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11> 참전용사 3세 프끄르 베들루 타쇼마
명문고에서도 ‘우등생 중 우등생’
조부는 ‘한국전’ 당시 보육원생 돌봐
궁핍한 생활이지만 희망 놓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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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눈썹과 곧은 코, 천생 군인의 얼굴을 한 할아버지는 에리트레아에서 나고 자랐다. 에티오피아 북쪽에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에리트레아는 19세기 후반까지 이탈리아령이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식민 지배가 해소되면서 에티오피아의 한 주(州)로 편입됐다. 두 나라의 통합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에티오피아는 암하라어와 영어를 쓰지만, 에리트레아에선 티그리냐어와 아랍어를 쓰고, 에티오피아는 국민의 40%가 에티오피아 정교를 믿지만, 에리트레아는 가톨릭, 개신교, 콥트교 등 다종교 국가였다. 에리트레아는 30년에 걸친 무장항쟁 끝에 멩기스투 정권의 붕괴를 틈타 1993년 에티오피아에서 독립했다.
할아버지는 에리트레아 수도 아스마라에서 생을 마감했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자리엔 지독한 가난만이 남았고, 가족들이 에티오피아로 넘어온 지금도 가난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다그마위 메넬리크 고등학교에 다니는 타쇼마는 할아버지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녀다. 에티오피아 황제의 이름(메넬리크 2세)을 딴 메닐리크 고교는 1898년 설립된 현지 최초의 현대식 학교로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고다. 타쇼마는 수많은 우등생 사이에서도 전 과목 A(상위 10%)를 놓친 적이 없는 ‘우등생 중 우등생’이다.
타쇼마는 6·25전쟁 참전용사 마을로 알려진 달동네 굴렐레의 좁은 함석집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산다. 쓰러지기 직전의 집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외벽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낡은 속살을 드러냈고, 화장실에선 악취가 코를 찌른다. 어두컴컴한 거실 겸 부엌에는 다 해어진 소파와 탁자만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 가족에겐 둘도 없는 소중한 보금자리예요. 항상 경제적으로 쪼들리지만 끝없는 사랑으로 그 부족함을 채우고 있어요.”
타쇼마 가족의 생계는 엄마와 아빠가 책임지고 있다. 엄마는 거리에서 양파, 감자 등을 파는 노점을 운영하고, 아빠는 일용직 노동을 한다. 자영업 특성상 벌이가 일정치 않은 데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일감까지 줄면서 수입이 없어 공치는 날이 많아졌다. 생활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입은 타쇼마의 학비로 쓰인다. 어려운 상황에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은 타쇼마에게 엄마,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건 용돈을 아끼고, 배 곯아가며 딸이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게 하는 것.
연필 한 자루, 지우개 한 개 마음대로 살 수 없는 팍팍한 현실이지만 타쇼마에겐 꿈이 있다. “인류의 진화나 문화를 연구하는 고고학자가 되고 싶어요. 유적, 유물에 관심이 많거든요. 옛날 사람들이 왜, 어떻게 이런 유적을 남겼는지 살피다 보면 탐정이 된 듯 기분이 좋아져요. 어쩌면 책 읽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모르겠어요. 고고학자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하니까요.” 김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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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전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던 우리나라의 어린이와 국민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글로벌 NGO다.
현재 전 세계 99개 나라에서 가장 취약한 아동, 가정, 지역사회가 빈곤과 불평등에서 벗어나도록 사랑을 실천하며 모든 파트너와 함께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세계 최대 민간 국제기구인 월드비전은 ‘유엔경제사회이사회’로부터 NGO 최상위 지위인 ‘포괄적협의지위’를 부여받았으며 국내외에서 다양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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