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BTS 멤버 뷔(본명 김태형)의 해외 팬들이 통학길이 위험한 중국 산시성 시골마을 학생들을 위해 뷔의 이름을 딴 ‘김태형 도로’를 기부했다.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지율의 약세를 뒤집을 한판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자신의 지지기반인 중부 내륙지방과 남부지역이 만나는 오클라호마주의 털사는 그래서 선택된 장소였고, 2만여 명이 입장할 수 있는 오클라호마 중앙은행센터(BOC) 실내경기장을 선택한 것도 쉬운 영어로 감각적인 즉흥 연설을 잘하는 트럼프를 돋보이게 할 연출이었다. 전날까지 100만 명이나 유세 입장권을 예약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팝스타의 공연장처럼 야외무대까지 만든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의 흐름을 일시에 바꿔놓을 것을 호언장담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입장객 6200여 명. 야외무대는 철거됐고,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열성적인 반응보다 비어있는 파란색 관람석의 사진이 언론에 더 많이 노출되었다. 파란색은 민주당의 상징색이라 더 참혹했던 주말 유세에 트럼프 대통령은 격분(furious)했다고 전해진다. 심지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보건당국의 취소 요청까지 무시했는데, 선거유세에 참석했던 캠프 직원 두 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까지 날아들었다. 유세장의 집단감염 우려까지 확산하고 있어 앞으로의 유세에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 상황을 보도하는 언론들은 두 단어에 주목했다. ‘틱톡 10대들(TikTok Teens)’ 그리고 ‘케이팝 팬(K-pop Stans)’. 다수의 언론은 트럼프의 털사 유세가 실패한 건 SNS에 능숙한 ‘Z세대’의 조직적인 방해 시위 때문이라고 했다. Z세대란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후반에 출생한 이들로, 어릴 때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 등에 익숙한 세대를 지칭한다. 선거권은 없지만, 옳고 그름에 대한 나름의 판단력과 스마트폰을 비롯한 IT기기에 대한 익숙함, 거기에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세대다. 그들이 지난 몇 주간 틱톡·트위터·인스타그램 등에서 벌인 일들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사건은 아이오와주에 사는 메리 조 로프라는 여성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지난 11일 자신의 틱톡(짧은 영상을 붙여 소통할 수 있는 SNS)에 영상 하나를 올린다. 그는 노예해방 기념일(6월 19일·준틴스 데이)에 흑인 학살의 역사가 있는 털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하는 것에 분노하며, 캠페인 사이트로 몰려가 ‘유세에 예매만 하고 참석하지 말기’라는 시위를 벌이자고 제안한다. 이 영상은 하룻밤 사이 25만 회가 넘게 클릭됐고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도 옮겨져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다.
틱톡 이용자들이 움직이자 케이팝(K-POP) 팬들도 움직였다. 특히 방탄소년단(BTS)의 팬덤인 아미(ARMY)들은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강력한 행동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역사를 바꾸고 있는 인종차별 항의 시위인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LivesMatter)’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영상을 발견한 것이었다.
BTS는 이미 지난 4일 공식 트위터 페이지에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합니다. 나, 당신, 우리 모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함께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BlackLivesMatter라는 해시태그를 붙였다. 인종차별 캠페인 주최 측에는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그러자 아미가 운영하는 자선모금단체 ‘원 인 언 아미(One In An ARMY)’가 움직였고, 이미 100만 달러를 넘게 모아 같이 기부했다.
아미들은 기부에서 행동을 끝내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흑인 인권시위에 반대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대결까지 벌이고 있다. SNS에 게시물을 올릴 때 #WhiteLivesMatter 문구와 더불어 경찰을 지지하는 문구 ‘파란 생명은 소중하다(BlueLivesMatter)’, ‘모두의 생명은 소중하다(AllLivesMatter)’ 등의 해시태그를 악용하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의 게시물을 막기 위해, 이 해시태그들에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나온 방송의 일부를 짧게 편집해 ‘짤’을 만들어 SNS에 공유하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룹 BTS가 BLM(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 동참을 밝힌 가운데, 정국의 해외 팬베이스 연합 ‘골든 유니온(Golden Union)’도 트위터 계정을 통해 ‘BLM’ 운동을 위한 단체에 ‘BTS Jungkook’ 이름으로 기부했다고 밝혔다.
스타가 팬덤에 선한 영향을 미치고, 그 팬덤이 다시 스타와 그를 둘러싼 세상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이런 선순환의 구조는 케이팝 팬덤의 특징 중 하나다. 이미 BTS 팬들은 세계 곳곳에서 세상을 바꾸고 있다.
중국 산시성에는 BTS 뷔의 이름을 딴 다리와 도로가 지어진다. BTS 뷔의 중국 최대 팬클럽 ‘바이두 뷔바’가 진행하는 지역사회 공공 기부 프로젝트 중 하나로, 중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뷔의 선한 영향력을 널리 전파하고자 생일을 기념하여 기획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약 2만1000달러(약 2500만 원)의 기금을 마련해 발족했고, 지난 20일 청사진을 공개하며 공사 개시를 알렸다고 하는데, 해외 매체 올케이팝에 따르면 현재 중국 산시성 남서부 조계촌 마을에서는 길이 100m의 도로, 길이 10m의 다리 공사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한다. 조계촌에 위치한 바이리 선샤인 초등학교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학생들은 매일 아침 110m에 이르는 비포장길과 비가 오면 물이 불어나는 개울을 건너야 하는 열악한 도로 상황으로 인해 안전한 통학로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런 조계촌의 학생들에게 뷔의 이름을 딴 ‘김태형 도로’와 ‘김태형 다리’를 선물한 ‘바이두 뷔바’는 뷔의 선한 영향력을 알리며 학생들의 꿈을 향한 다리가 되어 주고 있다.
문화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은 오랫동안 눈앞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일보다 길고 오랜 시간을 두고 인간을 문화화하는 것을 지칭했다. 하지만 이젠 발달한 기술로 만들어낸 촘촘한 소통망이 문화를 통해 눈앞에서 세상이 바뀔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바뀐다는 것이 늘 긍정적인 것은 아니기에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의 책임감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BTS를 비롯해 K-POP의 주역으로 전 세계로 영향력을 넓히는 우리 아티스트들이 자랑스러운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김성수 시사문화평론가>
그룹 BTS 멤버 뷔(본명 김태형)의 해외 팬들이 통학길이 위험한 중국 산시성 시골마을 학생들을 위해 뷔의 이름을 딴 ‘김태형 도로’를 기부했다.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지율의 약세를 뒤집을 한판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자신의 지지기반인 중부 내륙지방과 남부지역이 만나는 오클라호마주의 털사는 그래서 선택된 장소였고, 2만여 명이 입장할 수 있는 오클라호마 중앙은행센터(BOC) 실내경기장을 선택한 것도 쉬운 영어로 감각적인 즉흥 연설을 잘하는 트럼프를 돋보이게 할 연출이었다. 전날까지 100만 명이나 유세 입장권을 예약했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팝스타의 공연장처럼 야외무대까지 만든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의 흐름을 일시에 바꿔놓을 것을 호언장담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입장객 6200여 명. 야외무대는 철거됐고,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열성적인 반응보다 비어있는 파란색 관람석의 사진이 언론에 더 많이 노출되었다. 파란색은 민주당의 상징색이라 더 참혹했던 주말 유세에 트럼프 대통령은 격분(furious)했다고 전해진다. 심지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한 보건당국의 취소 요청까지 무시했는데, 선거유세에 참석했던 캠프 직원 두 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까지 날아들었다. 유세장의 집단감염 우려까지 확산하고 있어 앞으로의 유세에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 상황을 보도하는 언론들은 두 단어에 주목했다. ‘틱톡 10대들(TikTok Teens)’ 그리고 ‘케이팝 팬(K-pop Stans)’. 다수의 언론은 트럼프의 털사 유세가 실패한 건 SNS에 능숙한 ‘Z세대’의 조직적인 방해 시위 때문이라고 했다. Z세대란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후반에 출생한 이들로, 어릴 때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 SNS 등에 익숙한 세대를 지칭한다. 선거권은 없지만, 옳고 그름에 대한 나름의 판단력과 스마트폰을 비롯한 IT기기에 대한 익숙함, 거기에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세대다. 그들이 지난 몇 주간 틱톡·트위터·인스타그램 등에서 벌인 일들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사건은 아이오와주에 사는 메리 조 로프라는 여성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지난 11일 자신의 틱톡(짧은 영상을 붙여 소통할 수 있는 SNS)에 영상 하나를 올린다. 그는 노예해방 기념일(6월 19일·준틴스 데이)에 흑인 학살의 역사가 있는 털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하는 것에 분노하며, 캠페인 사이트로 몰려가 ‘유세에 예매만 하고 참석하지 말기’라는 시위를 벌이자고 제안한다. 이 영상은 하룻밤 사이 25만 회가 넘게 클릭됐고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도 옮겨져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다.
틱톡 이용자들이 움직이자 케이팝(K-POP) 팬들도 움직였다. 특히 방탄소년단(BTS)의 팬덤인 아미(ARMY)들은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강력한 행동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역사를 바꾸고 있는 인종차별 항의 시위인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LivesMatter)’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영상을 발견한 것이었다.
BTS는 이미 지난 4일 공식 트위터 페이지에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합니다. 나, 당신, 우리 모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함께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BlackLivesMatter라는 해시태그를 붙였다. 인종차별 캠페인 주최 측에는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그러자 아미가 운영하는 자선모금단체 ‘원 인 언 아미(One In An ARMY)’가 움직였고, 이미 100만 달러를 넘게 모아 같이 기부했다.
아미들은 기부에서 행동을 끝내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흑인 인권시위에 반대하거나 비난하는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대결까지 벌이고 있다. SNS에 게시물을 올릴 때 #WhiteLivesMatter 문구와 더불어 경찰을 지지하는 문구 ‘파란 생명은 소중하다(BlueLivesMatter)’, ‘모두의 생명은 소중하다(AllLivesMatter)’ 등의 해시태그를 악용하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의 게시물을 막기 위해, 이 해시태그들에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나온 방송의 일부를 짧게 편집해 ‘짤’을 만들어 SNS에 공유하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룹 BTS가 BLM(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 동참을 밝힌 가운데, 정국의 해외 팬베이스 연합 ‘골든 유니온(Golden Union)’도 트위터 계정을 통해 ‘BLM’ 운동을 위한 단체에 ‘BTS Jungkook’ 이름으로 기부했다고 밝혔다.
스타가 팬덤에 선한 영향을 미치고, 그 팬덤이 다시 스타와 그를 둘러싼 세상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이런 선순환의 구조는 케이팝 팬덤의 특징 중 하나다. 이미 BTS 팬들은 세계 곳곳에서 세상을 바꾸고 있다.
중국 산시성에는 BTS 뷔의 이름을 딴 다리와 도로가 지어진다. BTS 뷔의 중국 최대 팬클럽 ‘바이두 뷔바’가 진행하는 지역사회 공공 기부 프로젝트 중 하나로, 중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뷔의 선한 영향력을 널리 전파하고자 생일을 기념하여 기획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약 2만1000달러(약 2500만 원)의 기금을 마련해 발족했고, 지난 20일 청사진을 공개하며 공사 개시를 알렸다고 하는데, 해외 매체 올케이팝에 따르면 현재 중국 산시성 남서부 조계촌 마을에서는 길이 100m의 도로, 길이 10m의 다리 공사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한다. 조계촌에 위치한 바이리 선샤인 초등학교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학생들은 매일 아침 110m에 이르는 비포장길과 비가 오면 물이 불어나는 개울을 건너야 하는 열악한 도로 상황으로 인해 안전한 통학로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이런 조계촌의 학생들에게 뷔의 이름을 딴 ‘김태형 도로’와 ‘김태형 다리’를 선물한 ‘바이두 뷔바’는 뷔의 선한 영향력을 알리며 학생들의 꿈을 향한 다리가 되어 주고 있다.
문화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은 오랫동안 눈앞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일보다 길고 오랜 시간을 두고 인간을 문화화하는 것을 지칭했다. 하지만 이젠 발달한 기술로 만들어낸 촘촘한 소통망이 문화를 통해 눈앞에서 세상이 바뀔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바뀐다는 것이 늘 긍정적인 것은 아니기에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의 책임감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BTS를 비롯해 K-POP의 주역으로 전 세계로 영향력을 넓히는 우리 아티스트들이 자랑스러운 것은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김성수 시사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