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명

오늘의 전체기사

2020.10.25 (일)

HOME > 기획 > 군사 > 방위사업청과 함께 하는 웨폰 스토리

방산기술 집약체 첫 한국형 ‘신의 방패’로 세계 무대 오른다

윤병노 기사입력 2020. 06. 29   15:09 최종수정 2020. 06. 29   17:07

<8> 이지스 구축함


7600톤급 이지스 구축함 2번함 율곡이이함이 해상 기동하고 있다.  해군 제공


지난 2008년 12월 22일 ‘이지스 전투체계(Aegis Combat System)’를 탑재한 7600톤급 구축함 ‘세종대왕함’의 취역식이 거행됐다. 취역식은 건조·인수 과정을 거친 군함이 정식으로 해군 함정이 됐음을 선포하는 의식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세계 다섯 번째로 이지스 구축함 보유국이 됐다. 이지스 구축함은 현존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함정이다. 명칭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神) 제우스가 그의 딸 아테나에게 준 방패 아이기스(Aegis)에서 유래했다. 이지스는 아이기스의 영어식 발음이다. 어떤 창도 막을 수 있는 ‘신의 방패’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윤병노 기자


세계 최초 이지스함 美 타이콘데로가함

1940년 11월 영국 항공모함 일러스트리어스(Illustrious)함에서 소드피쉬(Swordfish) 뇌격기 21대가 출격해 이탈리아 남부 타란토 항구에 정박 중이던 이탈리아 해군을 공습했다. 이탈리아는 전함 3척 침몰, 순양함 2척 대파, 유류저장소 사용 불능이라는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다. 반면 영국은 뇌격기 2대를 잃었을 뿐이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은 선전포고 없이 하와이 진주만(Pearl Harbor)을 기습했다. 진주만의 미 태평양함대는 예상치 못한 공격에 막대한 피해를 봤다. 진주만에 정박해 있던 전함 7척 가운데 5척이 격침됐고, 200여 대의 항공기가 지상에서 파괴됐다.

1967년 3차 중동전쟁(6일전쟁)에서는 이스라엘 구축함 에일라트(Eilat)함이 이집트 해군 유도탄정이 쏜 소련제 스틱스(Styx) 미사일에 격침됐다.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맞붙은 포클랜드전쟁에서는 영국 해군 방공구축함 셰필드(Sheffield)함이 프랑스제 대함미사일 엑조세(Exocet) 한 방에 침몰했다.

미 해군은 냉전 당시 소련군이 비대칭 전략으로 초음속 저공침투 폭격기와 초음속 대함미사일로 항공모함 전단을 위협하자 강력한 방공망 구축 계획의 하나로 이지스 전투체계 개발에 나섰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1983년 1월 22일 세계 최초로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한 순양함 타이콘데로가(Ticonderoga)함이 탄생했다. 이어 1991년 7월 4일 독립기념일에는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알레이버크(Arleigh Burke)급 이지스 구축함이 취역기를 펄럭였다.


세종대왕함이 2016년 환태평양훈련에서 SM2 함대공 유도탄을 발사하고 있다. 
 해군 제공

목표물 탐지·교전 등 전투행동 일괄 통합

이지스 시스템은 대공·대함·대잠수함전 수행뿐만 아니라 목표물 탐지·추적, 전투명령, 교전 등 전투행동을 일괄적으로 통합한 전투체계다. 크게 센서·지휘통제·무기체계 등 3개 분야로 구성된다.

작동 원리는 1단계에서 레이더·소나 등 센서가 표적을 탐지·추적하면, 2단계 지휘통제체계가 표적의 위협 정도에 따라 대응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가장 적합한 무기체계를 선정해 사격명령을 내린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선택된 무기체계가 교전 절차에 따라 표적을 공격한다.

이를 바탕으로 전구(戰區·독자적으로 맡아서 전투를 수행하는 구역) 탄도미사일 방어, 대공전, 대잠전, 대지상전, 전자전 등 함정이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전투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핵심은 다기능 위상배열 스파이(SPY)-1D 레이더다. 기존의 기계회전식 레이더는 마스트(Mast)에 설치한 안테나가 360도를 회전하는 동안 한 번만 레이더 빔(Beam)을 표적에 비춘다. 이로 인해 각각의 표적을 추적하려면 별도의 레이더가 필요하다.

반면 컴퓨터 통제 방식의 SPY-1D 레이더는 동서남북에 한 대씩 4대가 90도씩을 책임져 사각을 없앴다. 격벽 평면에 부착한 레이더는 4480여 개의 안테나 소자가 동시에 전파를 쏴 200여 개의 표적을 탐지·추적하고, 20여 개의 목표물에 대응할 수 있다.

100% 전기적으로 빔을 통제해 기존 전투체계 대비 반응 시간을 최대 10분의 1로 단축할 수 있다. 또 각종 무장과 상충하지 않도록 교전 우선순위를 자동 설정하며, 아군과 적군까지 식별할 수 있다.

우리 해군의 세 번째 이지스 구축함 서애류성룡함이 파도를 가르며 항진하고 있다.  해군 제공

이지스 전투체계 함정 세계 6개국만 보유

현재 이지스 전투체계 탑재 함정을 보유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6개국이다. 이지스함의 ‘원조’ 미국은 타이콘데로가급과 알레이버크급을 합해 90여 척을 보유했다.

일본은 1993년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지스함 시대를 맞았다. 공고(Kongo)급 4척, 아타고(Atago)급 2척, 신형 마야(Maya)급 1척을 운용하고 있다. 아타고급은 가장 최신의 이지스 전투체계인 ‘베이스라인(Baseline) 9’로 성능 개량을 완료했으며, 마야급 1척을 추가 건조하고 있다. 호주는 호바트(Hobart)급 3척을 건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은 바잔(Bazan)급 5척, 노르웨이는 난센(Nansen)급 5척을 운용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같은 이지스 시스템은 아니지만, 능동 전자주사식 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장착해 ‘중국판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란저우(Lanzhou)급 구축함을 작전 배치했다. 또 란저우급 이상의 함정을 확보하는 데 전력투구하는 등 해군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종대왕함 전탐부사관들이 전투지휘상황실(CCC)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전탐사는 레이더·전투체계장비 등을 운용하는 부사관이다.  양동욱 기자

소요 제기 12년 만에 세종대왕함 진수

우리나라는 해군이 제기한 소요가 1995년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JSOP)에 반영되면서 이지스 구축함 획득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올랐다. 1996년 개념설계, 2001년 기본설계 계약, 2004년 상세설계 및 함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2007년 5월 25일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선도함을 처음으로 바다에 띄우는 진수식이 열렸다. 해군은 우리나라 역사에 위대한 업적을 남기고 국방을 강화했으며 국민적 호감도가 가장 높은 ‘세종대왕’을 함명으로 부여했다. 이어 2010년 9월 1일 율곡이이함, 2012년 9월 1일 서애류성룡함이 취역해 동·서·남해를 수호하고 있다.

각 함정은 최신의 SPY-1D(V) 레이더를 탑재했다. 이 레이더는 1000㎞ 떨어져 있는 목표물 1000개를 탐지·추적할 수 있으며, 이 중 20여 개의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SPY-1D(V) 레이더가 찾아낸 목표물은 SM2 함대공 유도탄으로 최대 170여㎞ 밖에서 요격할 수 있다. 1단계 방어망을 통과하면 단거리 대공유도탄 램(RAM)이 기다린다. 발사기 1문에 장착된 20여 발의 유도탄은 9㎞ 이상 떨어진 항공기 등을 격추할 수 있다. 마지막은 30㎜ 근접방어무기체계(CIWS)가 분당 4000여 발을 퍼부어 목표물을 파괴한다.

이지스 구축함 3번함 서애류성룡함(위)이 2018년 제주 남방 해상에서 펼쳐진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서 신형 상륙함 일출봉함과 기동하고 있다.  조용학 기자

대공 방어능력 바탕 미사일 탐지·추적

국산 함대지 순항유도탄, 장거리 대잠유도탄 ‘홍상어’를 탑재한 것도 자랑거리다. 항공기·함정·잠수함을 공격할 수 있는 128기의 각종 유도탄은 수직발사기(VLS)에 장착된다. 이는 미국 알레이버크급과 일본 아타고급 이지스 구축함 96기보다 월등히 많은 숫자다. 국산 함대함유도탄 ‘해성’도 수직발사기와는 별개의 원통형 4연장 발사관 4기에 들어 있다. 이 밖에도 사거리 30여㎞의 5인치 함포와 국산 경어뢰 ‘청상어’를 탑재한 어뢰발사관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정밀한 함포통제시스템은 2010년 7월 미국 하와이에서 전개된 환태평양훈련(RIMPAC)에서 세종대왕함이 함포 사격 최우수 함정인 ‘탑건(Top Gun)’에 선정되는 밑거름이 됐다.

세종대왕급은 광역 대공 방어 능력을 바탕으로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탐지·추적에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세종대왕함은 2009년 4월 5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탐지했으며, 2012년 12월 12일에는 미사일 발사체의 분리·추락과 낙하지점을 정확히 추적했다. 이를 통해 해군은 이틀 만에 미사일 잔해를 인양했다.

우리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시대를 열어 젖힌 세종대왕함이 2016년 환태평양훈련에서 다중 위협에 대응해 이지스 전투체계의 자동교전 모드로 SM2 함대공 유도탄 두 발을 동시에 발사하고 있다. 해군 제공

2024년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건조 추진

방위사업청(방사청)은 지난달 29일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Korea Destroyer Next Generation)’ 기본설계 입찰공고를 냈다. KDDX는 규모가 7600톤급 세종대왕급보다는 작고, 4400톤급 구축함(DDH-Ⅱ)보다는 커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린다.

그동안 축적한 국내 선박 건조 기술과 무기개발 기술을 집대성해 선체부터 전투·소나 체계까지 ‘독자적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2023년 후반기까지 기본설계를 완료하고, 2024년부터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추진할 계획이다.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은 전투체계를 포함한 주요 무장·센서를 외국 기술에 의존했다. 반면 차기 구축함은 순수 국내기술을 기반으로 개발하는 첫 이지스급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미국·영국·일본·중국·노르웨이에 이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이지스 구축함 자체 건조가 가능한 국가로 올라서고, 향후 방산 수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방사청은 기대하고 있다.


윤병노 기자 < trylover@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