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견장일기

[정건영 견장일기] 무사고 1000일, 또 다른 시작!

입력 2020. 10. 15   14:46
업데이트 2020. 10. 1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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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건영 육군73사단 정보통신대대 운용중대장·대위
정건영 육군73사단 정보통신대대 운용중대장·대위

정보통신대대는 지난 9월 28일 ‘무사고 1000일’을 달성했다. 2018년 1월 3일부터 시작해 32개월 동안 폭언·폭행, 군 기강, 차량, 장비 등 1건의 안전사고 없이 전투력을 보존하고 임무를 완수했다.

이 같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용사부터 간부까지 모두가 한마음으로 긍정적 태도를 가지고 임무를 수행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대장이 되면 부대원이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병영문화를 꼭 만들고 싶었다. 기초군사훈련을 받던 시절, 치통이 너무 심해 진료를 받고 싶었지만 모든 것이 낯설고, 절차를 몰라서 참고 있다가 훈육장교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다.

낯선 환경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고통을 알기에 지휘관이 되면 내 부하들의 건강은 반드시 지켜주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중대원들은 언제든 자신의 건강 상태를 말하고 의무대 진료를 적극적으로 받고 있다.

또한 용사의 부모님과 전화통화나 문자를 통해 소통을 지속하니 자연스레 용사들도 간부를 믿고 따르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됐다.

무사고 1000일을 기록하기까지 가장 어려웠던 점은 코로나19로 인한 ‘병력관리’였다. 전례 없는 감염병으로 전 세계가 팬데믹 상황에 빠졌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박과 외출, 휴가가 통제되는 등 위축된 부대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부대 지휘관의 관심과 배려 속에 부대 울타리 주변을 공원화해 산책하고 산악구보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또한 좁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을 정리하고 풋살장을 만들어 장병들이 언제든 운동할 수 있게 만들었다.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 두기를 하고 있어도 웃음은 전염됐고 땀방울은 전우들을 더욱 가깝게 했다.

무엇보다 병영 분위기가 확 바뀌게 된 것은 생활 환경을 개선하면서부터였다. 정리정돈 안 된 분리수거장의 모습, 쾨쾨한 냄새, 복도의 어두운 형광등, 제대별로 통일 안 된 게시판은 부대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했다. 이에 분리수거장 보수와 형광등 교체 작업을 하고 벽면을 밝은 색 페인트로 칠했다. 또한 공통된 게시판 운영으로 지시사항이나 공지사항을 쉽게 공람할 수 있도록 했다. 의사소통이 원활해지자 장병들 간에 신뢰가 쌓이고 심리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부대는 정보통신이라는 특색을 드러내고 단결을 도모하기 위해 통신을 상징하는 단어 ‘Signal’을 새긴 단체 티셔츠를 제작했다. 장병들은 소속감과 임무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고 같은 옷을 입는 전우들과 더 편안하고 친밀한 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

코로나19라는 상황은 중대장으로서 부하들을 지도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전우와 함께 고민하고 소통했다. 청결한 공간에서 웃으며 생활하고 진심으로 서로를 생각해 주었다.

그 결과 자연스레 존중과 배려의 문화가 자리 잡았고 ‘무사고 1000일’이라는 목표도 달성했다. 함께 힘을 모아준 부하들이 고맙고 정보통신대대가 자랑스럽다. ‘충일(忠一), 하나 되어 충성’이라는 사단 슬로건처럼 앞으로도 용사부터 간부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새로운 목표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다. ‘무사고 1000일’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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