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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현 병영칼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정리를 실천할 좋은 기회

입력 2020. 09. 02   14:48
업데이트 2020. 09. 0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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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창 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장 창 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의 재확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3월 이후 대한민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다시 200~300명대로 늘었습니다.

수도권은 얼마 전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보다 더 강화된 2.5단계의 방역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카페, 음식점, 실내체육시설의 이용을 부분적 혹은 전체적으로 금했습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물리적 이동이 더욱 줄어들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코로나19 접촉 의심자뿐 아니라 미접촉자까지도 이제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과 같은 개인의 실내 공간에서 보내야 하는 때가 됐습니다.

마음이 어수선하고 답답합니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 달리하면 어떨까요? 위기는 새로운 기회일 수 있습니다.

이참에 내 몸이 거하는 공간을 한 번 돌아보시면 어떨까요? 바깥 생활이 바빠서 눈길을 주지 못했던 내 일상의 공간을 한 번 둘러봅시다. 내가 샀던 것도 까맣게 잊은 것들, 바쁘다는 이유로 치우지 못했던 것들, 내게는 남아서 주변의 좋은 이웃에게 나누어 줄 만한 것들이 눈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하나둘씩 정리를 해봅니다. 필요한 물건은 그것이 있으면 좋을 만한 곳에 둡니다. 필요 없는 물건은 그 물건을 중고로 팔아야 할지, 나누어 써야 할지, 버려야 할지 생각해 봅니다.

돌아보기, 정리하기는 공간에 대해서만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하는 이때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휴대전화에 무수히 쌓여 있는 이름을 살펴봅니다. 정리에 관한 책들을 살펴보면 1년 동안 쓰지 않는 물건을 꺼내 놓고 내가 계속 쓸지 말지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관계에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최근 1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름을 살펴봅니다. 다시 연락하지 않을 사람이라면 연락처에서 지울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 이 사람 보고 싶다. 다시 연락해 봐야지’ 하는 마음을 가질 수도 있겠지요. 정리는 어떤 존재가 내게 중요한지를 돌아볼 기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유불급입니다. 지나침은 못 미침만 못할 수 있습니다. 공간의 정리, 관계의 정리를 너무 강박적으로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강박적이라고 하는 것은 그것에 너무 몰입해 계속 생각하고 행동하느라 다른 일상을 해나가기 힘들어지고, 시간을 지나치게 많이 소모하게 되며, 그 사람의 원래 역할이나 대인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걸 말합니다.

‘적절함’의 미덕을 잘 살리셨으면 좋겠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가 누렸던 걸 많이 내려놓아야 하는 때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잠시 잊고 지냈던 공간의 정리, 관계의 정리를 생각하고 실천하며 우리의 삶이 조금 더 풍성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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