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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회의 변화와 군사시설

기사입력 2020. 10. 06   09:49 최종수정 2020. 10. 06   10:03

국방논단 1820호(한국국방연구원 발행)


강소영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자원연구센터
sykang@kida.re.kr


군사시설은 한번 건설되면 변경이 어렵고, 군의 전투임무태세나 장병의 복지에 직결되는 만큼 계획과 설계가 중요하다. 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해서는 기후변화, 감염병 위기,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잘 대응해야 할 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발전에도 공헌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다가올 미래 사회의 모습을 전망해 보고,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군사시설 발전방향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최근, 정부는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을 두 축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한걸음 더 도약하기 위해 선도형 경제, 저탄소 경제, 포용사회를 지향하는 새로운 국가발전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소극적인 환경정책에서 벗어나 경제재건의 주축으로 추진될 그린뉴딜에서는 에너지 절약, 환경개선, 신재생에너지 확산 등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구축이 중요해질 것이다. 다양한 군사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군도 그에 맞게 변화하고 발전하지 않으면 안된다. 미래에 우리에게 다가올 변화를 생각하면서 군 시설분야에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살펴보고자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위협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4월에 발간한 ‘코로나19(COVID-19) 대응 종합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기상현상의 발생과 생태계 파괴로 인간이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전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었다고 진단하고, 여러 정부 부처의 협력을 강조했다. 한 시민단체가 실시한 국민의식조사에서도 코로나19 사태의 근본원인이 기후변화라고 응답한 비율이 84.6%에 이르기도 했다. 기후변화가 자연환경은 물론 인간의 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대기 및 수질 오염, 산업에 대한 피해,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인명피해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1980년대 이후로 뚜렷하게 상승하고 있어서, 최근 10년이 이전 30년 기간(’81~’10)보다 0.5℃가 높았다. 작년의 가뭄일수는 2000년대 평균 보다 약 15% 증가한 63.1일을 기록하기도 했다. 폭염도 점차 증가하여 80년대엔 평균 8.2일이던 폭염일수가 2000년대엔 10.4일이었다. 기록적인 무더위가 있었던 2018년에는 31.5일이나 되었는데, 온열질환자가 4,526명 발생해서 전년 대비 188%(2,952명)로 증가했다.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후변화의 징후들은 우리 군의 임무수행에도 직접적으로 위협을 주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급격한 날씨 변화는 군사시설의 구조 변형을 유발하여 내구성을 저하시키며, 군사장비 및 물자의 유지, 연료공급 및 운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군은 혹서기와 동절기, 폭설 등 기상이변이 발생하는 경우 실외 군사활동 시간을 단축하거나 조정하게 된다. 항공기의 경우, 기온 상승에 따라 공기밀도가 감소하기 때문에 이착륙 거리와 탑재중량에 영향을 받아서 운영과 훈련이 제한되기도 한다.

앞으로도 연평균 기온, 폭염일수, 열대야일수 등 고온관련 지수가 증가하고 온난화 경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적응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주요 배출원이 산업부문(55%)에 이어 건물부문(22%)임을 감안할 때 다수의 군사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군은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의 가속화와 초연결사회의 도래

AICBM(AI+IoT, Cloud computing, Big data, Mobile)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로 미래에는 네트워크화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사회와 스마트 도시가 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제5차 국토종합계획’에서 ‘스마트 국토’ 건설이라는 목표를 수립하고 인구 감소에 대비하는 한편, 전 국토를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공간으로 재편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미래에 구현될 스마트 도시는 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도시 전역이 상호 연결될 것이다. 정부는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하고, 개인의 참여와 협력이 중시되면서 보다 건강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인 사회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군사시설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이해를 높이고 지역과 공존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더욱이 초연결 사회에서는 도시와 부대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다양한 이해집단과 개인이 기본권과 재산권을 침해받는 것에 더욱 민감해질 것이므로, 군사시설 이전 요구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 전장환경의 변화와 군사과학기술의 발전

국방개혁 2.0을 기반으로 추진되고 있는 “스마트 국방 혁신”이 본격화되면 미래 과학기술은 다양한 국방분야에 적용되어 실현될 것이다. 앞으로의 전장환경은 우주, 사이버공간으로 확장되고 장거리 정밀타격 무기체계, 무인기 도입 등 신무기체계의 등장과 그 활용이 증대될 것이 분명 하다. 군사시설도 이런 변화와 발전에 부합해야 할 것이다. 입체적이고 실제와 유사한 상황을 제공하는 훈련장 시설, 네트워크화되고 탐지-식별-타격이 가능한 병사무기체계의 보관 및 유지를 위한 시설, 드론봇 점검을 위한 정비시설 등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군사시설이 구축되어야 하는 것이다. 과학화된 훈련장이나 교육장의 운영개념과 구성, 교육훈련체계도 마찬가지다.

군사시설도 회복탄력성이 필요

앞에서 살펴본 변화는 빠를 뿐 아니라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화에 신속히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설분야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말하자면 ‘군사시설의 회복탄력성(resilience)’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획일화된 ‘기능’ 중심의 군사시설 건설방식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가치’ 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군은 코로나19가 심각단계에 이르렀을 때, 군내 확산 방지를 위해 장병의 휴가, 외출, 외박 등을 금지하고 대규모 야외훈련을 중단했으며, 일부 군부대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재택근무를 허용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치로 병력이 부대 내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병영생활관 또는 주거시설이 기존의 숙식과 휴식기능에 더하여 생산과 문화공간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교육시설인 국방어학원이 자가격리를 위한 생활 및 보건시설로 전환되는 등, 군사시설이 환경변화에 대해서도 유연한 대응을 요구받게 되었다. 이제 군은 도시계획기법을 도입한 가치중심의 건설, 공간의 다각적 활용이 가능한 군사시설기준 마련, 임무형태 변화에 따른 시설의 운영방식에 대해 고려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다음으로 혁신기술과 융합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유형의 군사시설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계에서 활용하는 실감기술을 군사시설에 접목하여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훈련장을 건설한다든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하여 실제와 똑같은 정비공장을 구축하여 군사장비와 시설을 원격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첨단 기술을 신속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산화탄소 저감 및 에너지 절약을 위한 제로에너지 기술, IoT 및 AI를 도입한 스마트 건설 기술, 건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모듈러 공법기술 등을 적극 활용한다면 기후변화, 감염병, 자원 제약 등의 외부 위협에 대한 대응이 강화될 수 있다. 이렇게 건설된 시설들은 균일한 고품질의 시공은 물론 시설간의 이동, 증축, 확장의 융통성을 지니며, 소음, 진동, 환경오염 등으로 비롯된 지역사회 민원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4차 산업혁명이 에너지와 밀접하게 관련된 만큼 군사시설의 에너지 독립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데, 1인당 에너지 소비는 꾸준히 증가해 왔고 디지털 기술기반의 사회에서는 그런 추세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군의 부대운영을 지속하는 핵심역량이 에너지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너지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합동훈련이나 야외기동훈련이 축소되고 항공기의 운영에도 제약이 이루어지는 등 군의 전투준비태세, 교육훈련, 부대운영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발전소에 연결되어 있는 전통적 방식의 전력망은 자연재해, 사이버 공격 또는 운영상의 실수로 언제든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군사시설의 에너지 독립성을 위해 합리적 목표를 수립하고 시설물의 에너지 효율성 증대, 신재생에너지의 생산 확대를 추진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소규모의 지역에서 에너지 자급자족이 가능한 마이크로그리드(micro-grid) 시스템은 군에 적극적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실례로 미 국방부는 2013년부터 에너지부(DOE)와 공동프로젝트로 추진한 SPIDERS(Smart Power Infrastructure Demonstration for Energy Reliability and Security) 사업을 추진하여 왔는데, 기지 내 신재생에너지 생산시설과 에너지 저장시설을 포함한 마이크로 그리드 시스템이 에너지 안보위협으로부터 군사시설을 보호하고, 의존도가 높았던 석유의 소비를 감소시켰다.


군사시설 종합관리시스템을 만들어야

군사시설은 한번 건설되면 거의 30년 동안 유지되는데 그 기능이나 규모를 변경하려면 추가적인 예산소요가 커서 선뜻 실행하기 어렵다. 군사시설의 설치 계획을 수립할 때 시설 건설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철저하고 세밀하게 사업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의 건설 분야에서는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데, 3차원 설계를 넘어 시간과 비용을 고려한 시공 및 유지관리까지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이러한 시스템을 활용하면 건설 시공상의 오류를 최소화하고 시간과 비용을 절감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마찬가지로 군에 서도 시설물 정보 및 관리에 대한 정보의 통합·분석체계를 마련하여 인공지능 컴퓨터가 군의 수요를 자동으로 파악하고 부대에서 필요로 하는 시설을 설계하며, 예산의 확보 가능성까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군사시설종합관리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시설물의 규모, 연한, 건축방식의 정보는 물론, 시설 유지 관리에 필요한 장비, 물자, 인력의 현황 등에 관한 사항을 포괄하여 전자지도(GIS)에 나타낼 수 있다. 이런 정보를 관련 기관이 공유하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시설물의 유지에 필요한 요소인 기후, 지리,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정보는 물론 무기체계 전력화계획, 인원 충원계획, 부대 편제 등의 실시간 변동사항을 포함한다면 군사시설과 관련된 자원의 효과적 배분과 경제적 부대운영에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스템을 통해 미활용 부지를 식별하여 용도전환을 한다거나, 군사시설 주변지역에 대한 분석을 통해 지역주민과 공동이용이 가능한 복합시설을 설계할 수 있다. 또한 취락지구를 회피하여 훈련 경로를 설정하고, 부대의 개편계획이 변경되는 경우에도 시설의 기능과 역할을 재조정하는 등, 군사시설이 주둔하는데 필요한 요소를 계획단계에서 분석할 수도 있다.


지역사회와 파트너십이 중요

군사시설은 지원하는 임무유형에 따라 그 특성이 결정되는데, 전투능력의 향상과 같은 군의 핵심역량을 지원할 수 없다면 역할이 축소되어 이전되거나 폐쇄되기도 한다. 지자체는 군의 군사 작전 수행을 보장해야 하는 한편, 도시의 안전을 도모하고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군과 지자체는 이런 필요를 서로 인정하고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좀 더 밀접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군과 지자체는 지역사회라는 범위 내에서 각종 인프라와 자연환경, 그 외 운영 및 유지 서비스 등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군이 부여된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안정적으로 주둔하기 위해서는 군사시설이 지역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고, 오히려 발전의 주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미 국방부가 내무부(DOI)와 농무부(USDA)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Sentinel Landscapes Partnership을 벤치마킹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업은 군의 임무수행 여건을 확보하기 위해 군사시설 주변의 토지이용을 제한하면서, 동시에 지역주민이 재산관리를 지속하고 자연자원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플로리다에 위치한 에이번 파크 공군 훈련장의 사례를 살펴보자. 2016년에 훈련장 주변지역이 협력구역으로 설정되면서 개발이 금지되고 일반 시설물을 설치하지 못하게 하는 대신,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토지 소유자가 농지의 이용을 활성화할 수 있게 해주었다. 군은 주민과의 갈등 없이 공대지 사격훈련과 저고도 비행훈련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숲과 목장은 본래상태로 보전되어 동식물의 생태통로로 이용되고 멸종 위기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 사업은 정부, 주 및 지역단체로 이루어진 26개의 다양한 파트너들 간의 협력을 기반으로 추진된 것이다. 이처럼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민군 간의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이용 가능한 부지를 개발하거나 규제에 대한 해소방안을 논의하고 보유자원을 함께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일들이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군사시설은 군 내부적인 필요만이 아니라 자연환경에 대한 대응과 지역사회의 요구, 사회환경의 변화 등 외부적 요인까지 고려해야 하는 분야다. 군사시설의 임무지원능력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앞으로의 사회를 전망하고 위협을 예측하는 것은 군사시설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데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요소다.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것을 포함해서다.


※ 본지에 실린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본 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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