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국방안보

실전처럼… 일격에 상대 제압

김상윤

입력 2020. 10. 07   17:22
업데이트 2020. 10. 07   17:57
0 댓글
특전사 제1회 특공무술 경연대회

20개 부대서 선수 258명 참가
맨손 자유겨루기·품새·격파 겨뤄
여군들도 별도 개인전 대회 출전 
 
김정수 특전사령관
“특전사서 처음 개최 역사적 행사
특공무술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 

 

7일 육군특수전사령부 영내에서 열린 ‘제1회 특수전사령관배 특공무술경연대회’에 참가한 장병들이 치열한 접전 을 펼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7일 육군특수전사령부 영내에서 열린 ‘제1회 특수전사령관배 특공무술경연대회’에 참가한 장병들이 치열한 접전 을 펼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실내체육관에서 두 명의 장병이 결연한 표정으로 ‘옥타곤(Octagon)’ 위에 올랐다. 그동안 연마한 특공무술 실력을 겨루게 된 장병들이 눈빛을 교환하며 서서히 몸을 풀었다. 그 모습이 결전을 앞둔 두 마리 맹수를 떠올리게 했다. 철창으로 둘러싸인 8각 케이지 안에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이 흘렀다. “선수 앞으로!” 주심의 안내와 함께 힘차게 공이 울렸다. 대한민국 특공무술의 본산, 특전사가 사상 최초로 개최한 ‘제1회 특수전사령관배 특공무술경연대회’의 시작이었다. 글=김상윤/사진=조종원 기자

‘제1회 특수전사령관배 특공무술경연대회’에서 김정수 사령관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제1회 특수전사령관배 특공무술경연대회’에서 김정수 사령관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한 장병이 경기 시작에 앞서 부상 방지를 위한 테이핑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한 장병이 경기 시작에 앞서 부상 방지를 위한 테이핑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한 장병이 치열한 접전을 펼치던 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한 장병이 치열한 접전을 펼치던 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경기는 맨손 자유겨루기 종목으로 총 3라운드였다. 1라운드는 치열한 타격전이었다. 리치가 조금 더 긴 홍코너 선수가 곧게 내지르는 뻗어 치기를 구사해 상대의 안면을 연속으로 가격했다. 청코너 선수는 번개 같은 발놀림으로 간격을 줄여 돌려치기와 올려치기로 상대의 턱을 노리며 응수했다. 2라운드에서는 큰 기술이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중단 발차기를 정통으로 맞은 홍코너 선수가 순간 휘청하자 이 틈을 노린 청코너 선수가 몸을 낮추고 밀어 넘기기를 시도한 것. 그러나 홍코너 선수는 그 힘을 역이용해 청코너 선수의 목을 감싸 관절 꺾기에 들어갔다. 이후 상대를 제압하려는 힘 싸움이 계속됐다.

“그만! 코너로!” 한 선수의 안면 보호구가 벗겨져 심판이 경기를 잠시 중단시킨 순간 공이 울리며 2라운드가 끝났다. 마지막 3라운드가 시작됐다. “중심 낮추고 계속 치고 들어가!” “상대는 완전히 지쳤어! 침착하게 거리 유지해!” 경기장 밖에서 선수들을 지원하는 감독과 코치들의 팽팽한 신경전도 눈길을 끌었다. 두 선수는 3분 동안 수없이 주먹과 발차기를 교환했지만, 끝까지 어느 한쪽도 쓰러지지 않았다. 이제 판정이었다. “홍코너 승!” 주심이 홍색 보호구 선수의 손을 들었다. 승패는 갈렸지만 두 선수는 뜨거운 악수와 포옹으로 서로를 격려했다. 단 한 경기만으로도 특공무술의 실전성과 불가능도 가능하게 만드는 특전 정신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제1회 특수전사령관배 특공무술경연대회’가 7일 개막했다. 8일까지 이틀 동안 진행되는 이번 대회에는 특전 장병 180명, 야전부대 장병 78명 등 총 20개 부대에서 258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맨손 자유겨루기 개인전과 단체전, 품새, 격파 등 4개 종목에서 총 8개의 우승·준우승 트로피를 놓고 기량을 겨룬다.

여군 장병들이 남군 못잖은 특공무술 실력을 선보이며 승부를 펼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여군 장병들이 남군 못잖은 특공무술 실력을 선보이며 승부를 펼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맨손 자유겨루기는 체중에 따라 페더급, 라이트급, 웰터급, 미들급으로 나뉘어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매 경기 출전 선수들이 화려한 특공무술을 선보이며 아슬아슬한 승부를 연출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3라운드까지 승부가 나지 않아 안면, 몸통, 다리 등에 유효타격을 가한 점수를 따져 승자를 정하는 경기도 있었고, 한 선수가 메치기나 업어치기, 다리걸기 기술 이후 관절꺾기나 연속 타격기로 완벽히 상대를 제압해 승부가 갈리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여군들도 별도 개인전 대회에 출전해 남군 못지않게 가공할 특공무술 실력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대회에 참가한 장병이 조립식 기왓장을 격파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대회에 참가한 장병이 조립식 기왓장을 격파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격파 종목은 부대를 대표하는 5명의 장병이 하나의 팀을 이뤄 상대 팀보다 많은 조립식 기왓장을 격파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품새 종목에서는 중·소대별로 지정 품새와 창작 품새를 연속으로 연무하고, 주심 5명이 동작의 일치성, 정확성, 연계성, 힘과 기백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겼다. 특전사는 이번 첫 대회를 민간 특공무술 단체도 참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특공무술경연대회로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상황으로 대회 규모보다는 장병들의 특공무술 실력을 높이는 교육훈련의 하나이자 안전하고 내실 있는 대회로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대회 참가 대상은 특전 장병 및 야전 부대 장병으로 한정했고, 출전 선수 이외에는 체육관 입장을 엄격히 통제해 무관중 경기를 진행했다. 또한 일일 단위 발열 체크 및 문진표 작성, 마스크 착용, 경기장 소독 등 방역지침도 철저히 준수했다.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제1회 특수전사령관배 특공무술경연대회’ 참가 장병들.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제1회 특수전사령관배 특공무술경연대회’ 참가 장병들.
 

김정수(중장) 특전사령관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대회는 ‘특공무술’의 중심인 특수전사령부에서 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역사적인 행사”라며 “코로나19 총력 대응을 펼치고 있는 이들의 헌신과 노력을 기억하고 철저한 방역지침 준수를 통해 성공적인 대회가 될 수 있도록 협력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정희남(원사) 특공무술심사관은 “특전사 특공무술은 적을 일격에 제압할 수 있는 ‘일격필살’의 실전 격투술로 국군의 날을 비롯한 여러 시범을 통해 국민에게 우리 군의 강한 모습을 보여온 대표적인 전장 무술”이라며 “앞으로도 특공무술을 널리 알리고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공무술의 역사

1978년 탄생… 태권도·킥복싱 등 장점 접목


특전사의 상징과 같은 특공무술은 손, 발 등 인체는 물론 대검, 야전삽을 비롯한 각종 장비를 활용해 자신을 보호하거나 적을 일격에 제압하는 무술이다.

베트남전 등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특수부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다양한 맨손 근접전투기술을 체계화해 1978년 창시됐다.

특히 특공무술에는 우리 전통무술인 택견과 태권도뿐만 아니라 킥복싱, 합기도, 유도, 검도, 봉술 등의 장점이 접목된 것이 특징이다. 현재 우리 군에서는 특전사와 특공여단, 특공연대, 수색대대, 군사경찰 특임대 등에서 약 3만여 명 이상의 장병이 특공무술을 수련하고 있다.     


특전사는 특공무술의 체계적인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1981년에는 ‘특공무술’ 교범을 발간하고 부대별 특공무술 교관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이후 1995년 국군의 날 첫 특공무술 시범을 선보였고, 이듬해부터 분기 단위 특공무술 승단 심사를 시행했다. 2014년 교육훈련체계를 개선하고 중대·지역대 단위 훈련 모델을 정립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교범 재발간을 추진했다. 올해 처음 개최한 특공무술경연대회 역시 특공무술 발전 역사의 중요한 발자취가 될 전망이다.

특공무술은 지난 2011년 육군 공인 자격증 신설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경찰청 공식 무도로 인정받는 등 그 위상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전사에서 발급하는 특공무술 단증을 취득한 장병은 전역 후 경찰공무원 지원 시 ‘무도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