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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마라톤 ‘울울마’ 100㎞ 완주기

입력 2020. 07. 14   15:46
업데이트 2020. 07. 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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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희 대위 
육군1포병여단 백호부대
강소희 대위 육군1포병여단 백호부대

우리 백호부대는 최근 별난 마라톤을 시작했다. ‘울트라 울타리 마라톤’, 줄여서 일명 ‘울울마’다. 울트라 마라톤은 일반 마라톤 경주 구간인 42.195㎞ 이상(50㎞ 혹은 100㎞)을 달리는 스포츠다. 다수의 부대가 모여있는 통합 주둔지이다 보니 울타리 길이만 해도 3㎞가 넘는다. 이 울타리를 따라 30바퀴 완주하게 되면 약 100㎞를 달릴 수 있다.

최근 주둔지 경계력 집중 보강공사를 통해 울타리는 달리기 좋은 마라톤 코스가 됐다. 간부 희망자에 한해 지난 5월부터 6월까지 2개월이라는 기간을 정해 30바퀴(100㎞) 달성을 목표로 울울마를 진행했다.

이를 접한 간부들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체력에 자신이 있어 기쁜 마음으로 반기는 사람, 두 번째는 100㎞라는 거리에 엄두조차 못 내고 포기하는 사람, 세 번째는 완주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한 번 도전해 보자는 마음으로 참여하는 사람. 나는 세 번째였다.

처음에는 100㎞를 뛰어야 한다는 데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하루에 1~2바퀴 정도라면 체력단련시간을 활용해 거뜬히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통신중대장으로서 지휘관 역할, 각종 업무를 병행하면서 울타리 길을 뛰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인 울타리 길을 달리면 마치 등산로를 뛰는 것과 같아서 평지를 달리는 것보다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많이 됐다.

6월 중순이 되자 벌써 100㎞를 달성한 사람들의 소식과 축하의 말들이 오갔지만 나는 고작 30㎞만 뛴 상태여서 남은 거리에 대한 압박감과 불안감에 휩싸였다.

어느덧 종료까지 2주 남짓한 시간만 남았다. 중대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중대장이 되고 싶었기에 남은 바퀴 수를 채우기 위해 맹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많이 뛰는 날은 하루에 5바퀴(약 17㎞)까지 달리면서 점점 목표 달성에 가까워졌다.

초반, 땅만 바라보며 달리던 때와는 달리 이제 울타리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우리 주둔지의 울타리가 마치 손바닥 보듯 훤할 정도까지 됐다. 결국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100㎞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울타리 길을 뛰는 나를 따라 중대원들도 함께 달리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이번 마라톤은 개인적인 목표였기 때문에 달성하지 못한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을 부대의 목표 달성으로 대입하면 다르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룰 때 조직에 피해를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계획성 있고 능력에 맞게 해야겠다고 느꼈다.

우리는 목표가 주어지면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군인이다. 현 안보 상황에서 부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휘관으로서 부대원들에게 어떻게 동기를 부여하고, 어떤 비전을 제시하며, 어떤 방식으로 이들을 이끌어가야 할 것인지를 별난 마라톤 100㎞를 완주하며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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