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완결 병영칼럼

[장창현 병영칼럼] 마음이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입력 2020. 07. 08   17:01
업데이트 2020. 07. 1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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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창 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장 창 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저의 일은 사람들의 마음을 돕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 또한 마음이 힘들 때가 있었습니다. 학창 시절 도시로 전학 와 마음 붙일 곳 없던 때, 절친한 친구와 멀어져서 외로웠던 때, 정신과 수련 시절 역량이 모자라서 교수님께 쓴소리를 들으며 자존감이 곤두박질쳤던 때가 떠오릅니다. 앞의 세 경험은 저 혼자서 오롯이 감당해야 했지만 정신과 전공의 때는 조금 다른 경험을 했습니다.

정신치료 전공 교수님의 추천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았습니다. ‘지도 정신치료’라는 이름으로 정신과 수련 과정에서 선배 정신과 의사 선생님과 일대일로 정신과적 면담을 하는 것입니다. 이때 저는 내가 지금 겪는 마음의 어려움을 털어놓고, 내 과거의 힘겨움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떠올려볼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지금의 상황과 심정에 대해 적절한 지지를 받고 나면 마음이 조금 나아질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때의 경험이 지금 제가 마음을 돕는 진료 현장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일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좋은 길잡이가 됐습니다. 믿을 만한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는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의 회복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한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의하면 대한민국 성인 4명 중 한 명은 평생 한 번 이상의 정신질환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분들 가운데 정신과 의사를 찾는 비율은 5명 중 한 명도 되지 않습니다. 정신과 진료가 마음의 병(정신질환)으로 인한 고통을 덜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임에도 이를 이용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더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마음의 병이 무엇인지, 의심될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정신질환자라는 낙인이 두렵기도 합니다. 사회생활에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염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고, 편견을 없애나가려는 우리 사회의 노력 또한 필요합니다.

마음의 병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론으로 스트레스-취약성 모델이 있습니다. 쉽게 강물과 강둑의 비유로 이해하실 수 있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를 견디는 강둑의 높이가 높고, 어떤 사람은 낮을 수 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라는 강물의 수위가 낮고 어떤 사람은 높을 수 있습니다. 강물의 수위는 스트레스가 지속될 경우 서서히 높아질 수도 있고, 큰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받으면 강물이 갑자기 넘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스스로 마음 챙김을 통해, 그리고 주변의 지지를 통해 강둑의 높이를 높이고 강물의 수위를 낮출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적절한 정신과 상담과 약물 복용을 통해서도 강둑을 단단히 해갈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 ‘적절한’ 치료를 위해 치료자와 잘 소통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마음의 병은 나의, 내 가족의, 내 이웃의, 내 동료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모두 자신의 마음을 잘 살폈으면 합니다. 마음이 힘든 주변 사람이 있는지를 잘 살피고 서로를 지지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안에서의 도움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 더 힘들어지기 전에 정신과 치료를 스스럼없이 권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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