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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왕구 병영칼럼] 10월 가을밤 하늘을 밝게 빛내는 별, 화성

기사입력 2020. 10. 20   16:50 최종수정 2020. 10. 20   16:55

잠시 시간을 내 저녁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미래에 인류가 정착할
최초 행성이 될지도 모를 화성이
환하게 빛나고 있으니까요


강왕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무인이동체 사업단장


올 10월 가을 밤하늘을 환하게 빛내는 별이 있습니다. 해가 지면 동쪽 하늘에 나타나 자정 무렵에는 하늘 한가운데서 붉게 빛납니다. 이 별은 화성입니다. 10월의 하늘에서 화성은 달과 금성에 이어 세 번째로 밝은 천체입니다. 화성은 지금 천문학 용어로 ‘충(opposition)’인 상태에 있습니다. 태양계 행성들 중에 지구 밖의 궤도를 돌고 있는 행성들이 태양, 지구, 행성의 순으로 일직선 상에 존재하는 현상을 충이라고 합니다. 지금 태양과 지구 그리고 화성은 일직선 상에 나란히 서 있습니다. 행성들이 충이 되면 지구와의 거리가 최단거리가 되고, 햇빛을 지구에 정면으로 반사합니다. 충이 되면 태양계의 행성들은 가장 빛납니다.

붉은색으로 빛나는 화성은 서양문화권에서는 전쟁의 신인 ‘마르스’라 불렸습니다. 우리가 이 별을 일컫는 단어인 ‘화성(火星)’도 불을 의미합니다. 모두 전쟁과 파괴 그리고 죽음을 연상시킵니다. 화성이 붉게 빛나는 이유는 화성 토양에 포함된 철이 산소와 결합해 붉은색으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19세기 천체 관측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망원경을 이용해 더 선명하게 화성을 관측할 수 있게 됐습니다. 1877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인 조반니 스키아파렐리는 화성을 관측하며 여러 개의 긴 선을 발견합니다. 그는 이 선을 이탈리아어로 ‘틈새’나 ‘흠’을 의미하는 ‘카날리(canali)’로 명명했습니다. 카날리가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운하를 의미하는 ‘커낼(canal)’로 변했습니다. 그러면서 화성에서 운하를 발견한 것으로 오인돼 화성에 지구처럼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믿어졌습니다. H. G. 웰스의 우주전쟁에서는 지구인보다 월등한 기술력을 가진 지적 생명체가 지구를 침공합니다.

20세기 중반, 미국과 러시아는 화성에서 생명체를 찾기 위해 탐사선을 보냈습니다. 탐사선은 화성 주위를 돌며 표면을 촬영한 사진들을 지구로 전송했습니다. 지구인들의 기대 또는 염려와는 아주 다르게 화성에서는 그 어떤 생명체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화성의 운하는 과거에 흘렀던 물이 만들어낸 흔적이었습니다. 화성은 지구에 비해 1% 정도의 희박한 대기를 가지고 있으며, 해로운 우주방사선으로부터 생명체를 보호해 주는 자기장도 이미 사라졌습니다. 지표면에서는 생명활동에 가장 핵심적인 물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화성의 기온은 -63도까지 떨어집니다. 생명체가 존재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환경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 등의 많은 국가가 화성탐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지만, 극지방의 지하에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과 화성대기의 이산화탄소를 가공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땅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화성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으로 변화시킨다면, 미래에 화성은 우리가 태양계를 벗어나 우주로 진출하는 전초기지가 될 것입니다. 영화 ‘마션(martian)’에서처럼 화성의 땅을 개척해 감자를 키우는 것이 결코 꿈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 후손들은 화성의 기지에서 해왕성으로 떠나는 우주선을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화성과 지구가 이렇게 가까워지는 충은 2035년에나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15년이나 기다려야 올해 10월의 화성과 같은 커다랗고 밝게 빛나는 화성을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잠시 시간을 내 저녁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지금 가을밤에는 미래에 인류가 정착할 최초의 행성이 될지도 모를 화성이 아주 환하게 빛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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