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완결 병영칼럼

[김태종 병영칼럼] 텍스트 마이닝으로 읽어보는 ‘이날치’의 키워드

입력 2020. 10. 16   15:49
업데이트 2020. 10. 1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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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종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김태종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범 내려온다 / 범이 내려온다 / 장림 깊은 골로 / 대한 짐승이 내려온다.”

요즘 핫한 판소리 밴드 ‘이날치’가 부른 ‘범 내려온다’의 노랫말입니다. 어느 날 아내가 재미있는 노래라며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영상에는 난생처음 보는 스타일로 노래를 부르며, 범상치 않은 복장으로 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음~ 파격적인 시도군’ 하며 무심코 지나갔는데, 한참이 지났는데도 4분의 4박자 베이스 리듬과 ‘범 내려온다’라는 가사가 귓가를 계속 맴돌았습니다.

2019년 결성한 이날치 밴드는 전통적인 국악 판소리와 현대적인 음악스타일의 퓨전을 시도했습니다. 밴드 이름인 ‘이날치’는 조선 시대의 명창으로서, 소리도 잘 내고 줄도 날쌔게 잘 탄다고 하여 날치란 별명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날치 밴드의 멤버들은 “일상 에서 언제 어디서나 재미있게 음악으로 즐길 수 있는 21세기의 판소리를 해보자”는 뜻에서 시작했답니다. 2020년 10월 현재 이날치 밴드는 ‘조선 힙스터’ 밴드로 불리며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와의 협업으로 제작한 홍보영상 세 편은 공개 2개월 만에 유튜브, 페이스북, 틱톡 등에서 조회수 2억 뷰를 넘었습니다.

많은 누리꾼이 ‘1일 1범’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밴드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점이 좋아 그렇게 열광하는지 궁금해져 유튜브 댓글을 분석해 보았습니다. 조회수가 가장 많은 상위 10개의 관련 영상을 선택해 해당 영상의 댓글을 수집한 후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 분석을 수행했습니다. 참고로 텍스트 마이닝이란 언어학, 통계학, 기계학습 등을 기반으로 한 자연언어 처리기술을 활용해 비정형 텍스트 데이터를 정형화하고, 형태소 등의 특성을 추출해 의미 있는 정보를 발견하도록 하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10개 영상에 달린 댓글의 수는 총 3만1952건이며, 수집한 댓글은 A4 용지 2350쪽 분량이었습니다. 추출된 1만4200개의 형태소 중에서 빈도를 기준으로 선정한 핵심 키워드는 [범](1687회), [중독](1157회), [힙](787회), [느낌](427회), [흥](383회)으로 나타났습니다. 키워드와 관련된 댓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1일1[범] 중! 치유되는 기분이에요.”

“와, 진짜 판소리가 이렇게 신나고 [힙]할 일이냐! 흥얼흥얼 [중독]성 있고 노래로 따로 나오면 한국만의 고유한 클럽 음악 가능할 듯!”

“이렇게 [흥] 많고 마음이 하나되고 역사가 깊으며, 케이팝 등 자랑할 거리가 많은 대한민국에 태어나 사는 것이 참 감사하다.”

“이 [느낌]은 뭐지? 신나는 리듬이라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는데 가슴 뭉클한 기분도 들고.”

일제강점기 일제는 우리나라 지도가 네 발을 모으고 있는 토끼 모양이라고 교육했지만, 시 <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쓴 최남선은 청소년 잡지 『소년』을 창간하면서 우리나라 지도를 대륙을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예부터 호랑이는 힘과 용맹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은혜를 갚고 효자를 지켜주며, 자유롭고 해학적인 동물로도 묘사됐습니다. 요즘 코로나19, 국제·경제문제, 각종 사고와 범죄 등으로 어수선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청년과 청소년들의 마음이 웅크리고 있는 토끼의 모습이 아니라, ‘범 내려온다’ 노래처럼 [힙]하고 신나게 [흥]이 넘치며 거친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포효하는 강한 호랑이의 모습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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