 북한 인물들은 대체로 주요 인사로 꼽히며, 열병식에 초대된 대외 축하 사절단은 북한과 주변국, 특히 중국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처럼 간주되어 왔다.

열병식의 등장인물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단행한 인적 개편의 결과가 반영되는데, 이번에는 전략무기 개발 핵심인물이 중요하게 등장한 것이 눈에 띈다. 70주년에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기남 당비서가 김정은 옆에 서 있었는데, 75주년에는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이 그랬다. 이들은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의 핵심인물로, 당 창건 기념일 직전에 원수의 칭호를 받았다.

70주년과 이번 열병식에 모두 등장한 인물은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오수용 당 중앙 위 위원, 박봉주 국무위 부위원장 등 소수에 불과하다. 70주년 당시 등장했던 황병서, 박영식(인민무력부장), 김원홍(국가안전보위부장), 서홍찬(상장), 조남진(중장), 렴철성(총정치국 선전부국장)를 비롯해 주석단에 자리했던 곽범기, 김평해 당 비서, 조연준 당 부부장은 75주년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70주년에는 주석단 초대석에 밀려있던 박봉주 총리가 주석단에 자리했고, 그때는 등장하지 않았던 김재룡, 최휘, 김영철, 박태덕, 김덕훈, 최부일, 김수길, 태형철, 김형준, 허철만, 조용원 등 최근 북한의 핵심 엘리트들이 자리했다.

70주년과 달리 이번에는 중국 사절단이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 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에는 당시 중국 권력서열 9위였던 저우융캉 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가 방북했고, 70주년에는 주우융캉보다 네 계단 더 높은 서열 5위의 류윈산 상무위원이 방북하여 열병식을 함께 관람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진핑 주석의 축전만 있었으며, 사절단은 오지 않았는데,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것일 수 있으므로 북·중관계가 멀어졌다고 해석하기는 힘들다.

주요 분야별 평가와 함의

먼저, 정치경제 측면에서다. 여기서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2016년 제7차 당대회인데, 이때 제7기 전원회의 및 정치국회의들을 통해 수정된 목표들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 기념연설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2016년 5월, 36년 만에 개최된 7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인민’들을 위한 ‘국가경제발전5개년전략’을 제시하며 5년 뒤, 즉 2020년 당창건 75주년이 되는 해에 인민들을 위한 ‘휘황한 설계도’의 성과를 보여줄 듯이 자신감에 찬 ‘핵경제병진 노선의 항구적인 전략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제는 “가혹하고 장기적인 제재 때문에 모든 것이 부족한 속에서 비상방역도 해야 하고 혹심한 자연피해도 복구해야 하는 엄청난 도전과 난관에 직면한 나라”는 전 세계에 북한밖에 없다며,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인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70주년 연설에서는 ‘인민제일주의’를 내세우며 ‘인민’을 90여 차례나 언급했는데, 이번에는 인민들의 고생과 인내에 감사와 미안함을 그리고 면목이 없다며 민심을 달래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최고지도자가 인민들에게 연설을 통해 미안함과 사과를 전달한 것은 올해 북한 당국이 경제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을 꾸준히 제기해 온 것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지난 4월 정치국회의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올해 경제계획에 대해 ‘일부 정책 과업을 조정·변경’한다고 한 데 이어 8월 당 전원회의에서는 이례적으로 경제성장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음을 인정했고, 9월에는 ‘전면적으로 정책과업을 수정’한다고 발표했다. 나아가 9월 한 달 내내 노동신문을 통해 10월 10일 당창건 기념일까지 수해복구를 완료할 것을 강조했지만, 이를 완전히 달성했다는 자축이 빠진 점을 볼 때, 북한 발표와 달리 수해피해 규모도 더 크고 복구 진행도 빠르지 않다는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더욱이 10월 5일 정치국 회의를 통해 내년 1월 8차 당 대회까지 ‘80일 전투’를 전개하기로 한 것은, 지난 7차 당대회를 통해 세웠던 경제목표 중 적어도 어느 하나라도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려는 절박함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국 회의에서도 “당 제8차 대회까지 남은 기간은 연말 전투 기간인 동시에 당 제7차 대회가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의 마지막 계선인 만큼 다시 한 번 총돌격전을 벌릴 것”을 강조하고 있다. 2016년 7차 당대회 개최 발표와 더불어 당대회를 앞두고 ‘70일 전투’나, 당 대회 직후인 6월부터는 ‘200일 전투’를 통한 속도전을 강조한 것의 판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노동력과 재화에 의존한 속도전의 성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잦은 속도전은 오히려 정책적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연설에서 “이 세상 그 누구도 바랄 수 없는 최상최대의 신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향후 어떠한 도전에 대해서도 맞받아쳐 나갈 수 있다는 정책결정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있다. 8차 당대회를 내년 1월로 조기 개최하겠다는 것도 바로 7차 당대회를 통해 추구하려고 했던 과업들이 군사 분야를 제외하고는 모두 미흡한 상태이기에,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들의 주권을 모두 위임받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목표수립을 통해 성과 부족을 만회하려는 돌파구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군사 측면이다. 김정은 시대의 정책 중 선대와 가장 차별화되는 것 중 하나는 군보다 인민을 앞세운 인민제일주의라고 평가되어왔다. 그러나 실질적인 정책 수행을 보면 고난의 행군이라는 최악의 경제위기하에 탄생한 김정일 시대의 선군주의가 김정은 시대에도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비록 헌법수정을 통해 선군주의나 선군 용어는 완전히 삭제됐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연설에서 경제건설 및 자연재해복구, 그리고 방역전선까지도 군에 대한 의존이 높음을 인정하며 인민군 장병들에게 특별히 감사를 표현했고, 군사 퍼레이드 내내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총참모장이 김정은 위원장 좌우 지근거리에 있었다. 또한, 열병식을 통해 보여준 신형무기들과 군복, 장비들의 현대화 등은 전 세계에 북한만큼 삼중고에 시달리는 국가가 없다고 김정은 위원장의 호소가 무색할 만큼 군에 대한 투자가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정은 시대에도 김일성, 김정일 시대와 같이 군사발전과 군사력 증강을 경제발전보다 우위에 놓는 선군 주의가 지속된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나고 있다. “불과 5년 전 바로 이 장소에서 진행된 당창건 70돐 경축 열병식과 대비해보면 우리 군사력의 현대성은 많이도 변했으며 그 발전의 속도를 누구나 쉽게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북한의 군사력은 “우리 식, 우리의 요구대로, 우리의 시간표대로 그 발전 속도와 질과 량이 변해갈 것”이라고 함으로써, 자위력강화를 위한 투자가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더욱이 열병식을 통해 처음으로 보여준 신형 전략무기와 더불어 이전 열병식에 등장하지 않았던 소위 주체무기들의 업그레이드 버전들은 북한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2017년 핵무력 완성 선언이 전략 무기 개발과 투자의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전략무기 개발과 이와 관련된 북한 군부와 군수산업 및 연구기관의 엘리트들은 권력 중심부로 이동했고, 지난 8~9월 수해지역 현지지도에 김정관 인민무력상이 아닌 박정천 총참모장이 동행하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전략무기나 포병무기와 관련된 인물들이 8차 당대회 이후에도 북한의 주요 엘리트로 제반 정책들에 주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김정은 위원장이 제7기 5차 전원회의를 통해 세상이 지금껏 보지 못했던 무기들을 곧 보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던 것을 이번 군사퍼레이드에 보여줌으로써, 전략무기 개발의 방향성과 향후 이 무기들의 시험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11축 TEL에 실린 새로운 대륙간 탄도미사일(화성 -16형)은 화성-15형에 비해 길이, 둘레가 모두 커지고, 재진입 가능성을 암시하는 상단로켓 또는 후진체로 불리는 PBV(Post Boost Vehicle)가 처음으로 식별된 만큼, 향후 시험발사 가능성이 있다. 또한, 새롭게 선보인 북극성-4ㅅ 경우도 이전 북극성-1, 북극성-3에 비해 길이는 짧아지고 둘레가 커진만큼 다탄두 가능성과 이를 탑재할 신형 잠수함 건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은 어느 누구를 겨냥한 전략무기개발이라고 하지 않지만, 발전추이를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셋째, 과거 열병식에서 화성-13형 모형이 나왔던 것처럼 신형 전략무기와 관련해서 무언가를 보여줄 가능성은 예견됐었지만, 작년에 시험 발사했던 신형 4종의 실제 무기들이 차륜형, 궤도형에 대거 실려 나옴으로써 실전배치와 양적 증대를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금년 2월 말부터 4월까지 집중적으로 포병제일주의와 화력강화훈련을 강조해 왔던 점을 감안해 볼 때, 북한의 대남 군사적 위협 증대와 더불어 방어력 강화를 이번 열병식을 통해 과시하고자 한 측면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보건 측면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들에게 감사를 표현한 것 중 하나가 “한 명의 악성 비루스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로, 북한에 코로나가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이는 다른 나라의 코로나 대응책과 초국가비상방역체계를 가동한 김정은 위원장의 정책을 대비시키고자 한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목표대로라면 당창건기념일에 맞춰 평양종합병원을 완공시켜 애민주의를 강조하고자 했겠지만, 여의치 않자 인민들 건강에 대한 감사로 코로나 발병이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대내외에 선전이라도 하듯이, 당창건기념일 행사에 참여한 군중이나 대규모 열병식에 참여한 장병들 중 어느 누구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또한 열병식에 이어 당창건 75주년을 기념하는 집단체조 공연16) 관람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오히려 인구밀집도가 높은 집단체조와 공연을 이달 말까지 개최하기로 했는데, 초국 가비상방역체계와 체제결속을 위한 대내선전선동을 병행하는, 어떻게 보면 상충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남메시지에 관련해서다. 김정은 위원장의 열병식 연설을 통한 대남 메시지는 다음 세 가지 관점에서 그 함의를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전세계의 코로나 병마와 싸우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마음을 보내고”, “이러한 마음을 남녘 동포들에게도 보낸다”고 말한 것은, 북한의 코로나 방역체제가 우수하고 그에 따라 북한 주민들 중 어느 누구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선전하기 위해 다른 나라와 ‘남녘동포’를 활용한 의도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둘째,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이라고 칭한 것은 최근 서해지역에서 우리 국민을 사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 즉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 병마 위협에 시달리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언급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주요 대내외 매체를 통해 우리 정부와 군, 보수정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해 왔던 점과 대조를 이룬다. 이는 남북관계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한국 사회 전체에 대한 비난과 비판보다는 정권과 국민, 청와대와 군 그리고 집권당과 야당을 분리시키는 대남 전략커뮤니케이션 전술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남과 북이 다시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한 대목은 현재의 냉각된 남북관계가 북측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해준다고 볼 수 있다. 당창건 75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남북관계 재개의 주요 장애를 남측의 코로나 탓으로 돌리고 있는데, 우리는 남북관계 돌파를 위해 보건협력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란 점은 아이러니다. 어쨌든 보건의 문제를 통한 남북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시사해주고 있는 만큼 향후 북측의 반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1년 8차 당대회 개최 이후 경제적 성과를 내야하는 만큼, 북한은 ‘새로운 길’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맺으며

북한 당국은 당창건 75주년 기념행사를 7차 당대회 이후 지난 5년간의 정책에 대한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축하의 장으로 만들고자 했을 것이다. 2018년의 전략적 결단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적극적인 대외 행보나 남북관계개선도 이러한 전략적 계산을 갖고 단행한 측면이 크다. 즉, 7차 당대회를 통해 ‘휘황한 설계도’를 펼쳤다고 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을 채워나가는 것은 대외 관계 발전을 통한 북한의 경제회생이었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교착상태는 7차 당대회 이후 5년의 업적에 대해 정책성과보다는 정책실패를 인정하는 상황에 처하도록 했다. 북한은 이를 타결하기 위해 조기 8차 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8차 당대회를 통해 북한 인민들에게 더 많은 복지와 혜택을 안겨주기 위한 새로운 발전과 번영을 위한 진군을 새로 시작한다고 한만큼, 북한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보고 대비해야 한다.


※ 본지에 실린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본 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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