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업 스타트업의 세계

잠과 숙면 사이 혁신을 깨우다

입력 2020. 10. 05   16:13
업데이트 2020. 10. 0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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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잠으로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는 매트리스 스타트업 ‘슬라운드’


‘슬라운드’가 개발한 매트리스 위에 누워있는 용현석 대표. 
 사진=㈜슬라운드.
‘슬라운드’가 개발한 매트리스 위에 누워있는 용현석 대표. 사진=㈜슬라운드.

“우리(넷플릭스)의 경쟁 상대는 인간의 수면 시간이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가 지난해 11월 미국 맨해튼에서 열린 뉴욕타임스 딜북 콘퍼런스에서 한 말이다. 헤이스팅스의 말처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콘텐츠 플랫폼 시장이 열리면서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신인류)인 우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수면시간을 줄이는 것이었다. 24시간 중 의지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인데 볼거리, 즐길거리, 알아야 할 거리 등은 넘쳐나니 수면 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절대적인 수면의 시간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숙면’에 대한 욕구는 자연스레 커졌다.

몇 시간을 잤는지보다 어떻게 잤는지가 중요해진 시대. 짧게 자도 푹, 달게 자고 싶은 욕구는 선진국으로 성장할수록 커지는 현상 중에 하나다. 1인당 GDP가 2만5000달러가 넘게 되면 수면 시간을 늘리는 방법보다 숙면을 취하는 방법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한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세계적으로 수면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수면 산업 규모는 2011년보다 2배 가까운 약 45조 원으로 성장했고, 중국에서는 연평균 24%의 고속성장을 거듭하여, 현재 약 38조 원에 달하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 수면시장 역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한국수면산업협회 발표에 따르면 국내 수면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2조 원에서 작년 기준 3조 원을 돌파했다.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수면 산업이 또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질 좋은 수면에 대한 관심과 니즈의 흐름을 읽고 수면 시장에 진출한 스타트업이 있다. ‘더 좋은 잠, 더 좋은 삶을 위해 매트리스 시장을 혁신하겠다’고 선언한 스타트업 ‘슬라운드’이다.

맥킨지 컨설팅에서 전략컨설팅을 담당했던 용현석 대표는 메모리폼 매트리스 산업이 성장하면서 기존 스프링 매트리스 위주로 형성되었던 시장을 바꾸는 모습을 보고,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용 대표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동기였던 손종화 이사에게 사업을 같이 하자고 제안했고, 생활용품회사 P&G에서 브랜드 영업 기획을 담당했던 손 이사와 함께 ‘슬라운드’를 창업했다. 
 
매트리스 시장에서 D2C 방식으로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슬라운드 창업팀.  사진=㈜슬라운드
매트리스 시장에서 D2C 방식으로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슬라운드 창업팀. 사진=㈜슬라운드

매트리스는 크게 스프링, 라텍스, 메모리폼 3가지로 분류된다. 30년간 매트리스를 연구해 온 개발자와 손잡은 ‘슬라운드’는 3가지 중 ‘한국인의 체형’에 맞춘 메모리폼 매트리스에서 숙면의 답을 찾았다.

이들은 아무리 비싸고 좋다는 수입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사용해 보아도 뭔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바로 체형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양인들의 기본 골격이 동양인과 달라 메모리폼의 깊이도 다르게 측정되어 있었던 것. 이에 슬라운드는 허리는 받쳐주고 어깨는 감싸주는, 한국인 체형에 맞는 메모리폼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가격으로 인한 장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슬라운드의 용현석 대표는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어떻게 팔 수 있을지 고민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2가지 혁신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첫 번째는 D2C(Direct to Customer)를 통해 유통과정에서의 마진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패션업계에서 시작된 D2C 모델은 제조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유통 단계를 제거하고 온라인몰 등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백화점과 편집숍 등을 거쳐 제품을 팔 경우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고 그들이 요구하는 조건이나 규칙 등에 따라야 하는 반면, D2C 방식을 활용하면 제조업체가 자유롭게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제조업체가 유통 단계를 없애고 가격 경쟁력을 높여 자체 온라인몰 등에서 소비자에게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D2C 방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 타깃 광고의 발달로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매트리스 같은 고가 제품을 직접 보지 않고 D2C 방식을 통해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것에 대해서는 심리적인 장벽이 존재했다.

이에 용 대표는 두 번째 혁신적인 방안으로 과감한 환불 정책을 시행했다. 좋은 제품은 소비자가 먼저 알아본다는 믿음은 100일 무료 체험 후 환불정책, 오프라인 체험관 운영 등으로 이어져 고객에게 신뢰를 줄 수 있었다. 특히, 숙면에 도움을 느낀 소비자들이 적극적인 이용 후기를 들려주며 다른 소비자의 유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메모리폼 매트리스의 보급률이 50%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향후 3~5배 이상의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다. ‘슬라운드’의 유통방식 혁신과 소비자와의 소통방식은 ‘프리미엄 수면사업’의 또 다른 모델로 자리 잡았다.

수면의 질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진정한 행복이란 무지개 넘어 닿을 수 없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매일 아침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매트리스 위에 있을지도 모른다. 내일을 위해 오늘 좋은 꿈을 꾸자.

필자 은 경험을 토대로 『창업가의 생각노트』를 집필했고, 현재 아산나눔재단에서 운영하는 MARU180 스타트업센터에서 스타트업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박지영 아산나눔재단 스타트업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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