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6.25 70주년, 해외참전용사 희망드림 코리아

[6.25전쟁 70주년] 가난 꼬리표 달고 살지만 고고학자의 꿈 ‘무럭’

김용호

입력 2020. 06. 24   15:13
업데이트 2020. 06. 2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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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참전용사 3세 프끄르 베들루 타쇼마


명문고에서도 ‘우등생 중 우등생’
조부는 ‘한국전’ 당시 보육원생 돌봐
궁핍한 생활이지만 희망 놓지 않아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일감이 떨어져 생계가 어려운 6·25전쟁 참전용사 3세 타쇼마(가운데) 가족(엄마 아빠)이 페인트 칠이 벗겨져 허름한 벽 앞에 서 있는 모습. 
에티오피아 한국전참전용사후원회 제공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일감이 떨어져 생계가 어려운 6·25전쟁 참전용사 3세 타쇼마(가운데) 가족(엄마 아빠)이 페인트 칠이 벗겨져 허름한 벽 앞에 서 있는 모습. 에티오피아 한국전참전용사후원회 제공

6·25전쟁에서 253전 253승이라는 불패 신화를 쓴 에티오피아 강뉴(Kagnew)부대의 활약상은 전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창 휴전협상이 진행 중이던 1953년, 강뉴부대는 경기도 동두천의 한 버려진 건물을 고쳐 고아원을 세웠다. 보화보육원이다. 보육원은 강뉴부대가 한반도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1956년까지 운영됐다.

6·25전쟁 참전용사 키몬 스코르딜스의 ‘에티오피아 전사들의 한국전쟁 참전기 강뉴’에는 바쁜 와중에도 강뉴 전사들은 수시로 보화보육원을 찾아 어린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기록돼 있다. 보육원 운영은 장병들이 십시일반 식사를 줄여 모은 음식물과 정기적으로 옷가지와 성금을 모금해 충당했다. 이곳은 수십여 명의 전쟁고아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었다. 물질적인 도움뿐 아니라 1954년 크리스마스에는 어린이들과 함께 연극, 합창공연을 펼쳐 전쟁으로 피폐해진 어린이들의 마음을 밝게 했다.

보화보육원은 강뉴부대 3진이 세웠지만 실질적인 관리는 휴전 이후 한국 땅을 밟은 4진, 5진이 맡았다. 프끄르 베들루 타쇼마(16·여) 양의 할아버지(아클리루 월다미카엘)는 강뉴부대 4진으로 6·25전쟁에 참전했다. 할아버지는 고향으로 돌아와서도 보육원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끝내 바람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6·25전쟁 참전용사 3세 타쇼마의 할아버지 군인시절 모습.
6·25전쟁 참전용사 3세 타쇼마의 할아버지 군인시절 모습.


진한 눈썹과 곧은 코, 천생 군인의 얼굴을 한 할아버지는 에리트레아에서 나고 자랐다. 에티오피아 북쪽에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에리트레아는 19세기 후반까지 이탈리아령이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식민 지배가 해소되면서 에티오피아의 한 주(州)로 편입됐다. 두 나라의 통합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에티오피아는 암하라어와 영어를 쓰지만, 에리트레아에선 티그리냐어와 아랍어를 쓰고, 에티오피아는 국민의 40%가 에티오피아 정교를 믿지만, 에리트레아는 가톨릭, 개신교, 콥트교 등 다종교 국가였다. 에리트레아는 30년에 걸친 무장항쟁 끝에 멩기스투 정권의 붕괴를 틈타 1993년 에티오피아에서 독립했다.

할아버지는 에리트레아 수도 아스마라에서 생을 마감했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자리엔 지독한 가난만이 남았고, 가족들이 에티오피아로 넘어온 지금도 가난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다그마위 메넬리크 고등학교에 다니는 타쇼마는 할아버지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녀다. 에티오피아 황제의 이름(메넬리크 2세)을 딴 메닐리크 고교는 1898년 설립된 현지 최초의 현대식 학교로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고다. 타쇼마는 수많은 우등생 사이에서도 전 과목 A(상위 10%)를 놓친 적이 없는 ‘우등생 중 우등생’이다.

타쇼마는 6·25전쟁 참전용사 마을로 알려진 달동네 굴렐레의 좁은 함석집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산다. 쓰러지기 직전의 집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외벽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낡은 속살을 드러냈고, 화장실에선 악취가 코를 찌른다. 어두컴컴한 거실 겸 부엌에는 다 해어진 소파와 탁자만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 가족에겐 둘도 없는 소중한 보금자리예요. 항상 경제적으로 쪼들리지만 끝없는 사랑으로 그 부족함을 채우고 있어요.”

타쇼마 가족의 생계는 엄마와 아빠가 책임지고 있다. 엄마는 거리에서 양파, 감자 등을 파는 노점을 운영하고, 아빠는 일용직 노동을 한다. 자영업 특성상 벌이가 일정치 않은 데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일감까지 줄면서 수입이 없어 공치는 날이 많아졌다. 생활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수입은 타쇼마의 학비로 쓰인다. 어려운 상황에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은 타쇼마에게 엄마,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건 용돈을 아끼고, 배 곯아가며 딸이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게 하는 것.

연필 한 자루, 지우개 한 개 마음대로 살 수 없는 팍팍한 현실이지만 타쇼마에겐 꿈이 있다. “인류의 진화나 문화를 연구하는 고고학자가 되고 싶어요. 유적, 유물에 관심이 많거든요. 옛날 사람들이 왜, 어떻게 이런 유적을 남겼는지 살피다 보면 탐정이 된 듯 기분이 좋아져요. 어쩌면 책 읽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모르겠어요. 고고학자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하니까요.” 김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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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전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던 우리나라의 어린이와 국민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글로벌 NGO다.

현재 전 세계 99개 나라에서 가장 취약한 아동, 가정, 지역사회가 빈곤과 불평등에서 벗어나도록 사랑을 실천하며 모든 파트너와 함께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세계 최대 민간 국제기구인 월드비전은 ‘유엔경제사회이사회’로부터 NGO 최상위 지위인 ‘포괄적협의지위’를 부여받았으며 국내외에서 다양한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용호 기자 < yhkim@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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